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유병택

시인, 충북문인협회장

지금 세상은 정말 편한 세상이다. 지난 9월에 문인협회 초청으로 제주도를 갔다 오는데 서울 갔다 오는 것보다 편했다. 강좌시간은 1시간 반이었지만 마라도 섬에서 푸짐한 다금바리(Niphon spinosus)회도 먹고 초가을 바다 구경도 하고 아침에 갔다가 저녁식사 전에 돌아왔다. 이런 비행기야 누구나 매일 타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엔 웬만한 농가에도 대부분 1톤 트럭 아니면 차량을 한 대씩 갖고 있어 편리한 문명의 고마움을 만끽하고 있다. 그런데 일상적으로 더욱 편리하게 써먹는 것이 자동차보다도 전화인데 집 전화보다는 스마트폰이 생겨서 더더욱 편해졌다. 외국에 있는 친척과 얼굴을 보면서 산이나 들, 어디서나 대화를 나누고, 숫자 계산도 해주고, 한자나 영어단어를 굳이 암기할 필요가 없어졌다. 손으로 편지를 쓰지 않아도 음성이나 자판을 눌러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그만이다. 이웃마을을 가거나 1킬로미터도 아니 되는 농토를 가는데도 차량으로 간다. 이렇게 편한 세상에 맛 들이는 사이에 우리가 자칫 잃어가면서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소중한 것은 없을까· 자동차의 편리함으로 인한 하반신 기능의 쇠퇴현상, 스마트폰의 이기로 인한 머리의 둔화현상, 물론 이것은 나이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워낙 두 다리와 머리를 써먹지 않아서 인지는 몰라도 웬만한 고갯길을 오르는데도 다리가 땅기고, 평소 머리는 계산력도 떨어지고, 늘 쓰던 한자도 생각하기 이전에 스마트폰을 열어야만 되는 버릇이 생겼다.

신체의 각 부위 중 쓰지 않는 부위는 결국 무용지물로서 일찍이 퇴화되고 만다는 것을 이미 중학교 생물시간에 배운 바가 있다. 캄캄한 동굴 속의 곤충은 눈이 필요하지 않아서 보는 기능이 퇴화되어 있고, 닭이 오래도록 닭장 속에 갇혀서 날 필요가 없게 되었기 때문에 날개가 퇴화됐다고 선생님으로부터 설명을 들은 적이 있다. 이처럼 사용 중단이 곧 퇴화의 원인이 된다면 그것은 오늘의 대중문화에 길들여진 한국인의 경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나라는 1980년대부터 정부 지원하에 급속히 발전한 대중문화는 집단적 볼거리 문화와 듣거리 문화다. 온 국민이 보고 즐기는 각 구단의 야구경기, 온 국민을 들뜨게 한 올림픽, 월드컵 등이 볼거리 문화이며, 세계 각국의 유명 오페라단·발레단·교향악단 등의 초청공연이나 가수 싸이의 공연이 모두 눈으로 보는 볼거리 문화 귀로 듣고 즐기는 듣거리 문화다.

1990년대부터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되면서 5월과 10월이면 지역마다 붕어빵식 행사가 겹쳐서 실시되므로 외지인 보다는 지역민끼리의 즐기는 볼거리 축제가 범람되고 있다.

그리고 TV가 그렇고 또 콤푸터도 그렇다. 매일 저녁 연속 드라마와 요란한 쇼로 푸짐한 볼거리 문화와 듣거리 문화의 혜택을 누리고 있으며 컴퓨터 깨임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꼭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 사람은 보고 들은 다음에는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운동경기는 그냥 보고 즐기면 그만이지 심각한 사고는 할 필요가 없다. 심각한 사고는 감독이나 하면 그만이지 구경꾼은 그냥보고 소리만 질러대면 되는 것이다. 모든 공연이나 작품전시회도 복잡한 생각은 접어두고 그냥 귀와 눈만 열어두며 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의 필요를 못 느끼게 만들어지면 결국 사람은 사고의 기능이 퇴화되고 생각한다는 것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인지조차도 잊고 사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까·

생물학적 연구 결과가 안 써먹으면 퇴화한다는 것으로 되어 있다면 우리의 두뇌는 얼마 안가서 생각하고 창의하는 사고기능을 상실한 바보상자 머리가 된다는 것도 엄연한 생물학적 결론이다. 운동장에 찾아가 구경하고 축제장을 찾아가 즐기며, TV앞에 앉아 연속극을 보며 쉬는 것, 모든 것을 스마트폰에 의존하여 편한 것도 좋지만 그러다가 생각하는 기능을 잃은 바보 사람이 되지 않나하는 걱정이 된다. 영국의 철학자 베이컨은 '독서는 완성된 사람을 만들고, 담론은 재치 있는 사람을 만들고, 필기는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 라고 말했다. 지금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독서하기 가장 알맞은 계절이다. '책은 청년에게는 음식이 되고 노인에게는 오락이 된다. 부자일 때는 지식이 되고, 고통스러울 때면 위안이 된다.'라고 어느 성현이 말했다. 이 가을에 한 권의 책이라도 읽으면서 생각하는 문화도 함께하였으면 한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