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바람 부는 한류, 충북은 잠자고 있는가

2012.02.23 18:01:30

변광섭

청주공예비엔날레 부장

세상 사람들이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에 주목하고 있다. 한 때는 눈부시게 발전하는 경제성장에 국가나 기업 차원의 관심이 높았었고, 지구촌의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뼈아픈 현실은 세계 각국의 정치권과 이해 당사자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요즘은 한류가 세계 문화판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한류(韓流)는 1990년대 후반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 CCTV에 방영되면서 1억5천만 명이 시청하는 기염을 토하자 중국 공산주의청년단 기관지인 '청년보'에서 한국의 대중문화와 연예인에 빠져 있는 중국 젊은이들의 유행을 경계하는 뜻으로 사용한 것이 시초였다. 이후 H.O.T의 음반이 중국에서 발매되고 남성 듀오 클론이 중국 콘서트를 열었으며 탤런트 안재욱이 북경 공연을 하는 등 드라마 열풍을 타고 중국과 대만 등으로 한류가 확산되었다.

한류 붐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2003년부터 NHK에서 방영된 겨울연가는 일본 중년 여성들에게 젊은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욘사마 신드롬을 만들었다. 남이섬 등 겨울연가 촬영지는 해외 방문객들로 북적였고 이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가 수십조 원에 달한다는 연구보고서까지 나왔다. 필자가 몇 해 전 일본의 시골마을을 투어하면서 식당과 여관을 방문할 때마다 만난 일본 여인 대부분이 욘사마의 광팬이었다. 드라마를 보고 또 보고, 음반도 사서 듣고, 관련 기념품도 구입하고, 동네 아줌마들끼리 만날 때마다 욘사마 얘기가 식을 줄 모른다고 했다. 이 같은 열기는 <천국의 계단>, <가을동화> 등의 드라마가 잇따라 일본과 동남아로 수출되는 교두보를 만들었고 그들에게 전쟁 폐허의 나라 한국에서 로맨틱한 나라 한국으로 재인식하게 되었다.

드마마 <대장금>은 한류의 정점이라 할 것이다. 전 세계 6여 개 국으로 퍼지면서 한국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게 되는 등 외교사절로서의 역할도 톡톡해 해냈다. 맵고 짜고 불결하게만 느껴졌던 한국 음식이 정갈하고 과학적이며 매력 만점이라는 인식의 대전환을 가져왔으며, 이 때문에 세계의 주요 도시마다 한식당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와함께 가수 보아와 동방신기, 소녀시대, 카라 등 개성 만점의 연예인들이 해외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등 그야말로 글로벌 한류의 위세를 떨치게 되었다.

요즘의 한류는 또 어떠한가. 드라마와 K팝이 마치 쌍끌이가 되어 세계 시장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 K팝 아이돌 가수들이 중심이 된 이른바 '신한류'의 등장으로 자칫 한 순간의 유행에 그칠 뻔했던 한류가 뜨거운 용광로처럼 식을 줄 모르며 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동방신기, 원더걸스, 비, 슈퍼주니어, 카라, 샤니, JYJ 등이 일본과 중국은 물론이고 동남아시아와 유럽을 건너 팝의 본고장 미국 한 복판까지 진입하게 되었다. 공연장에는 매회 수만 명의 관중이 운집, 한국인들의 재능미에 흠뻑 빠지고 있다. 이와함께 뮤지컬과 게임, 캐릭터, 한글 등 한국의 콘텐츠산업도 급속도로 성장하게 되었으니 더 이상 동방의 작은 나라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속상한 것은 이 모든 것들이 서울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의 크고 작은 도시들도 한류라는 바람을 등에 업고 세계로, 미래로 달려가면 좋을법한데 구경만 하고 있으니 씁쓸한 마음이 든다. 충북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한국의 중심도시 운운하면서 한류의 변방에서 군침만 흘리고 있다. 충북만의 고유한 삶과 멋을 콘텐츠로 개발하고 상품화 하거나 새로운 문화가치로 재탄생시키면 좋을텐데 모두들 눈치만 보는 것 같다. 마침 올해가 충북민속문화의 해다. 충북을 다시 알고 충북의 문화가치가 세계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비옥한 토양을 만들면 좋겠다. 팍스 로마나의 시대는 가고 팍스 코리아나의 시대가 왔다. 세계인의 마음을 훔친 한류처럼 충북의 정신이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요동치게 하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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