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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근

청주시 흥덕구 세무과 주무관

올 봄에는 유난히 비가 내리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단비를 애타게 기다리며 한 해를 보냈을 것 같다. 가뭄이 극심한 농촌지역에서는 밭작물이 타들어가 말라죽고 물대기가 빠듯한 논에서는 논농사조차 포기해야 할 지경으로 힘겨운 하루하루가 계속되고 있었다. 당시 산불에 대비해 비상근무 중이었던 나도 가문 땅에 단비가 내리기를 몹시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기다리던 비가 내렸다. 당연히 반가운 비 일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상황은 달랐다. 쏟아 붓는 듯 콸콸.. 하늘에 구멍이 난 것만 같았다. 그토록 많은 비가 순식간에 집중적으로 내릴 줄 몰랐다.

높은 지대의 주택들은 그래도 안심이 됐으나 낮은 지대의 주택들은 내리는 비에 물속에 잠기고야 말았다. 어렸을 적 장마철에 무심천 제방 옆까지 넘실대며 흘렀던 냇물이 문득 생각이 났다. 그 당시 서문대교 다리 중앙 한 가운데가 주저앉은 처참한 광경이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무시무시한 장마 비의 위력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비는 그치지 않고 계속 내려 간선 도로 위를 흐르는 빗물이 동네 골목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점점 수위가 높아지고 어른 배꼽아래에 까지 물이 차면서 저지대의 주택들은 방 안까지 물이 차올라 오고 있었고 주민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서문대교 바로 밑까지 차오르고 있던 하천도 범람할지 모른다는 두려움까지 생기기 시작했다. 무심천 냇물이 넘치면 동네는 물론 저지대는 홍수로 물바다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대피를 해야 하나 하는 마음의 준비도 하고 있었으나 다행히 새벽부터 내리던 빗줄기는 오후 들어서부터 가늘어지더니 마침내 멈췄다. 다행히 물난리는 여기서 끝이 났지만 배수가 잘 되지 않았던 동네 골목은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그러다 잠시 시간이 흘렀을까 여기저기 수해를 입은 자와 입지 않은 자 할 것 없이 복구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양수기를 구해와 전기를 연결하고 골목 구석구석에 가득 차있는 빗물을 빼내는가 하면 빗물에 쓸려나온 대형 냉장고를 여럿이 힘을 합쳐 번쩍 들어 제자리에 가져다 놓기도 했다. 집안 곳곳 물에 잠기고 진흙탕으로 뒤범벅이 된 가재도구를 정리하고 도로에 엉겨 붙어있는 진흙을 씻어 내면서 복구는 빠르게 진행됐다. 마침내 손발을 걷어붙이고 구슬땀을 흘린 결과 수해의 상처가 조금씩 치유돼 갔다.

수해를 겪으면서 많은 주민이 공포에 떨기도 하고 복구에 지치고 힘든 하루였다. 하지만 너나 할 것 없이 아픈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발 벗고 나서준 이웃들은 우리 공동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줬다. 고통을 나누고자 다가와준 그 마음들에 눈시울이 붉어지고 가슴이 뭉클해져 온다. 이번 비로 수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당신이 있어 위안이 되고 감사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당신은 귀한 존재입니다.' 이정하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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