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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명월 산경탐사Ⅰ- 한남금북정맥을 가다 ⑨

‘딸 아홉 전설’얽힌 구녀산을 뒤로 한 채…

  • 웹출고시간2008.09.11 21:49:4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앉아있는 거북처럼 생긴 좌구산(657m). 청원군 미원면과 증평군을 가르는 좌구산은 청주·청원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다.

하늘이 높다. 가을이 왔음을 알린다. 하지만 여전히 햇빛은 계절이 가고 오는지를 모르는 양 강렬하다. 올해는 유난히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다더니. 하지만 늦더위는 가을걷이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고 하니 그리 밉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렇게 여름과 가을 계절의 갈림길에서 8차 ‘청풍명월산경탐사’는 시작됐다.

8차 구간의 시발점은 청원군 북일면과 미원면을 가르는 이티재에서 시작한다.

이티재라는 말이 재미있다. 엉뚱한 사람은 이곳이 공상영화에 나오는 외계인 ‘이티’를 말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그런 뜻이 아니다. 옛날에는 이 고개를 넘을 때 이틀에 걸쳐서 넘는다고 해 ‘이틀재’라고 불렀고, 다시 ‘이티’로 변음된 것이라고 한다.

이티재 유래를 뒤고 하고 올라선 구녀산성 가는길. 길은 푹신하고 넓다. 이 곳도 근방에서 찾는 많은 산행객들로 산길이 잘정비돼 있다. 오름과 내림도 그리 심하지 않고 편한 숲속길을 따라 발 끝에 힘을 주면 20여분만에 구녀산(484m) 정상에 다다른다.

구녀산은 다소 으스스한 전설이 전해진다. 옛날에 아들 하나와 딸 아홉을 거느린 홀어머니가 있었는데 이들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생각다 못한 어머니는 10남매에게 딸 아홉은 성을 쌓게 하고 아들은 나막신을 신고 서울을 다녀오도록 해 만약 성을 다 쌓기전에 아들이 오면 딸 아홉이 죽기로 하고 반대가 되면 아들이 죽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성이 다완성되가는데도 아들이 돌아오지 않자 어머니는 꾀를 냈다. 딸들에게 팥죽을 먹어가며 쉬엄쉬엄하도록 했고, 결국 뜨거운 팥죽을 먹는 동안 아들이 돌아와 딸 아홉은 성위에 올라가 몸을 던져 죽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산정상 뒤편에는 두줄로 배열된 11기의 묘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구녀산은 예부터 음기가 강한 산으로 전해져와 이 곳은 무속인들이 즐겨찾는 굿판장소로도 유명하다.

‘전설따라 삼천리’가 돼버린 탐사 덕에 발걸음은 어느새 분젓치에 달한다.(구녀산 정상부터 분젓치까지는 내림길로 그다지 어렵지 않음) 이티재를 출발한지 1시간여만에 다다랐다. 분젓치는 증평군과 청원군 미원면을 가르는 고갯길로 수년전까지만해도 비포장도로였지만 이제는 아스팔트길이 산뜻하게 포장돼있다. 또 고개마루에는 ‘좌구정’이라는 정자가 증평쪽 삼기저수지를 향해 ‘의젓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분젓치를 뒤로 하고 정맥 줄기를 올라선다. 키를 넘는 풀섶을 헤치며 20여분 오른다. 멀리 왼쪽 방향으로 증평시가지가 눈에 잡힌다. 가을옷으로 갈아입을 채비를 갖춘 들녘이 정겹게 다가온다. 산길은 온통 도토리가 지천이다. 얼마나 많은지 도토리에 미끌어질 정도다. 시간만 있으면 도토리도 줍고 퍼질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련만. 쓸데없는 상상을 하다보니 발걸음은 어느덧 531m봉에 달했다. 여기서 정맥줄기는 방향을 오른쪽으로 크게 튼다. 사방이 산뿐이다. 차츰 고도를 낮춰가던 발걸음은 방고개를 앞두고 뚝 떨어진다. 그래도 산길은 그다지 험하지 않다. 육산산행의 묘미를 제대로 느끼게 한다.

방고개는 청원군 미원면과 증평군 점촌을 연결하는 고갯길이다. 방고개는 오히려 분젓치보다 이용객들이 많았으나 지금은 분젓치가 말끔하게 포장되는 바람에 고즈넉한 고갯길로 바뀌었다.

방고개를 뒤로 하고 다시 정맥줄기로 들어선다. 아마도 오늘산행의 백미인 좌구산 오름길이다. 좌구산은 증평군과 청원 미원면 경계에 서있는 657m의 봉우리로 청주 청원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다. 한남금북정맥 구간중에서도 속리산 구간을 빼면 높은측에 드는 산이다. 산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거북이가 앉아 있는 형상이라고 해 좌구산이라고 한다.

분젓치 좌구정에서 바라다 본 증평 삼기저수지와 증평읍 일대.

