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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전문기자

'알파고'가 태풍처럼 한국을 전격 상륙했다가 깊은 상흔을 남기고 떠났다. '알파고'란 이름 자체가 마치 태풍의 이름과 닮았다. 태풍이 훑고 지나간 자리는 상처와 자성(自省)이 남는다. 이번에 왔다간 '알파고'는 다시 더 진화해서 돌아올 것이다. 최근의 가장 큰 사회적 화두는 단연 '알파고'였다.

그것은 어쩌면 인간이 인공지능의 기기에 지배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함께 과학의 무한발달로 인한 경제적 풍요와 편리함의 구현이라는 기대가 겹쳐졌을 것이다. 양날의 검인 셈이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모든 대국이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인공지능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라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 말의 의미는 '인공지능을 잘 활용해 인류에게 기여할 부분을 찾는 것'이라는 개발 목적을 밝힌 것이다.

사실 바둑만큼은 컴퓨터(인공지능)가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처럼 여겼다. 그 이유는 집을 계산하는 능력이야 인정하지만, 바둑판 전체를 읽는 판단력과 감각, 그리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창조적인 영역이 존재한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알파고의 능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인간의 영역이라 믿었던 상상력, 감각, 두터움, 맛 등 바둑의 감각을 수많은 기보를 통해 획득해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인간 이세돌은 마치 바둑의 신처럼 단단한 컴퓨터 알파고의 실력 앞에 무너졌다. 그때 TV에서 해설을 하던 한 바둑기사가 희망에 대해 언급했다.

"보통 바둑프로기사들은 맛을 남겨둔다. 그런데 '알파고'는 맛을 전혀 남겨두지 않는다. 반드시 해결하고 다음 수를 진행한다. 맛과 감각은 인간이 품고 있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희망일지도 모른다."

바둑에서 '맛'의 의미는 향후 기대할 수 있는 어떤 수단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당장은 수가 되지는 않지만 향후 수가 진행된 뒤 주변의 조건 충족 여하에 따라 여러 수단이 생기는 상태다.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기에 꿈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꿈이 있지만, '알파고'에게는 축적된 데이터에 의해 분명한 결과를 도출할 뿐이다.

1969년 7월20일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의 조종사는 마이클 콜린스였다. 선장인 닐 암스트롱과 올드린이 달에 착륙해 지구인들의 환호를 받는 동안 그는 혼자서 달 궤도를 비행했다. 그리고 이런 말을 남겼다.

"달의 저편에는 30억하고도 두 명이 있겠지만, 달의 이면(裏面)에 무엇이 있는지는 신과 나만 안다. 나는 지금 혼자다. 정말로 혼자다. 내가 가진 이 강렬한 느낌은 두려움이나 외로움이 아니라 깨달음, 기대감, 만족감, 자신감, 그리고 환희에 가깝다. 나는 이 느낌이 좋다."

'알파고'가 이세돌과 격돌하는 순간, 같은 프로기사인 해설자들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바둑판에 놓아보고 정해(正解)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인간이 만들어 놓은 정해를 여지없이 무너뜨린 것이 '알파고'였다. 상상조차 하지 못한 수를 '알파고'는 너무도 쉽게 두었다. 인간의 영역인 맛과 감각, 두터움과 같은 추상적인 부분조차도 치밀한 계산으로 눌러버렸다. 하지만 그것이 갖고 있는 각각의 상상력을 '알파고'는 결코 지닐 수 없을 것이다.

알 수 없는 이면(裏面)의 영역을 직접 보는 일은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위대하고 아름다운 일은 인간이 품을 수 있는 무한한 상상력과 꿈의 세계다. '알파고'도 결국 그 상상력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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