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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헌터피크(5,362m) 최초 등정기(下)

날카로운 정상···열정만이 메아리

  • 웹출고시간2008.01.31 20:16:5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능선안부에서 본 사천성의 산들

지난 해 12월 30일, 헌터피크 정상인 늙은 독수리 정수리에 올라서기 위한 3박4일간의 식량과 장비를 짊어지고 BC를 출발한다. 컨디션이 살아난 김용철 대원이 와폭에 설치된 100m 고정로프를 회수, 짊어지고 아이젠과 아이스바일을 챙겨 앞장선다. 속도를 내기위해 고정로프에 등강기을 사용해 쥬마링을 시작했다. 빙벽상단에 이르자 어제 설치한 고정로프에는 낙수가 흘러 결빙된 상태였다. 갑자기 등강기가 작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고정로프가 결빙됐다 해도 불과 1~2m 정도인데…

아차 싶다. 가장 어려운 구간에서 벌어진 상황이라 대처할 방법이 없다. 김권래 등반대장이 슬링에 베이직을 내려줘 구사일생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새로 나온 장비들은 사전에 확실한 점검이 필요한 듯하다.

데포지에 있는 모든 장비를 챙기니 배낭이 어깨를 짓누르고 발걸음은 떨어지질 않는다. 약간의 경사지를 지나 다시 우측 끌르와르를 가로질러 25m의 빙벽을 올라서니 70도 경사면이 앞을 막아선다.

숨이 턱에 찬다. 이젠 살아 숨 쉬는 풀과 나무들이 서서히 사라지고 시커멓고 네모난 바위가 설사면에 버티고 있는 ABC부턴 살아있는 생명체라곤 우리 셋뿐이다. 비좁은 비박지에 모여 코펠에 물을 넣고 눈을 부어 끊인 라면의 맛은 일품이다.

김권래, 김용철 대원이 끌르와르 초입으로 진입하고 있다.

31일, 오늘이 끌르와르의 마지막 구간 안부를 공격하는 날이다. 날씨는 쾌청하고 구름 한 점 없다. 그러나 ABC부터 C1구간은 헌터피크 정상부에 가려 하루 종일 해를 볼 수 가없다. 찬 기운이 팽팽하다. 하루 종일 우목복을 입고 등반을 해야 한다.

배낭에 침낭과 우모 식량을 넣고 능선 안부로 출발한다. 초등 루트라 긴장이 된다. 처음 50도 정도의 설사면은 얼어있어 킥스텝하기가 좋다. 그것도 잠시 무릎까지 빠지는 설사면이 나오자 입과 코로 거친 숨을 몰아쉰다. 눈이 깊어 무릎이 올라가지 않으면 팔로 무릎을 잡아당겨 무릎으로 설사면을 다지며 오르기를 7시간째 끌르와르에 1/3도 오르지 못했다.

다시 60도 경사의 설사면이 이어진다. 등반하는 것도 힘들지만 눈도 바위도 얼음도 확실한 확보지점이 없어 확보할 자리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가끔 보이는 바위는 덩어리 이거나 바로 부서질 듯 서있는 썩은 돌뿐 확보물을 설치 못하게 입을 다물고 있다.

세 명이 버드빅 하나에 몸을 의지해야 하니 걱정이다. 그렇게 오후가 지나가고 몸이 지쳐 갈 무렵, 김권래 등반대장이 김용철 대원과 선두를 바꿔 선다. 김권래 대원의 주특기인 인공등반 실력을 발휘할 때다.

마침내···김권래, 김용철 대원이 정상 나이프리지를 걷고 있다.

등반대장은 김용철 대원에게 인공확보물 설치 요령을 가르쳐 주변서 여유 있게 확보지점을 둘러본다. 듬직해 보인다. 등반대장이 선두로 나선 뒤 속도가 붙는다. 나와 김용철 대원은 설치된 자일을 이용하여 고도를 올린다.

