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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10.31 16:23:41
  • 최종수정2022.10.31 16:23:41

지정구

한국은행 충북본부 기획조사팀장

취임 당시만 해도 제2의 마거릿 대처라는 기대를 받았던 리즈 트러스 총리가 영국 파운드화와 국채의 가치를 폭락시킨 책임을 지고 며칠 전 사임했다. 고물가로 고통받는 국민을 위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로 대규모 감세 정책을 내놓았을 뿐인데 이러한 사달이 난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한 해석들은 참으로 동상이몽이다. 진보성향 그룹은 이번 감세안의 혜택이 주로 고소득층에 맞춰져 있었다는 것을 비판한다. '낙수효과는 이제 없다'라는 구호 아래 이럴 때일수록 한계소비성향이 낮은 고소득층의 세금을 올리고 그 재원으로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소득을 보전하든지, 아니면 정부지출을 늘려 불황 탈출을 시도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참고로 한계소비성향이란 소득이 추가적으로 주어졌을 때 그 중에 소비로 사용되는 비율을 의미한다. 평상시 소비가 충분치 못했던 저소득층은 소득이 추가로 주어지면 그 상당 부분이 소비로 연결되기에 일반적으로 저소득층의 한계소비성향이 높다.

반대로 보수성향 그룹은 이번 사태는 감세 문제가 아닌 재정 건전성 악화 문제라고 주장한다. 영국은 지속되는 재정수지 적자로 지난해 말 기준 정부 부채가 GDP 대비 130%로 매우 높은 수준을 기록하였다. 더욱이 브렉시트 이후 무역도 위축된 상태에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금년 상반기에 이미 약 780억 파운드(한화 128조 원)의 무역적자를 기록하였다. 이러한 상태에서 대규모 감세는 정부 재정 및 정부 신뢰도에 큰 악영향을 주었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따라서 지금은 오히려 감세가 아닌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독자 여러분은 누구의 손을 들어주고 싶은가? 본 코너에서 필자는 중립적 입장에서 관련된 지식 하나를 독자 여러분께 전달코자 한다. 그것은 '리카르디안 동등성(Ricardian Equivalence)'이다. 정부가 어떤 사업을 위해 1조 원을 사용해야 한다. 방법은 세금을 더 걷어 충당하거나, 아니면 국채를 발행하는 것이다. 이때 양자 간의 결과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이는 영국의 대표적 고전학파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리카르도가 1820년에 "국가재정에 관한 소고"라는 논문에서 고민한 내용이다. 결론은 이렇다. '아무런 차이가 없음'.

설명은 다음과 같다. 증세를 통하여 정부지출을 늘리는 경우, 국민들은 가처분 소득이 줄기 때문에 지금의 소비를 줄이게 된다. 참고로, 정부지출이 민간소비를 줄이는 현상을 구축(crowding-out)효과라고 부른다. 만약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서 나중에 갚는다고 치자. 합리적 기대를 가진 국민들은 지금 세금을 거두는 것은 아니지만 그 국채의 원금과 이자를 갚기 위해 언젠가 세금을 거둘 것으로 예상할 것이다. 따라서 그에 대비하여 지금의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린다. 즉, 동일한 구축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결국, 정부가 지금 세금을 걷든 나중에 걷든 동일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물론 현실에서 완벽한 리카르디안 동등성이 관찰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저소득 가구는 정부가 국채를 발행한다고 해서 미리 저축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 또한, 사람들은 몇 년 후에 발생할 세금을 당장 신경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정책 저항도 작고 따라서 구축효과도 작은 국채 발행이 선호되었다.

하지만 리카르디안 동등성이 시사하는 바를 잊어서는 안 된다. 경기침체기에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쌓인 국채는 언젠가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 따라서 호황기 때 미리 정부의 부채를 줄여놓지 않는다면 부채는 계속 쌓이게 되어 향후 정부의 부채 상환 능력뿐만 아니라 불황 발생 시 정부의 대응 능력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의 의구심마저 높아지게 된다. 만약 어떤 우발적인 사건으로 정부 신뢰도 추락의 방아쇠가 당겨진다면 멀쩡하던 정부도 속수무책으로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것이 며칠 전 영국 정부발(發) 금융시장 패닉이었다.

사실 리카르도는 자신의 이론에 대해 큰 확신이 없었다. 즉, '리카르도 동등성'을 본인도 잘 믿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날 그가 살아 있다면 트러스 전(前)총리에게 이와 같이 말했을지도 모른다. "사실은 나도 긴가민가했었는데, 자네 일 때문에 내 생각이 어느 정도는 옳았다는 생각이 드는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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