방고개에서 좌구산까지는 대략 2㎞. 등산로는 무척 잘정비돼 있다. 인근 증평군에서 좌구산 개발을 위해 나름대로 신경을 무척이나 썻기 때문이다. 곳곳에 안내판과 안전산행을 위한 줄도 설치해놓았다. 입구에는 삼림욕을 즐길 수 있도록 해변가에서나 볼 수 있는 의자가 마련돼 있다. 마치 한적한 산림욕장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이런 호사스런(?) 생각은 잠시뿐이다. 코가 땅에 닿을 듯한 등로는 땀을 한바가지나 쏟게 만들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등로에 오르니 또 올라야 할 등로가 눈을 가로막는다. 다리에 힘을 주고 다시한번 팍팍한 발걸음을 옮긴다. 입에서 단내가 난다. 여기가 정상인가 싶어 멈춰서니 538m봉. 정맥길은 여기서 다시 내려선다. 겁이 더럭난다. 또 얼마를 올라야 할지. 역시 또 한번의 된오름이 시작됐다.

이윽고 고도가 높아지면서 주변 풍광이 아래로 보인다. 나무사이로 지나온 정맥 마루금이 선하다. 휴~하는 탄성과 함께 ‘청원제일봉’이라는 앙증맞은 표지석이 설치된 좌구산 정상에 올랐다. 탁 트인 시야는 아니지만 걸어온 정맥길이 보이고 증평방향도 어릿하게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8차구간의 종착지인 질마재까지는 3㎞ 그리먼거리는 아니지만 길은 괴롭다. 몇해전 난 산불로 이 구간은 벌목이 이뤄졌고 그 탓인지 풀이 사람키를 넘어 장대처럼 솟아있다. 풀을 헤치고 나가는 발걸음이 더디다. 길게 자란 풀이 발목을 잡는다. 가시나무에 찔리고 긁히고 마치 정글을 헤쳐나가듯 전진했다.

30여분 사투(?) 끝에 길은 다시 평온한 숲길로 바뀐다. 10여분 능선을 따라 내려서분 세작산갈림이 나오고 이곳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다. 오른쪽으로는 여전히 청원군 미원면, 왼쪽은 증평군을 끼고 정맥길은 이어진다. 드디어 오늘 산행의 종착지 괴산군 청안면 질마재. 마치 누군가 기다리고 있을 것같은 느낌의 질마재. 하지만 그런 낭만적인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청안과 청천을 오가는 고갯길은 이따금 힘겹게 고갯마루를 지나는 차량들만이 한낮의 정적을 깨우고 있었다.


/특별취재반
한남금북정맥 8차 탐사 이티재에서 질마재 구간에서 가장 가볼만한 곳은 단연 초정약수를 꼽을 수 있다.

청원군 북일면 초정리에 있는 초정약수는 이티재에서 내려다 보이는 곳으로 청주 청원지역 주민들은 물론 세계3대 광천수로 알려지면서 전국적인 명소가 된 곳이다.

초정리 광천수는 세계 광천학회에서 미국의 샤스터, 영국의 나포리나스와 함께 세계 3대 광천수(鑛泉水)로 꼽고 있다.

또 초정리 광천수는 6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세계적인 광천수(F.D.A. 인정)로 조선 세종대왕 26년(서기 1444년) 3월 2일에는 왕이 친히 이곳에 행차해 60일간 머물면서 안질을 치료하였고, 세조대왕께서도 이곳에서 질병을 치료하였다고 전해진다.

초정약수 영천

동국여지승람 청주목 산천에서는 ‘淸州에서 東쪽으로 39里에 매운맛이 나는 물(椒水)이 있는데, 이 물에 목욕을 하면 피부병이 낫는다’고 하였고, 이수광의 지봉유설(芝蜂類設)에는 ‘우리나라에 많은 초수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경기도 광주와 청주의 초수가 가장 유명하다’고 기록돼 있다.
예로부터 7~8월 한여름에는 초수의 약효가 제일 좋다고 해 복날과 백중날에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찾아와 목욕을 하며 더위를 식혔다.

이러한 유서깊은 초정약수를 알리기 위해 해마다 10월초에는 청원군민의날을 겸한 세종대왕축제가 열린다.

문화예술과 체육진흥을 위한 다채로운 행사가 준비돼 청원 군민 모두의 친목과 화합을 다지고,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이 서로 어울리는 축제의 한마당으로 자리잡았다.

이 곳에서 또하나의 명물은 광천으로 목욕을 하는 것이다. 인근에 약수원탕이라는 이름의 목욕탕이 여러곳 있다. 이 목욕탕의 특징은 탕속에 들어가면 물에 녹아있는 탄산 때문에 아랫도리가 따끔따끔하다는 것이다. 외지인들은 이런 느낌을 놀라와 하면서도 대체로 즐겁다는 표정이다. 정맥을 탐사하거나 인근 지역을 산행을 한뒤 이곳에서 피로를 풀면 그만이다. 그래서 청주사람들이 외지사람들을 초청해 주로 안내하는 곳으로 각광받고 있다.

초정에는 또 충북의 대표적 향토기업인 ‘충북소주’도 자리잡고 있다. 술맛을 가름하는 것이 물맛인 만큼 주류회사에 이 곳에 터를 잡은 것도 초정약수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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