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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10.30 16:05:55
  • 최종수정2016.10.30 16:05:55

편집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충북 공예마을들을 효율적으로 꿰어 공예의 가치를 상승시킬 때다. 2017년 개최되는 '10회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20년의 역사를 맞는다. 공예비엔날레와 공예마을, 공예작가와 공예시장을 유기적으로 묶을 수 있는 '원소스 멀티유즈(One-Source Multi-Use)' 전략의 공예클레스터 구축이 필요하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 충북 공예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진단했다.
[충북일보] ◇변광섭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창조경제팀장
청주를 대표하는 공예콘텐츠가 타 지역에 비해 열악한데도 공예비엔날레 하나 때문에 공예도시라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원주 한지, 이천 도자기, 통영 옻칠, 강진 청자, 청송 백자 등 지역마다 그 지역을 대표하는 공예브랜드가 있다. 하지만 청주는 이렇다 할 대표상품 하나 없이 공예비엔날레 하나만으로 20년을 달려왔다. 청주를 대표하는 공예문화상품 개발, 대표 콘텐츠 특화, 공예클러스터와 공예마을 육성, 이와 연계한 교육프로그램 차별화, 글로벌 마케팅 등이 과제로 남아 있다.

금속, 도자, 목칠, 섬유, 유리 등 공예의 전 장르를 망라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지구촌에서 최대 규모다. 특히 매회 점진적인 성장과 확산이 지속되면서 공예문화를 새로운 지평을 여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진정한 국제행사인가를 묻는 질문에는 시원한 답을 주기 어렵다.

전체 관람객의 대다수가 내국인이고, 이중 상당수가 청주지역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국제행사의 성공 조건은 세계 각국의 수준 높은 작품 전시, 국제사회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전시기획, 그리고 세계인이 즐겨 찾고 공감하는 행사가 돼야 하는데 갈 길이 멀다. 베니스비엔날레는 그 자체만으로도 세계인이 가보고 싶은 행사, 세계인이 주목하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내년에는 10회째를 맞는다. 지난 9회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발전과 도약의 기회가 돼야 한다. 터닝포인트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청주만의 특화된 공예콘텐츠를 만들고 공예클러스터를 조기에 구축하며 공예비엔날레와 공예산업 육성을 위한 전문시스템 구축 등이 선행돼야 한다. 외형적인 성과가 아닌 내실있고 지속적인 공예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어느 시대든 공예는 고단하고 열악했다. 하지만 국가와 민족의 문화 DNA를 품고 있기 때문에 사명감으로 버텨왔고, 시대마다 고유의 삶과 멋을 그 속에 담았다. 한 나라의 전통문화의 핵심은 바로 공예인 것이다. 인프라의 문제라기보다 시스템과 문화환경의 문제로 봐야 한다. 산업화, 자본주의화된 이 시대의 공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

뛰어난 장인정신을 갖고 있지만 기계화에 밀리고, 자본에 밀리고, 마케팅에 밀리는 등의 현상이 반복되면서 명맥을 유지하기도 힘들게 됐다. 정책과 자기개발, 특성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정책이란 시대정신에 맞는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을 말하며, 자기개발은 공예인 스스로가 차별화된 디자인이나 기법으로 주목받을 수 있도록 역량을 개발하는 일이다. 특성화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 수공예과 산업화의 조화, 스토리텔링과 브랜드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도내에서 각종 공예 관련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 그중 공예클러스터는 옛 청주연초제조창에 들어선다. 창작, 교육, 전시, 유통 등 상설화된 공간으로 세계인의 공예무대가 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공예비엔날레를 장기간 개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청주권에는 진천공예마을 등 10여 개의 크고 작은 공예마을 또는 예술촌이 있지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공예디자인창조벨트 사업은 이들 공예마을을 특성화하고, 문화상품을 발굴하고, 지역작가의 역량을 높이는 사업이다. 지역의 공예마을이 건강하고 특성화될 때 지역문화가 함께 풍요로워지는 것이다. 그 시작이 공예디자인창조벨트다. 기존의 환경과 시스템을 활용하고 특성화하는 노력 없이 새로움 추구할 수는 없다.