아침밥 라면 한 그릇에 계속된 운행으로 입은 타들어가고 몸은 지칠 대로 지쳐만 간다. 이미 해는 지고 헤드랜턴을 이용해 등반을 한지도 오래됐다. 한 시간이면 될까. 한 피치만 오르면 될까. 아니면 여기서 비박을 할까.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들이 스쳐지나간다. 조금만조금만 인내하고 조금만 더 힘을 내자. 나 자신에게 계속 뇌까리면서 한 발짝 한 발짝 바람에 떨어지는 낙석 속으로 운에 맡긴 채 전진 또 전진한다.

안부의 끝은 그래도 보이질 않는다. 70도 경사의 설사면 위로 바람은 불고 세 명의 헤드랜턴 불빛과 열정만이 메아리친다. 새벽 3시, 상단부 빙벽지대에 진입하니 아이젠이 허공을 가른다. 청빙에 아이젠이 힘을 쓰지 못한다. 날카로움이 없다. 아이스바일도 빙벽을 타격하자 “퍽”하고 터져 버린다.

악이 바친다. 서로 동감하듯 마주보고 말이 없다. 묵묵히 등반대장이 루트를 내며 확보하고 오르기를 반복한다. 새벽 5시, 드디어 헌터피크 뒷면이 내려다보이는 5,050m 능선안부에 도착한 것이다. ABC를 출발한지 20시간만이다. 서로를 격려하면서 새해 인사를 나누고 침낭 속으로 지친 몸을 구겨 넣는다. 아! 따뜻하고 행복하다.

정상 직전에서 김권래, 김용철 대원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08년 1월1일 오전 10시. 아차! 너무 힘든 나머지 늦잠을 자고 말았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컵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한 뒤 북벽을 올려다본다. 표고차 350m의 날카롭고 검붉은 대 암벽이 반갑지 않은 듯 이방인을 내려 보고 있다.

다시 한 번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우모복도 챙겨 입는다. 이중화를 신고 우모를 입으니 몸이 둔하다. 그래도 추위에 떠는 것보다는 훨씬 좋다. 이번 정상 암벽구간은 김용철 대원이 앞서나간다. 처음 고소등반을 하는 대원치고는 등반속도와 고소적응이 빠르다.

세 명 모두 첫 피치를 끝내고 자일을 당기자 자일이 당겨지질 않는다. 하강해서 보니 자일이 날카로운 암각에 걸려 빠지질 않는 것이다. 자일을 정리 후 다시 오른다. 암벽은 언제 터질지 모른다. 손을 대면 떨어지고 발로 디디면 낙석이 되어 허공을 가른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오르려 하지만 낙석은 끝내 떨어져버리고 만다. 대 암벽 구간은 출발점은 하나였으나 오를 수 록 길이 많아진다. 집중을 해 본다. 어느 곳으로 가야지 쉽고 빠르게 정상을 갈 수 있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캠, 너트, 하겐 등을 사용해보지만 바위자체가 약해 확보물 설치가 불안정하다. 그나마 캠을 칠 수 있는 크랙이 안정감을 준다. 바위들이 날카로워 자일 소통이 안 돼 하강하기도 여러 번, 이럴 때마다 짜증이 난다. 체력과 시간은 부족한데 자일은 안 딸려오고…

김웅식 대원이 정상 공격 베이스 캠프에 짐을 데포하고 베이스 캠프로 하산하고 있다.

그렇게 자일과 실랑이를 하다 보니 어느덧 칼날능선이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것이다.

오후 6시30분, 아슬아슬한 정상에 우뚝 섰다.

정상은 생각보다 발 디딜 곳이 불안한 날카로운 칼날능선 형태를 하고 있었다. 바람만 세게 불어도 정상에는 서있을 수가 없을 정도로 날카로웠다. 헌터피크는 우리에게 정상에 기쁨을 잠시 허락해 주었으며 우린 그렇게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충북등산학교 파이팅”을 목 놓아 외쳤다.


/김웅식 객원기자

등반일정

12/26 인천-성도(출국)
12/27 성도-일륭-쌍교구 민가 BC 구축
12/28 3,800m에 장비데포
12/29 ABC 구축(4,000m)
12/30 ABC에서 비박
12/31~1/1 5,050m 능선안부 도착(비박2일째)
1/1 정상(능선안부에서 다시 3번째 비박)
1/2 BC로 귀환
1/3 휴식(일륭으로 철수)
1/4 일륭에서 성도 도착
1/6 인천공항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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