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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마운틴’ 안나푸르나 트레킹 記

어느 순간 그 산들이 내 앞으로 확 다가왔다

  • 웹출고시간2008.05.01 23:41:5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편집자 주

충북일보 자연보호 캠페인 '클린마운틴'이 지난 4월17일부터 25일까지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산군 트레킹 행사를 가졌다. 이번 트레킹은 우리나라 산악인 중 히말라야 14좌를 완등 한 3명중 하나인 한왕용씨가 금년까지 14좌 베이스캠프를 찾아 쓰레기를 수거하는 국제적 캠페인을 벌이고 있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바 충북일보의 클리마운틴도 국내산의 정화활동과 아울러 새로운 산행문화의 정립을 위한 또 하나의 시도이다

히말라야로 출발하기 전 일행 중 한명이 이런 말을 했다. 인생 50줄에 들어설때 까지 너무나 가고 싶었던 곳인 만큼 내 인생과 함께 달고 가는 무언가 하나를 그곳에다 버리고 오고 싶다고.

그는 그 무엇을 30여년간 손에서 놓지 못하던 담배로 정했다고 했다.

세계의 지붕이라고 일컫는 히말라야를 찾는 사람들은 왜 그 앞에서 뚜렷하지 않은 무엇인가를 갈구하고 자신을 비우려고 하고, 또 보이지 않는 구원을 얻으려고 하는 지에 대한 물음을 가슴에 담은 채 우리는 산스트리트(梵語)어로 ‘눈(雪)이 사는 곳'이라는 히말라야 산맥의 웅대한 품에 안기려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우리가 간 곳은 2천4백km에 달하는 히말라야 산맥의 일부인 안나푸르나(8,091m )산군을 파노라마로 조망할 수 있는 한 점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포인트를 다녀오느라 5일 동안 60여 km의 산길을 걷고 또 걸었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본격 산행이 시작되는 포카라까지 국내선 프로펠러 비행기로 30분 정도 걸린다. 30분간의 여정에서 이번 트레킹은 사실상 막이 오른 것과 다름없다. 왜냐하면 비행기 유리창을 통해 서쪽으로 람중히말(6,983m), 와칼히말, 가네히말 등 6천m이상 만년설 고봉들이 같은 등허리를 이어가며 신비함을 뽐냈다.

롯지에 있는 한글 안내문 간판. 그만큼 한국인의 발길이 많다는 증거이다.

포카라 공항에 내려서면 네팔인들이 ‘물고기 꼬리'(fish tail)라며 신성한 곳으로 여겨 아직까지 등반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는 마차푸차레(6,990m)가 우뚝 솟은 채 위풍당당 하다. 공항에서 트레킹 출발점인 나야풀까지 차로 1시간 이상 이동한 다음 배낭을 매고 30도 가까운 땡볕속에 3시간여 산행 끝에 첫 숙박지인 힐레 마을에 도착했다.

계단식의 산행길은 소 말 등의 배설물로 뒤덮여 있어 과거 어릴 적 생각도 났지만 잔동하는 냄새로 후각을 잃기 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햇빛을 가릴 손바닥 만한 그늘하나 없는 이 길을 30kg이 넘는 우리들 짐을 머리끈으로 하나에 무게를 다담고 이고 가는 현지인 포터들을 보며 삶의 무게에 눌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알 수도 있을 것 같았다.(그러나 그들의 내면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비관적이거나 힘들어 하지 않고 숙명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일상에 일희일비 하는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봐야 하는 것일까 라는 마음의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어쨌든 고개를 들어 사위를 보면 2,500m가 넘는 준봉들이 롯지를 감싸고 있는 것 처럼 아늑한 맛도 있고 비록 잠자리와 전기사정도 좋지 않지만 휴대전화, TV,신문 등 의 증후군에서 벗어나 너무 좋았다.

다음날 롯지를 출발해 1시간여를 걸어 해발 1,900m 정도를 지날 때 쯤 초록색의 나무와 산봉우리 사이로 만년설에 휩싸인 안나푸르나 남봉(7,219m) 트레커들에게 처음으로 살포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이 바로 저 산의 턱밑인데 벌써 반겨주는 것 같다. 지척이 천리라고 가까이 보이는 것 같지만 실제는 사흘 정도 걸어가야 눈에 확 들어온다고 한다.

3천300m능선에서 본 세계7위봉인 다울라기리 만년설과 라리그라스의 붉은색이 한 폭의 그림같다.