일차적으로 청주·진천·증평·괴산·보은 등 중부권 5개시군의 공예마을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 이들간의 교류와 협력을 활력화시키고 휴먼네트워크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야 한다. 공예인끼리 뭉치고,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공예가 위기라고 하지만 지금이 바로 기회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견인하는 것은 문화이고, 문화 중 공예는 시대정신을 담고 있으며 삶의 향기를 만들고 있어서다. 공예시민운동도 필요하다. 가정·직장마다 공예적 환경을 만들고 1인 1품 운동을 전개하는 것도 좋다. 청주만의 멋과 향기로 가득한 공예도시가 일구어지길 바란다.

◇김기종 도예가·한국도예협회 이사
'공예도시 청주'라고 알리기 전에 사람들이 '청주는 공예도시'를 인지하고 자연스럽게 찾아오도록 해야 한다. 전주엔 한옥마을이 있어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사계절 내내 줄을 잇는다. 횡성의 한우마을 역시 계절에 관계없이 관광객이 알아서 찾아든다. 청주가 다른 도시로 가기위한 경유지가 돼서는 안 된다. 공예도시 청주를 앞세우기 전 대한민국의 공예를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도시라는 이미지를 갖춰야 한다. 제대로 된 공예 관광코스하나 변변치 못한 상황에서 공예도시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지 묻고 싶다. 현실은 제자리걸음에 그치고 있다.

1999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1회부터 지난 9회 행사까지 꾸준히 작가로 참여해왔다. 아직도 첫 회를 준비하며 설렜던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 지역에 국제공예비엔날레가 개최된다는 자부심과 청주 공예발전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꿈꿨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여 년간 9회에 걸쳐 열린 공예비엔날레에 쏟아 부은 예산 대비 성과는 어떠한가. 시민들의 공예 의식은 얼마만큼 향상됐으며, 그로 인한 지역 발전은 얼마나 성장했는지 묻고 싶다.

행사를 책임지는 단체장은 임기가 지나면 떠나가고, 또 다른 단체장은 특별함 없이 행사를 이어간다. 진정한 공예도시는 시민이 행복하고, 지역의 작가들이 신바람이 나야 한다. 내년이면 공예비엔날레 20년 역사를 맞는다. 지역의 공예 경제와 공예 산업을 부흥시키고, 전 세계 급변하는 다채로운 공예시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콘텐츠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국제공모전의 경우 공예비엔날레의 정체성과 일관성을 지킬 수 있도록 어떠한 방법으로든 지속돼야 한다.

문화예술의 발전상은 곧 그 나라의 국민 수준이다. 문화예술 융성시대라고 하지만 문화예술 암흑시대에 살고 있는 듯하다. 수많은 작가들이 끝도 없이 추락하는 경제 상황 속에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도자기의 고장 여주와 이천지역의 도예가들의 현실은 실로 참혹하다. 경제적 삶이 뒷받침 되지 못해 수십 년 해오던 직업을 버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일터로 발길을 옮겨 가고 있다. 우리 지역 작가들도 크게 다를 게 없다.

작가들이 지역을 떠나거나 다른 길을 기웃거리지 않고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오롯이 작업에만 몰두해 수준 높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것들이 모여 공예도시 청주의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기틀을 다져야 한다. 수십 년을 내다본 정책 지원이 가장 시급하다. 부디 역량 있는 젊은 작가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꿈과 희망을 갖고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 하루빨리 조성되길 바란다.

최근 각종 공예 관련 사업이 대거 추진되고 있다. 현실성 있는 사업 추진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공예 작가들과의 소통이 우선이다.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공예도시가 되기 위해 무엇이 가장 절실한 지 고심하고,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근의 공예촌이나 예술촌 등 몇 곳만 둘러보면 제대로 된 현실을 파악할 수 있다. 진천공예마을은 공예마을이라는 이름 자체가 무색할 만큼 제멋대로의 건축물이 경쟁하듯 들어섰다. 게다가 부지 자체가 애초부터 공장부지로 허가돼 관광객들을 위한 편의시설도 전무하다. 최근 옛 연초제조창 일대 공예클러스터 조성사업과 내수읍 한국공예예술촌 조성사업 움직임이 일고 있다. 현안사업들이 내실 있게 추진돼 부디 작가들이 행복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도내 공예환경이 정립되려면 청주만의 독창적인 집합체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 이로 인해 주변지역의 공예 관련 시설들이 자연스럽게 네트워크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접근성이 편리한 곳에 365일 운영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공예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청주는 물론 전국의 공예작품과 상품들이 다양하게 자리 잡은 환경에서 매출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또한 국제공예관을 조성해 전 세계의 대표 공예작품들을 상시 전시하는 등 빠르게 변해가는 공예의 흐름을 한 곳에서 확인해볼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한국의 공예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일깨우고, 시민 나아가 국민들의 관심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근간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

