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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9.10.15 17:26:0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조선시대의 김시습은 다섯 살에 중용과 대학에 통달했던 신동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소문을 들은 나이가 만은 정승이었던 허조가 그를 불러 '나는 늙어 쓸모없는 몸이니 늙을 노(老)를 넣어 칠언절구를 지어보라'고 했다.

그러자 김시습은 '늙은 나무도 꽃은 피우나니 마음은 늙지 않았네(老木開花心不老)'라고 대답을 했다고 한다.

세종대왕이 이를 듣고 김시습을 불러 '동자의 배움은 백학이 청송 끝에 춤추는 것 같도다' 하고 대구(對句)를 지으라 시켰더니 '성주의 덕은 황룡이 벽해에 꿈틀거리는 것 같도다(聖主之德黃龍 碧海之中)'라고 지어 바쳤다.

서양에서도 신동은 있었다.

바흐·괴테·차이코프스키도 다섯 살 때부터 비범한 재능을 발휘했다. 이처럼 신동은 없는 것이 아니라 있긴 있는데 다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고금의 진리다.

중국에서는 당나라 때 신동 발탁을 위해 과거에 동자과를 두어 열 살 미만의 어린 동자들을 선발해 벼슬을 주었는데 효경과 논어를 외우고 그 뜻을 터득하는 것으로 과거를 치렀다.

그러나 이 동자과는 명나라에 이르기까지 없앴다가 다시 시행하기를 수십 번 거듭한 것으로 미루어 폐단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당 현종 때 유안은 일곱 살에 급제한 신동으로 양귀비가 데려다 무릎 위에 놓고 화장을 시키고 머리를 땋고는 병적으로 사랑했다고 한다.

이 신동의 가문은 그 덕으로 벼슬도 얻고 재물도 얻었기로 동자과를 두고 귀비슬상에 오른다는 말까지 생겨났을 정도였다.

나라 안에서는 제 아이를 양귀비 무릎에 앉히고자 벽장에 가두고 글 외우기만 시키는 바람에 시름시름 죽어가는 아이들이 생겨나자 동자과를 폐했다고 전한다.

또 송나라 때 중국 요주 땅에 주천석.주천신 사촌형제가 동자과에 급제해 벼슬을 얻고, 황제가 돈 5만금을 내리자 요주 사람들은 다섯 살만 되면 아이들을 새처럼 대바구니 속에 가두어 회초리로 사서삼경만 외우게 했다.

요즈음 소문난 과외선생 인기를 얻듯이 책을 한권 떼면 사례로 전답 한 마지기 값을 웃돌았기에, 닦달로 급제하는 아이보다 죽어가는 아이가 더 많았다 한다. 지금도 자녀의 능력을 인정치 않고 공부만 강요하는 부모도 동자과의 폐단을 알았으면 한다.

최근 충북에서도 학원과 과외 등 학업 때문에 과부하를 감당할 수 없었던 어린 학생들이 자살을 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충북에서만 29명의 학생들이 자살을 했다. 자살동기도 각기 다르지만 그중의 한 요인으로 공부가 자리 잡고 있음을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학업에 눌린 학생들이 자살을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느 것이 맞는지는 모르지만 자살이라는 극단의 선택을 하게 된 어린학생들의 입장에 서서 돌이켜 보았으면 한다.

부모의 마음은 더할 나위 없이 슬프고 괴로울 것이다. 자녀들이 모두 신동이었으면 좋겠지만 각기 타고난 능력과 재주가 다르다는 것은 인정을 해야 한다. 과외라는 환경으로 변화를 주어 이를 극복하려 하지만 모든 일이 사람마음같이 따르지를 못한다.

어릴적 신동도 자라면서 보통아이와 같게 되고, 어릴적 부족한 아이라도 자라면서 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부모는 자녀를 잘못된 길이나 그릇된 길로 가지 않도록 잡아주면 된다.

지난 13일 전국 초ㆍ중ㆍ고교생을 상대로 일제히 학업성취도평가가 치러졌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일부 학부모와 학생들은 시험을 거부하고 야외로 체험학습을 떠났다.

학생들은 어려운 시험대신 즐거운 농촌체험을 떠난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지만 학부모들은 무단결석 처리를 한다는 학교의 방침에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일부 교육단체들은 학업성취도 평가를 앞두고 체험학습이나 시험거부 등을 외치고 다른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이를 따라주기를 바라지만 정작 자기들의 자녀와 자신은 이를 이행치 못하고 있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신동과 같은 학생이 있다면 학업성취도 평가는 있으나 마나하다. 현재의 교육도 중국의 동자과와 비슷한 제도인 조기졸업제가 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공부라는 짐을 지어준 것은 지금의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반성해야 할 주체는 이같은 제도를 만든 기성세대다. 자라나는 학생들을 자살까지 몰고가는 비극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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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