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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최고봉 말레이시아 키나발루산 (4,095.2m)

‘바람아래의 땅’엔 신비감 마저…

  • 웹출고시간2008.10.02 18:24:0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1년에 5mm씩 솟아오른다는 키나발루산 남봉(3,921m)의 빼어난 위용. 강풍에 밀린 구름이 가렸다 벗어났다 하길 수없이 반복하며 좀처럼 그 자태를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보여주질 않았다. 남봉은 일반인의 산행이 금지돼 있다.

사람들은 묻는다. 왜 힘들게 산에 오르느냐고. 사람들이 대답한다. 산이 거기 있으니까. 또는 내려오기 위해서 오른다고. 우문(愚問)에 현답(賢答)일까, 아니면 우문에 우답(愚答)일까.

산은 이제 과거처럼 정복의 대상이 아니다. 정상정복이란 인간의 무지와 오만이 만들어 낸 말 일 뿐이다. 인간이 어떻게 자연을 넘는단 말인가. 그래서 겸손하게 산행이란 말이 만들어졌다. 산이 소유와 정복의 대상이 분명 아닐지언데 하물며 그 산을 품고 있는 자연을 정복 운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바람아래의 땅'. 말레이시아의 보르네오섬 사바주의 주도(州都)인 코타 키나발루를 대표하고 있는 동남아 최고봉 키나발루산의 또 다른 이름이다. 해발 4,095.2m로 소수점이하 20cm까지 표기하는 전세계 유일한 산인데 그 이유는 바다에서 융기돼 지금도 매년 5mm씩 솟아오르기 때문이라는 것. 또 4천미터가 넘는 고산이지만 북위 6도로 적도 근처에 위치하기에 만년설이 없어 4천미터가 넘는 산 중 제일 오르기 쉬운 산으로도 알려져 있다.

키나발루산을 끌어안고 있는 키나발루 국립공원은 754평방킬로미터로 싱가포르 보다 면적이 더 넓다.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식물이 서식하는 관계로 지난 2000년 말레이시아 최초로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 산봉우리중 남봉 (3,921m)은 말레이시아 화폐인 1링킷에도 도안된 봉우리이다.

키나발루산은 아무나 쉽게 오를 수 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아무나에게 정상을 허용 안하는지 모르겠다. 해발 고도가 4천m가 넘기에 고소증세를 겪는 사람은 오르고 싶어도 못 오른다. 대개 4-5명중 1명꼴로 정상행을 포기한다고 한다. 엄격한 공원측의 자연보호 시책에 의해 하루 입산인원을 150명 이내로 제한하고 있어 등산허가를 받으려면 예약이 필수이다. 산행을 하려면 반드시 현지 가이드를 동반해야 한다.

키나발루산을 완등하는데는 보통 이틀이 걸린다. 3월과 4월이 산행에 제일 좋고 11월과 12월은 몬순기이므로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산행은 일반적으로 크게 메실라우(Mesilau) 트레일과 서미트(Summit) 트레일로 나뉘는데 메실라우 트레일은 최근 개발된 코스로서 서미트 코스보다 1km 정도 더 길다. 메실라우 게이트(2,000m)에서 산행을 시작하거나 서미트 코스의 시작점인 팀폰게이트(해발 1,866m)에서 출발해도 각각 4개의 쉼터를 지나면 2,740m 지점인 라양라양(제비서식지라는 뜻)에서 만난다.

여기에 다다르는 동안 계속 오르막길 속에 구불구불 튀어나온 나무뿌리를 계단삼아 바람을 맞으며 걷다보면 주위는 어느새 축축하고 이끼 낀 깊은 숲이다. 하늘에 떠가는 구름, 그리고 식충식물인 네펜티스(Nepenthes)등 희귀한 주변 식물들에 취하다 보면 쉼터들이 나온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마련된 식수대의 물한잔으로 가쁜 숨을 진정시키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라양라양에서 합쳐진 등산로를 따라 하룻밤 묵을 라반라타 산장까지는 약 2km 정도 인데 이곳을 향해 정상에 한걸음 한걸음 다가설수록 은회색 빛깔의 구불거리고 꼬여있는 산길에 나무껍질들이 피부를 드러낸 숲속을 지나게 된다. 최근 날씨가 좋았다고 했는데 이날은 이쯤에서 적지 않은 양의 비를 만났다. 해발 3,200m에 이르면 헬기장이 있고 1851년 최초로 키나발루산에 오른 휴고 로 라는 사람 일행이 묶었다는 파카(paka) 동굴도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출발지에서 해발 3,273m의 라반라타산장 까지는 6시간 안팎이 소요되는데 좀 늦게 도착해도 예약이 돼있으면 먹고 자는데 아무 제약이 없다. 이 산장은 다인용 침대와 뜨거운 물이 나오는 샤워시설, 그리고 식당이 마련돼 있는데 일찍 도착하면 고소적응을 위해 몸을 따뜻하게 하고 가볍게 산책 등을 하는 게 좋다.

저녁을 먹고 다음날 새벽 정상산행을 하려면 평소보다 빠른 시간에 잠자리에 든다. 그러나 눈을 붙이려고 해도 고소증세가 있으면 머리가 아프고 속이 메스꺼워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도 다수 있다.

