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원경미

청주 풍광초 학교운영위원

독자위원칼럼- 한바탕 소용돌이 날마다 신혼의 단꿈에 젖어 사는 신혼부부들에게도 어쩌다 한번 쯤 불화가 없다면 거짓일 것이다. 전혀 다른 생활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맞추고 살아갈려니 어찌 불화가 없을까? 우리 집이 세상에서 전부인 양 자라온 나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남들보다 늦었던 결혼, 더구나 삼십대를 코앞에 둔 이십대 후반에 감성적이라기보다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이성이 단단히 자리를 한 결혼이라 생각하고 시작한 신혼생활.

둘 사이에 문제가 생겨 투닥거리기 보다는 결혼한 주부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고개를 내두른다는 시댁이 문제가 되었다고 말하고 싶을 때가 있었다.

깨소금 볶는 냄새가 날 정도로 행복한 신혼 때에 유달리 부부싸움이 잦았던 우리들. 평소에 꼼꼼하고 세심한 성격이었던 나는 사소한 것 하나도 흘려버리지 않았던 탓에 집안일, 시댁일, 직장일등에 무척 민감하게 반응을 보였다. 특히 시댁문제만 나오면 지금은 별것 아니지만 그때는 이상하리 만치 민감했다.

어느 명절 즈음인가· 늦은 저녁에 서둘러서 시댁이 있는 단양으로 남편과 나는 차를 몰고 시골로 향했다. 지금이야 박달재 터널이 뚫려서 시간도 단축되고 길도 좋아졌지만 그때는 3시간가량 달려야 겨우 신 단양에 도착할 수 있는 먼 거리였다. 도로도 산길을 닦아서 낸 길이라 그런지 가는 도중 구불구불한 길로 인해 중간에 먹은 음식들을 밖으로 쏟아내야만 했던 참 고된 길이었다. 그날도 멀미로 인해 지칠 대로 지친 나는 시댁에 도착했어도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부엌으로 향했다. 늦게 왔다는 송구스러움과 멀미에 고생한 속으로 울렁거림을 참으며 전을 부치기도 해야 해서 친정이면 이렇지 않을 텐데 하는 서러움과 분위기가 어쩐지 냉랭하다는 것이 못마땅하기도 했지만 그럭저럭 어울려서 보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문제가 생겼다. 낯선 곳에서는 영 적응이 안 되는데 20여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한 방에서 같이 잔다는 걸 여태껏 상상이나 해보았겠는가· 방 한 구석에 쪼그리고 잠을 청하려고 노력을 했지만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리뒤척 저리뒤척하던 끝에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야밤에 도주를 하듯이 시댁을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쏜살같이 모텔을 찾아 나섰다. 다행히도 신단양은 관광지로 유명하기 때문에 숙박할 곳은 아주 많았다. 모텔로 들어선 순간 왜 이리도 승리감에 마음이 벅차고 신이 나던지지.

욕조에 물을 받아 샤워도 하고, 냉장고를 열어 시원한 맥주도 꺼내 마시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덕분에 아주 깊은 잠을 잘 수가 있었다.

새벽에 일찍 들어가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눈을 떠보니 이게 어찌된 일인지. 시계 바늘은 열심히 달려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부랴부랴 서둘러 시댁으로 들어가니 이게 웬일인가· 호되게 혼날 줄 알았는데 모두들 아무 일 없었냐며 죽은 사람 살아 돌아오듯 아주 반가워 하셨다. 내가 없어진 뒤로 지금껏 삼삼오오 짝을 지어 그 넓은 신 단양을 밤새도록 찾으러 다니느라 날 밤을 새우셨다니 차마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신랑을 비롯하여 시아버지, 시어머니, 고모, 삼촌 등 나의 황당한 고백을 듣고 어이없어 하시며 한바탕 웃고 말았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그 후로는 시골엘 가도 덜 고생스럽기도 하고 적응도 되었지만 여전히 화장실 앞에선 고민이다. 언제고 시간이 지나면 적응할 수 있을까?
배너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