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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혁

서원대학교회 목사

얼마전 좋아하는 지인에게 상큼한 책 한 권을 선물받았다. "눈 깜박이 시인" 미즈노 겐조(1937~1984)가 쓴 「감사는 밥이다」라는 시집이다. 미즈노 겐조 씨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초등학교 4학년인 11살에 이질에 의한 고열로 뇌가 공격당해 뇌성소아마비가 되었다. 그는 손과 발을 움직일 수 없는 전신마비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언어 능력도 상실하게 된다. 겐조 씨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귀로 듣는 것과 눈을 깜박이는 것 뿐이다. 그런데 16살에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에 찾아온 목사님에게 전도를 받고 성경과 설교 테입을 듣기 시작하면서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겐조 씨가 시를 만드는 것은 보통 사람이 하기 힘든 어려운 과정이었다. 겐조 씨의 어머니가 일본어 첫걸음인 히라가나 50음도 표를 하나하나 가리키면, 겐조 씨는 자신이 원하는 글자에 눈을 깜박여서 신호를 보내 한 글자씩 모으고, 이것들을 하나의 문장을 엮어내 시를 만드는 것이다. 손도 발도 쓰지 못하고, 심지어 말도 못하고 꼼짝없이 누워 있어야만 하는 겐조 씨와 그의 눈의 움직임을 필사적으로 쫒아 수첩에 단어를 적는 어머니가 일심동체가 되어 지어낸 이 시집은 세상의 그 어떤 책과는 전혀 다른 눈물겨운 작품인 것이다. 이렇게 해서 그는 생전에 4권의 시집을 펴냈고, 미즈노 겐조의 이야기는 1981년 2월, 일본 NHK 교육방송에 소개되어 수많은 일본인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놀라운 것은 그의 시에는 그의 처지를 비관하는 괴로움이나 원망, 불평이 없고 오롯이 밝고 아름답고 감사하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는 것이다.

겐조 씨의 시 하나를 소개해본다. <오늘 하루도>라는 시이다.

신문 냄새에 아침을 느껴/ 차가운 물맛에 여름을 느껴/ 풍경 소리에 신선한 해 질 녘을 느껴/ 개구리 소리에 슬픔을 느껴/ 오늘 하루도 끝나지 않았어/ 하나하나에/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느껴

겐조 씨의 시를 보면 평범한 사람들이 오감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들까지 보고, 듣고, 느끼고, 감사한다. 그의 오감은 불만족할지라도 그의 인생은 오체의 불만족을 이기고 감사하는 시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이런 힘이 우리 내면에 있다면 우리는 삶을 불평하거나 푸념하지 않고, 운명을 바꾸어 미래를 열어가는 사람이 될 것이다. 우리에게도 그런 신비한 힘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사실 우리는 장애인에게서 커다란 감동을 받기도 하고, 인생의 귀중한 교훈을 배우기도 한다. 우리 인생에는 세찬 바람이 불어오고, 모진 시련이 찾아올 때가 있다. 그러나 그 바람은 오히려 깃발을 하늘높이 펄럭이게 하는 동력이 된다. '작은 거인' 국제 사회복지사 김해영! 그녀는 "아들이 아니라 딸이 태어나서 재수없다"며 태어난 지 3일 만에 술에 취한 아버지에 의해 던져져서 평생 척추장애인으로 살아야 했다. 그녀는 키 134cm의 장애를 극복하고 월급 3만 원의 가사 도우미에서 시작하여 세계 장애인기능대회 금메달을 땄으며, 아프리카 보츠와나 빈민들을 위한 자원봉사에 참여했고,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하나인 컬럼비아대학에서 사회복지학 석사 학위까지 받게 된다. 현재 김해영 씨는 아프리카 빈민들을 위해 전 세계를 누비면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고 여러 권의 책까지 출판하였다. 그녀는 결핍과 고통이라는 장애물을 극복하고 좌절을 희망으로 쏘아올렸다. 그녀의 삶에 깃발을 펄럭이게 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녀는 "하나님의 사랑을 알고 감사하게 되면서" 였다고 고백한다.

인생의 세찬 바람과 시련으로 하여금 깃발을 펄럭이게 하는 동력이 되게 하자. 더글라스 멜록(Douglas Malloch, 1877~1938)의 시에는 이런 시구가 있다. 고속도로가 아니라면, 오솔길이 되어라./ 태양이 아니라면, 별이 되어라/ 이기고 지는 건 크기로 되지 않는 법/ 무엇이 되든 최선을 다하는 자가 되어라(Be the best of whatever you 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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