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박물관도 시민의 자산이다

2016.03.17 13:25:01

변광섭

동아시아문화도시 사무국장

3월의 어느 날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캐나다 밴쿠버를 방문했을 때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를 맞으며 밴쿠버대학교의 인류박물관을 앙가슴 뛰는 설렘으로 둘러보았다. 처음에는 대학박물관 관람일정 소식에 시큰둥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로 알려진 밴쿠버에 볼 것이 그리 없을까 싶어 가이드를 원망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나의 이 같은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드넓은 캠퍼스와 숲과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풍경은 단숨에 나그네 발목을 잡았다. 그 중심에 있는 인류박물관은 말 그대로 캐나다의 역사와 문화를 한 눈에 보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원주민들의 삶, 다양한 유물과 유적, 체계적인 자료의 아카이브 등은 그 어디어서도 보지 못한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수많은 사람들로 박물관을 가득 메웠으며, 다채로운 체험과 관람 프로그램, 문화상품 등이 돋보였다.

그날은 밴쿠버의 초등학생들이 곳곳에 앉아 현장학습의 장을 펼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안내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원봉사자였는데 이 지역의 퇴직 교사들이었다. 전시형 수장고라 불리는 샤울라거(Schaulager)도 시선을 끌었다. 유물을 보존하고 복원하는 수복(修復)센터는 종합병원의 수술실을 연상케 할 정도로 흥미로웠다. 대학박물관 하나만으로도 지역의 브랜드가 되고 주민들의 상생과 협력의 공간으로 발전하며 글로벌 콘텐츠기 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최근에 지역의 대학박물관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유물 구입과정에서 부적절한 일들이 있었기 때문인데 언론이나 지역사회가 본질에 대한 질문과 해법에는 소홀히 하고 있음에 아쉬움이 크다. 본질이란 바로 대학박물관의 사회적 역할론이다. 체계적인 발굴조사에서부터 다양한 전시, 교육프로그램, 학술연구 등 대학박물관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앞으로 나가갈 방향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하는데 본질은 온데간데없고 시간은 설렁설렁 흘러갈 뿐이다.

청주의 모든 대학에 박물관이 있다. 고대 유적과 유물을 특성화한 곳도 있고 근대 교과서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보존하고 있는 곳도 있다. 우리지역 발굴현장의 역사를 낱낱이 기록하고 있는 곳도 있으며 아름다운 풍경과 건축미를 자랑하는 곳도 있다. 대학박물관의 특성상 체계적인 조사연구와 보존, 그리고 학술적 가치를 품고 있다. 청주대학교만 해도 수많은 유물을 간직하고 있는 특성 외에 한수이남 최초의 대학답게 오래된 건축물과 아름다운 조경이 일품이고 청주시내를 한 눈에 굽어볼 수 있는 경관까지 갖추고 있지 않던가.

그렇지만 대학박물관은 철저하게 폐쇄적이며 경직돼 있다. 학생들조차 박물관 관람이 쉽지 않다. 정보가 취약하고 내세울만한 프로그램이 없으며 홍보마케팅 또한 부실하기 때문이다. 일반 시민들은 대학박물관이 있기나 한지 관심조차 없다. 이렇게 무슨 사건이 터져야 비로소 대학박물관이 있다는 것을 알 뿐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잊히고 말 것이다.

대학박물관은 교육도시 청주의 가장 큰 자산이다. 울타리 없는 대학을 만들고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박물관 문화를 일구며 그곳의 다양한 시설과 콘텐츠를 통해 차별화된 자원으로 특성화해야 한다. 시립박물관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있는데 대학박물관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상품과 브랜드와 콘텐츠로 주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청주시와 대학박물관이 머리 맞대고 박물관 네트워크를 만들면 좋겠다.

대학은 융복합 창조의 산실이다. 희망을 노래하는 오래된 미래다. 대학과 대학의 박물관을 차별화된 인문학의 숲으로, 시민들의 창작과 문화향유의 바다로, 청주정신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더 나아가 청주를 대표하는 대표 브랜드로 발전시킨다면 대학과 도시 모두에게 유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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