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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8.05 15:50:16
  • 최종수정2018.08.05 15:50:16

서승우

행정안전부 자치분권정책관

1900년대 초반, 미국 사우스다코타 주와 오리건 주를 필두로 전파된 주민발안제는 일종의 '무혈혁명'이었다. 상원의원 직접 선출, 예비선거 주민참여, 여성참정권, 주민소환제, 부패방지법 도입 등 당시로선 혁명적인 정책들이 주민발안을 통해 도입됐다. 1999년 우리나라도 주민이 지방의회에 조례의 제·개정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이러한 역사적 흐름에 동참했다. 주민조례 청구는 아이들의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학교급식 지원조례'나 청년의 권익증진과 지역사회 참여를 지원하는 '청년 기본조례'처럼 새로운 정책방향을 선도하였다. 영유아 보육지원, 작은 도서관 설치같이 주민 생활환경을 직접 바꾸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주민발안제가 주민을 지역의 주인으로 만들어줬냐고 물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선뜻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장밋빛 기대와 달리 주민발안제가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주민발안을 성사시키기 위한 장벽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주민발안을 하려면 제한된 기간 내에 일정 수 이상 주민의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수천 명에서 많게는 10만 명에 가까운 서명을 받아야 한다. 생업에 종사하는 일반 주민이 달성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높은 장벽의 결과는 어땠을까? 미국의 사례를 보자. 전문 서명수집업체가 등장했고 훈련된 유급요원들이 활동한 법안이 주민발안 법안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주민발안 상정에 통상 50만 달러, 심하면 100만 달러 이상이 소요됐다. 그 결과 주민발안제는 자금력을 가진 기업, 정치인, 특수이익집단의 전유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이유로 주민 조례청구가 연평균 13건에 그치고 있다. 주민들이 현재 상황에 만족하거나 참여의지가 부족해서일까?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이 24만 건을 넘고, 자치단체 주민제안 홈페이지에 수많은 제안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주민발안이 높은 장벽에 막혀있는 동안 보다 간편한 온라인을 통해 주민들의 참여요구가 분출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지난 1월 '온라인 주민조례 청구 시스템'(www.ejorye.go.kr)을 도입해 전국의 주민조례 제안현황을 한눈에 확인하고 공인전자서명으로 서명을 대신할 수 있도록 하였다. 서명 수집을 위한 조직, 시간, 자금이 없는 주민도 정책을 제안하고 온라인을 통해 주민 동의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향후 이 시스템을 명실상부한 온라인 주민참정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계획도 마련하였다. 서명뿐 아니라 제안단계부터 모든 절차를 온라인과 모바일 기기로 가능하도록 하고, 법률 지식이 부족한 사람도 손쉽게 조례안을 만들 수 있도록 인공지능 입안지원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댓글, 토론 기능을 추가해 온라인상에서 찬반투표를 넘은 심도 깊은 논의도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온라인 주민발안의 활성화가 우리 지방자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필자는 정책결정의 축이 자치단체에서 주민에게 넘어가는 한국 지방자치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주민발안을 염두에 둔 단체장과 지방의원은 항상 주민의 뜻을 헤아리게 될 것이고, 주민들이 직접 제안한 새롭고 참신한 목소리들도 정책이 될 것이다. 이는 본격적인 자치분권 시대에 앞서 자치분권의 과실을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아닌 주민이 누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변화라 생각한다.

혹자는 주민발안이 대의제를 훼손하고 포퓰리즘을 조장한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미국의 철학자 존 듀이(John Dewey)가 "민주주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행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듯이, 온라인 주민발안을 통해 주민견제가 강화되고 참여요구가 충족될 때 대의제는 더 건강해지고 주민참여와 상생하는 진정한 자치분권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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