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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7.08 15:03:3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 석길영·홍대기
하얀 창호지가 발라진 방문에 비치는 그림자.

비녀 꼽은 머리에 한복 입은 여인의 부드러운 움직임이 비춰 진다.

일정한 간격으로 한쪽 팔이 위로 향했다 내려오기를 반복 한다.

문을 열어 보지 않아도 단아하게 앉아 바느질을 하거나 하얀 천위에 형형색색의 고운 실로 예쁜 꽃에 파랑새나 학의 고고함을 수놓는 한국의 어머니!

흑과 백으로 표현된 가장 아름다운 한국의 실루엣이 아닐까.

ⓒ 석길영·홍대기
반짇고리를 꺼내 놓고 벽에 걸린 등잔대를 내려 심지를 돋워 등잔불을 키우고 바늘귀에 실을 꿰시려 애를 쓰시다 "실 좀 꿰어다오" 하시던 어머니!

아침에 양말 보퉁이에서 이것저것 펼쳐보다 결국 떨어진 양말 밖에 없어 발가락이 조금 나오는 양말을 신으며 다 떨어진 것 밖에 없다고 투덜대던 아이의 말이 귀에 아른거려 하루 종일 길쌈을 메고 지친 몸을 쉬지도 못하고 밤새 바느질을 하신다.

한쪽 다리가 부러진 돋보기안경에 실을 매어 귀에 걸으시고 손가락에 골무를 낀 손으로 비슷한 색깔의 천 쪼가리를 대어 한 땀 한 땀 꿰매시다 쏟아지는 잠을 못 이겨 바늘에 손가락을 찔려 깜짝 놀라시던 어머니.

검정 고무신 신고 십리 시오리 길을 걸어 등하교 하던, 개구쟁이 녀석들이라 골마루에서 뛰고 미끄럼타기 놀이를 하니 가죽인들 견디었을까?

먹고 사는 것조차 힘겹던 시절에 형제들은 많아 형이 입던 옷을 동생들이 물려 입어 무릎 팔꿈치 엉덩이는 천을 덧대어 누비고 꿰매 옷에는 지나가는 햇수만큼 계급장이 붙어졌고 더 이상 입을 수 없을 때야 성한부분은 가위로 잘라 바느질할 천 조각으로 모아두고 남은 부분들은 방과 마루를 닦는 걸레로 사용 되었다.

어쩌다 설빔 추석빔이라고 새 옷 한 벌 사 주시면 빨리 입고 자랑 하고 싶어 더 손꼽아 명절을 기다리곤 하던 그때. 명절날 새 옷 한 벌씩 사 주지 못하고 새 양말 한 켤레씩 주시며 "이게 설빔이다" 하시며 자식들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지금이야 유명 메이커의 질 좋은 옷과 양말이 넘쳐나고 계절마다 유행에 맞게 새로운 디자인과 패션이 나오고 심지어는 멀쩡한 옷을 찢어서 입는 게 유행이 된 상전벽해 속에 전통을 지키는 소박한 이들이 있다.

한국 사람들의 손 맵시가 세계에서 최고라고 자랑 하시는 진천군 문백면의 이정우(62) 어르신을 찾았다. 진천지역에서 감투할미로 더 유명하신 분이다.

바느질이 좋아 진천군 평생학습 감투할미라는 동아리를 결성해 활동 하며 회원끼리 정보도 교환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한땀 한땀 금박의 무늬를 넣어 화려하며 섬세한 전통 혼례복을 만드시고, 갓 태어난 아이의 배내저고리,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로 아흔 아홉 조각의 천과 한 개의 동정을 합해 백조각으로 만들어 장수를 기원하는 백일 복, 코끝이 살짝 올라가 곡선미가 아름다운 버선, 형형색색 아름다운 상보, 오색 천 조각으로 만든 도장집,

수를 놓아 만든 이름조차 생소한 굴레, 남바위 등….

그분의 손끝에서 바느질로 만들어진 옷과 생필품들이 정말 아름다웠다.

겨울철 아기의 바지를 내리지 않고도 기저귀를 갈 수 있게 만든 풍차바지를 볼 땐 우리 조상들의 지혜로움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 석길영·홍대기
바느질이 좋아 개인 점포의 한 귀퉁이에서 삼삼오오 모여 명맥을 이어간다는 감투할미의 소박한 꿈은 견문을 넓히고 더 많이 배우고 익히며 그들이 만든 작품을 전시 하는 것 이란다.

판매도 없고 그저 축제 때 전시 하는 정도지만 판로만 확보되면 얼마든지 제작 가능 하다는 말씀에 외국 관광객을 위한 우리만의 관광 상품으로 지원 육성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글 / 홍대기 작가

사진 / 홍대기·석길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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