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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란 시다. 처음 이 시를 접하면서 '열정'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시인들은 열정을 이렇게 표현하는구나.'하고 감탄했다. 짧고 간결하기에 늘 외우며 다녔다. 때론 내 일상에 안일한 마음이 깃들 때, 이 시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듯 좋은 시를 쓴 시인이 구설수에 올랐다. 느닷없이 절필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그가 최근 트위터에 "박근혜가 대통령인 나라에서는 시를 단 한 편도 쓰지 않고 발표하지 않겠다. 나 같은 시인 하나 시 안 써도 그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다만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다."는 글을 올렸다.

김주영 소설가도 1989년 '절필 선언'을 했다. "동어반복이 너무 심하고 상업성에 침식되어 가고 있다. 오랜 글쓰기의 경험으로 독자를 교묘하게 속일 수 있다손 치더라도, 그러나 도대체 그것이 무엇이란 말인가."라며 모세혈관이 터지도록 피를 흘리며 글을 썼다는 작가 스스로 글쓰기를 거부했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글은 천형(天刑)과도 같다. 뗄레야 뗄 수 없는 언어의 감옥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김주영 작가는 '홍어'라는 소설로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났다. 젊은 작가 축에 드는 김영하 소설가도 한때 절필선언을 했었다. 김영하 작가의 제자이기도 한 32세의 시나리오 작가 최 씨가 언론을 통해 굶어죽은 것처럼 보도한 것이 발단이었다. 언론에서는 '굶어 죽은 예술인의 생활고'를 동정하는 분위기로 몰고 갔다. 하지만 김 작가는 반기를 들었다. 그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최 씨가 굶어죽었다고 믿고 있는데 놀랐다"라며 "직접 사인은 영양실조가 아니라 갑상샘 기능 항진증과 그 합병증이었다고 고인의 마지막을 수습한 친구들로부터 들었다"고 썼다. 미화(美化)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밝히자, 오히려 언론과 트위터는 들끓었다. 그러자 절필선언을 했다.

절필선언에는 독자들이 이해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안도현 시인의 절필선언이 쉽사리 납득이 되지 않는 이유는 다분히 정치적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지금의 이 시대가 전두환, 노태우 정권과 비교가 될까. 서슬 퍼런 전두환 집권시절, 정권의 부당성을 외치며 절필했더라면 시인 안도현은 높은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거기에 작가 공지영은 "박정희 전두환 때도 시를 썼던 안도현, 그때도 검찰에는 끌려가진 않았다. 이제 검찰 다녀온 시인의 시를 잃는다. 너무 아프다"는 트윗을 올렸다. 같은 정치적 신념을 가졌다고 무조건 옹호하는 공지영 작가의 모습도 그저 민망하다.

'내게 땅이 있다면 내 아들에게는 한 평도 물려주지 않으리. 다만 나팔꽃이 피었다 진 자리에 동그랗게 맺힌 꽃씨를 모아 아직 터지지 않은 세계를 주리.' 안도현 시인의 시 '땅'이다. 물질적 소유욕보다 작고 아름다운 것들에 애정이 듬뿍 담긴 소박한 정신적 자산을 물려주고자 한 시인의 마음이 가슴을 싸하게 만든다. 작가에게 절필이란, 어쩌면 재충전을 위한 생산적 휴식일지도 모른다. 그의 시 '땅'에 담긴 시의(詩意)처럼, 아름다운 절필선언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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