정상인 로우 봉에서의 일출을 보기위해 새벽 2시에서 3시사이 산장을 나선다. 정상까지 도상거리는 3km. 보통 3시간 정도 걸리지만 개인의 건강상태나 날씨에 따라 다르다. 칠흙같은 어둠속을 손이나 이마에 랜턴을 밝히고 앞사람의 불빛만 보고 따라가는 행렬이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곳곳에 사다리나 손잡이 난간, 밧줄 등이 있어 산행을 돕는다. 약 1시간 정도 밤길을 오르면 해발 3,668m의 사얏사얏(Sayat- sayat) 게이트가 나온다.

이곳에서 공원이 개인별 발급한 목걸이 인식표와 명단을 확인하고 철문을 통과해야 비로서 정상에 한발 가깝게 다가서게 된다. 여기부터는 벌거숭이 화강암 길이 정상까지 이어진다. 가장 힘이 드는 구간이다. 벌어진 돌틈으로 바닥에 깔린 나무와 풀들이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공원측에서는 산행의 안전을 위해 굵은 로프를 정상까지 바닥에 깔아놓아 이 줄을 잡거나 따라가면 된다. 물론 사람에 따라 고소증세가 더 심해져 중간중간 구토를 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렇게 한 시간여 이상을 올라가다 보면 희미한 여명과 함께 기묘한 봉우리들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한다. 정상이 가까워 오는 것이다. 기온은 0도 안팎에 사람을 날려버릴 것 같은 강풍이 사정없이 몸을 때린다.

최종 목적지인 로우 봉(Law s Peak)에 도달해 증명사진(?)을 찍고 몸을 웅크린 채 일출을 기다리다 보면 서서히 찬란한 태양이 떠오른다. 봉우리를 감싸안았다 금방 사라지는 운무의 현란한 변신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맑은 날에는 발아래 한눈에 펼쳐진 사바 전 지역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로우 협곡은 16km 깊이로 쪼개어진 바위 틈이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1천미터 이상의 절벽을 내려다 보는 아찔한 경험도 할 수 있다. 이 협곡은 보르네오 최고봉인 로우 봉을 동쪽과 서쪽 고원으로 나누고 있다. 정상 말고도 동쪽엔 킹 에드워드 봉(4,086m)와 킹 조지 봉(4,062m)등이 있다.

서쪽엔 빅토리아 봉(4,090m) 당나귀 귀 봉우리( Donkey Ears Peak 4,054m) 남봉(South Peak 3,921m)등 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이 봉우리들은 일반인의 산행이 불가하며 전문가들도 반드시 공원관리소 허가를 받고 로프 등의 전문장비를 갖춘 후 등반을 해야 한다.

일출과 함께 장엄한 광경을 눈에 담았다면 이제 올라온 길을 따라 하산해야 한다. 산행은 오르는 것 보다 내려가는 것이 힘든데 키나발루산은 중간 업 다운 없이 출발점까지 계속 내리막길이기에 더 그렇다.

요즘 같으면 일출이 6시30분 정도이기 때문에 산장까지 내려오면 8시 정도 된다. 식당에서 간단한 아침을 먹은 뒤 짐을 챙겨 본격 하산을 하게 되는데 계속 내리막길에 너덜지대가 많아 약 3시간 정도가 걸려야 팀폰 케이트나 메실라우 게이트에 도착하게 되는데 무릎이 비명을 질러댄다.

하산 후 공원사무실에 들러 정상을 밟았다는 가이드의 확인을 거친 정상완등증명서를 받으면 1박2일의 산행이 마무리 된다.


/이 정 논설실장

다양한 동식물 서식‘생태계 천국’

산행길 곳곳에 돌이나 나무뿌리에 공원 측이 미끄럼 방지를 위해 홈을 파놓았다. 돌은 이해가 되지만 나무뿌리에까지 그래 놓은 것은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다.


산행중 흡연 허용 ‘의아’

키나발루산은 생태계의 천국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저지대에 서식하는 오트나 진달래속(屬)의 각종 화목, 침엽수림부터 고산 목초지에 서식하는 식물까지 정말 놀랄만큼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그래서 공원측은 환경보호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공원측은 산장까지 가는 길목의 7개 쉼터에 식수탱크를 마련해놓고 있으며 수세식 화장실을 설치해 놓았다. 화장실에 쓰인 물은 관을 타고 내려와 공원측이 마련한 정화조를 통해 처리가 된다.

또한 우리나라와 다르게 쓰레기통을 비치해 놓았는데 이들 쓰레기는 현지 가이드 들이나 포터들이 수거 해 하산한 뒤 모아 처리한다고 한다.

또 하나는 산행 중의 흡연이 자유롭다는 점이다. 현지 가이드들은 쉴 때마다 담배를 입에 물고 있다. 우리나라 애연가들이 매우 좋아할 것 같다.

그런데 국립공원 안내판과 라반라타 산장 입구에는 '발자국과 사진외 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말라'고 써있다. 뭔가 잘 안맞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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