◇이규남 청주대 공예디자인학과 교수
오랫동안 교육현장에서 청주의 다양한 공예사업을 지켜봐 왔다. 공예비엔날레, 공예페어, 공예문화상품대전 등 다양한 사업들이 전개되고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최근 청주대 공예디자인과 학생들이 전국 마을기업 창업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대상(행자부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잇단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창작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공예현장과 교육현장 등은 끝없이 진화하고 시민들의 관심과 눈높이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 반면, 이에 대한 정책은 이벤트 성격에 그치고 있다. 비엔날레를 비롯해 대부분의 사업들이 당장의 성과나 외형적인 평가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지역의 공예를 특성화하고 지역 인재를 양성하는 일에 함께 손을 잡아야 하는데 '각자도생(各自圖生)'하는 모양새다. 청주의 문화적 특성이 담긴 공예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특성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문화환경을 구축하고, 청년인재 양성 등에 힘을 모아야 한다.

1회 때부터 지근거리에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지켜봐 왔다. 공예비엔날레는 세계인들로 문전성시가 돼야 하며, 이벤트적 요소보다는 공예의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20년 공예의 역사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아카이브 시스템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상설 전문인력의 확충과 지속가능한 공예정책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청주권역에는 수많은 공방과 다양한 장르에서 작가들이 폭넓게 활동하고 있지만 가장 큰 문제점이 내재한다. 공예가들의 창작공간, 전시공간의 문제가 아닌 공예를 위한 시장형성의 부재(不在)다. 공예품의 유통과 소비, 공예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아 고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는 일본의 가나자와는 공예와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한 도시로,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공예부문 창조도시'의 표본이다. 이곳의 미술공예대학은 졸업만 하면 현지에서 공방을 운영하거나 공예작가로 활동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다. 그만큼 시장이 잘 형성돼 있기 때문에 공예가들이 존경받는 사회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문화시민의 첫걸음은 문화적인 삶이다. 시민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기적인 예술문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문화적 부가가치는 실질적인 경제효과를 낳는 중요한 산실이 되며, 문화는 곧 각 나라와 지역의 상대적인 경제력을 결정하게 된다. 정부와 지자체가 사회적 책무를 갖고 이를 위한 노력에 힘써야 한다.

'공예문화의 상품화' 수준은 한 지역에 대한 문화의 질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되며,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큰 역할을 한다. 지역의 독창적 이미지를 고양하고 경쟁력을 제고시키기 위해선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청주권의 각 지자체(청주시, 진천, 괴산, 증평, 보은군)마다 있는 공예마을을 특성화하고 브랜드화하기 위한 '공예디자인창조벨트'는 열악한 지역문화에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공예클러스터는 공예분야의 집적화, 특성화, 글로벌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읍 일대 대규모 공예촌을 조성하는 사업은 공예문화를 테마파크화 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어 기대되지만, 민간단체 주도로 추진된다는 것과 입주할 공예인들이 출자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감 등의 난제가 있다.

예부터 '뭉쳐야 산다'고 했다. 도내 공예마을끼리 뭉치고, 그 역량을 세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예마을별 차별화된 공간과 프로그램, 문화상품 등이 만들어져야 한다. 또한 이들끼리 연대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공예마을 축제, 공예마을 문화상품, 문화캠프, 공예교육프로그램 등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건축, 도시, 디자인, 패션, 첨단산업 등 다양한 장르간의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대학의 교육시스템과 연계한 중장기적 인재양성 계획 및 글로벌 공예시장 구축도 마련돼야 한다. 공예는 곧 나라와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대변하는 것이다. 공예가 사라지면 도시도 사라질 것이며 역사도 사라질 것이다. <끝>

/ 글 유소라·사진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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