라리 그라스(LALI GRAUNS)는 네팔의 국화(國花)이다. 우리나라 진달래와 같은 모양인데 꽃송이 자체가 우리 것 보다 2-3배 더 크다. 여러종류의 색깔 중에서 붉은 것만 나라꽃으로 인정한다고 한다. 라리는 네팔어로 붉은색을 뜻한다. 그 라리 그라스가 둘째날 묵을 장소인 고라파니 가는 산길에 곳곳 군락을 이루고 트레커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그늘을 만들어 주는 열대밀림의 초록과 붉은 색이 조화로움, 거기에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까지, 비록 다리는 힘들지만 정말 다른 아무것고 생각할 필요가 없어 행복하다.

해발 2,750m의 고라파니 숙소에 도착해 배낭을 내려놓으니 머리가 띵하는 등 약간의 고소증세가 온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찬물로 세수를 하지 말라는 전문산악인들의 조언을 충실히(?) 이행하니 조금 적응이 되는 것 같다. 석양의 고봉들은 손에 잡힐 듯 달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고라파니는 전세계에서 찾아온 트레커들이 내일 아침의 안나푸르나 산군의 일출을 보기 위해 들떠있는 분위기가 물씬하다.

안나푸르나 산군으로 가는 산길은 태고적 밀림의 형태로 곳곳에서 더위에 지친 트레커들에게 그늘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사흘 째 새벽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인 일출을 보기 위해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운다. 해발 3,210m 푼힐 전망대에 오르는 트레커들의 랜턴 행렬이 적막의 안나푸르나 새벽을 일찍 잠깨운다.

미명을 뚫고 오른 언덕에 자리를 잡고 해오름을 기다리는 동안 눈에 빨려오는 것 같은 다울라기리(8,167m)와 안나푸르나 남봉(7,219m), 히운출리(6,434m) 등이 히말라야 등뼈 봉우리들이 황금색 빛을 발하며 태양을 맞을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마차푸차레 오른쪽에서 작열하듯 광을 뿜어내는 저 태양의 장엄함이 경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그러기를 잠깐, 순간적으로 그 거대한 흰 바위 무리가 내 눈앞으로 확 다가왔다. 180도 파노라마 속의 안나푸르나는 저마다 인간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듯 도도한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다.

안나푸르나는 도도함만 옹아리를 틀은 것이 아니었다. 푼힐에서 내려와 데우랄리로 가는 해발 3,300m 의 능선에서 바라보는 이 산군은 장엄한 대서사적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초록 나무들과 라리 그라tm의 붉은 색이 조화를 이뤄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안나푸르나를 등에 둔 채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옮기는 나그네의 마음을 아는지 다울라기리, 안나푸르나 남봉 등이 뒤쫓아오고 있다. 마치 작별을 아쉬워하는 것 처럼.

정점을 돌아 내려오는 길도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는 결코 짧지 않은 운행으로 한 뼘도 안 될 것 같은 밭뙈기에 생계를 거는 원주민들의 녹록치 않은 일상을 접하는 소중한 시간으로 기억된다.

푼힐전망대에서 일행과 함께.

어느 지인이 네팔에 관한 책을 보내오면서 말미에 한마디 적어놨다.

- 영혼을 울리는 바람소리, 신들의 속삭임이 있는 곳에서 함께 하실 수 있기를.

영혼을 보지는 못했지만 바람소리는 스쳐 지나갔고 신들은 보지 못했지만 마치 함께 하는 것 같은 시간의 멈춤은 분명 내 안에서 존재했었다고 전해야겠다.

네팔 속담에 한번 네팔을 찾은 사람은 반드시 다시 또 온다고 한다. 그 말이 괜히 나온 것 같지가 않다. 수많은 트레커들 중에 그 속담을 주인공이 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나도 그 주인공이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마스떼 네팔!(안녕 네팔)


포카라(네팔) / 이 정 편집국장
# 우리가 안나푸르나를 찾은 시기는 공교롭게 충북산악연맹의 여성산악인인 지현옥씨가 지난 99년 4월29일 자신의 4번째 8천m급 도전인 안나푸르나 정상에 오른 뒤 하산하다 7천800m지점에서 실종돼 모교인 서원대에서 9주기를 준비하는 가슴아픈 사연이 깔려있는 때 였다.
우리일행 중에는 그의 산악인 선후배도 함께 했는데 아직까지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안타까움에 젖어들었다.
수확의 여신이 지키고 있다는 안나푸르나 어딘가에서 육신은 증발된 채 영혼으로만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그녀의 부름이 귀에 들리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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