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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총량의 법칙물리학에서 에너지보존법칙이라는 게 있다. 에너지의 형태가 바뀌거나 한 물체에서 다른 물체로 에너지가 옮겨갈 때, 항상 전체의 에너지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는 법칙이다.

여기서 나오는 총량(總量)은 물리학에 그치지 않고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이제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듣는 용어가 됐다.

예를 들어 보면 공장총량제는 제조업의 과다한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해 매년 공장건축면적을 총량으로 설정해 건축을 제한하는 제도다.

최근 구제역이 창궐하면서 대두되고 있는 것이 가축사육두수 총량제다. 이것은 가축 사육밀도, 환경부하, 농지면적, 가축질병 발생빈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해 적정 두수를 설정하는 제도다.

오염총량제란 용어도 있다. 하천의 용수목적 등에 맞는 목표수질을 설정하고 해당 하천수계의 배수구역에서 배출되는 오염부하 총량이 설정된 목표수질을 달성할 수 있는 허용량 이하가 되도록 관리하는 제도다.

얼마전에는 '지랄총량제'라는 말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한 대학교수가 청소년이 이른바 '성질(=화)'을 부리는 것도 그 때와 총량이 있다는 관점에서 기술(記述)한 것으로 발상 자체가 너무 독특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서양의학에서는 인정하지 않지만 한방에서는 남자의 정액도 총량이 있다고 보고 있다. 무한정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양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총량이는 말은 거의 모든 사회 분야에서 범용(汎用)되고 있다. 결국 총량이란 정해진 틀속에서의 변화는 있을 수 있지만 결과는 늘 같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총량개념이 비단 물리학이나 정치·경제·사회·행정적인 측면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이란 총량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도 이와 비슷한 법칙이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지인중에 한창 젊은 시절 소위 유흥으로 보낸 이가 있다. 심하게 말해 술을 마시고 놀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보였다. 주변에서는 그런 그를 많이 걱정했다. 대놓고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너나 할 것 없이 "저러다 어쩔려고 그러지"하는 표정들이었다. 이런 그가 뒤늦게 가정을 꾸리면서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 사회생활을 하기 때문에 물론 술자리를 완전히 피할 수 없겠지만 과거의 그의 모습을 기억했던 사람들은 사람이 변했다고 할정도로 그는 생활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모범가장이 돼버렸다. "왜 그렇게 바뀌었냐"고 묻자 그는 "그만큼 놀았으면 이젠 정신차릴때가 되지 않았느냐"며 대수롭지 않게 반문했다.

가만히 생각하면 이런 경우는 우리 주변에서 비일비재하다. 비유가 적절하지는 않지만 일찌감치 중고등학교때 술·담배에 손을 댔던 친구들 중에서 술과 담배를 지금도 잘하는(?) 친구가 그다지 많지 않다. 오히려 뒤늦게 배운 친구들이 더 잘하는 경우가 많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날 새는지 모른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다.

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지만 일찌감치 사업에 성공했다가 도중(途中)에 부도가 나는 바람에 거리에 나앉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취직도 변변히 하지 못하다가 뒤늦게 어렵사리 들어간 직장이 대박이 나 한 순간에 인생역전 드라마가 펼쳐지는 경우도 적지않다.

어찌됐든 이런 얘기들은 우리 삶의 언저리에 널려있는 소재다. 하지만 지향점은 늘 같다. 시·공간적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인생이란 길고 긴 노정(路程)은 누군가에게 일방적이거나 편파적이지 않고 어떻게 보면 공평무사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누군가 인생 역시 총량이라고 한 말에 기꺼이 동의한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가슴에 와 닿는다. 물론 물리학처럼 똑부러지게 계량화·수치화 할 수 없지만 인생의 구비구비를 지날때마다 그런 느낌은 더욱 강렬하다.

3월이다. 희망과 꿈을 안고 새출발을 하는 시기다.

출발선상에 놓인 이 땅의 모든 이들은 사정이 저마다 다를 것이다. 남보다 좋은 대학, 남보다 좋은 직장에서 첫 출발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은 마라톤이다. 좋은 여건에서 출발했다고 해서 인생의 마지막까지 좋다고 단언할 수 없다. 비록 시작은 어렵고 남보다 떨어졌다 하지만 결과는 창대(昌大)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상황이 좋다고 해서 자만하지 말고, 지금 당장 아프고 시련이 있다 해서 비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아라…"

새삼 러시아의 시인 푸쉬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에 담긴 의미가 오롯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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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