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우 청주시장의 오판

남상우 청주시장이 기어코 일을 내고 말았다. 돌이킬 수 없는 오판을 한 것이다. 충청권 자치단체장 가운데 제일 먼저 세종시 수정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충북은 충남과 다르며 시장은 대통령의 뜻에 따라야 한다"는 게 요지이다. 청주시장의 소신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의 세종시 수정 찬성의 변은 논리적 허점이 너무 많다. 세종시 뿐 아니라 인간 만사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는 있지만 공인이라면 고도의 객관성과 합리성을 갖춰야 한다. 남 시장의 세종시 수정 찬성 입장은 공인이 견지해야 할 이러한 최소한의 덕목을 망각한 결과다.

-지방자치제 정면에서 부정-

남 시장은 고위공직자 출신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신중함과는 달리 튀는 언행이 잦았다. 튀는 방식으로 주가를 올리는 정치인이 많지만 튀는 자체가 목적이 아니므로 대부분 정교한 계산에 의해 돌출 행동을 한다. 남 시장 본인도 앞뒤를 잰 후에 튀는지 모르겠으나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결론 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자면, 정우택 충북도지사와의 충돌이 그랬다. 기초자치단체의 부단체장을 중앙부처에서 발탁하지 말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지만 전국의 기초자치단체는 광역자치단체의 자원을 부단체장으로 받는 인사교류를 시행하고 있다. 남 시장 이전의 청주시장들도 그렇게 해 왔는데 유독 남 시장만 청주부시장을 충북도에서 받지 않고 중앙부처 인사를 받겠다고 버텼다. 애초부터 될 일이 아닌데도 공연히 시끄럽게 만들기만 하고 결국은 충북도 자원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청주 청원 통합 추진도 그렇다. 아직 최종 결론이 나지는 않았으나 이대로 간다면 통합 무산이 확실시 된다. 청원군민, 청원군수를 비롯한 청원군 공직자, 청원군의회 의원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막무가내 식으로 통합 당위론만 내세우다가 끝내 청주 청원 통합 무산 쪽으로 가게 만든 일등공신이 누구인지 지목하지 않아도 다 아는 공지의 사실 아닌가.

남 시장이 세종시 수정에 찬성하는 논리로 삼은 대통령 뜻에 따라야 한다는 말은 지방자치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위험한 발언이다. 남 시장 말대로라면 그가 민선 청주시장 자리에 더 이상 앉아 있을 이유가 없다. 지방자치제를 실시할 필요도 없어진다. 지방자치제의 핵심 요체는 '지역의 일을 지역 주민 스스로 결정, 집행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충북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세종시 문제에 대해 청주시장이 자신의 논리를 갖지 못한 채 관선시장처럼 대통령 뜻에 따라야 한다니 이를 보는 청주시민들의 슬픔이 너무 크다.

지역 정가와 언론계는 물론 많은 이들이 남 시장의 이같은 선택이 내년에 치러질 지방선거 공천을 의식한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충북 지역 단체장 중 자신의 공천과 관련한 발언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이 남상우 시장이다. 튀는 언행의 연장선상에 있는 세종시 수정 찬성이 역설적으로 남 시장의 정치생명을 위기상황으로 몰아넣었다. 그의 정치력이 다 드러난 셈이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쉽게 공천 받는 것도 아닐뿐더러 설령 공천을 받더라도 시민들의 냉엄한 판단은 별개이다. 세종시에 대해 청주시민들이 갖고 있는 시민적 객관성과 남상우 청주시장의 정치적 진로가 일치하지 않을 때 시민의 편에 서면 궁극적으로 시민들이 보호해 줄 수 있지만 권력의 편에 서면 반대의 현상이 여지없이 나타난다.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는 충청권 주민들의 70%가 세종시 원안추진을 지지하고 수정방침에 반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무리 공천이 급하고 초조하더라도 원칙을 고수하자는 시민을 바라보고 정치를 해야지 대통령 뜻에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정치는 시민들로부터 버림받는다. 청주시장은 청주시민을 행정적으로 대표하며 선거라는 정치과정을 통해 재신임 여부를 묻는다. 적지 않은 청주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은 '남상우 청주시장의 정치생명이 위태로워졌다'는데 동의한다. 더 심한 평가를 내 놓는 경우도 많다.

남 시장이 그토록 심혈을 기울이는 공천을 한나라당이 그에게 주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남 시장에게는 미안하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자신의 발언이 옥쇄가 돼 공천을 못 받아도 반항 한 번 못해보고 접어야 한다. 치열한 공천 경쟁에서 가장 효과가 큰 '공천불복'이라는 강력한 정치적 선택권을 자진반납 한 꼴이다. 정치적 무장해제 상태에서 '개싸움'에 비유되는 공천 전쟁에 임하려는 남 시장이 용감한 건지 아마추어인지 잘 모르겠다.

-정치적 무장해제로 위기 자초-

남상우 청주시장의 튀는 언행이 세인들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리면서도 "인품은 순박하다"는 애정 어린 소리가 뒤따르곤 했다. 어디로 튈지 몰라 불안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순박성의 비호를 받던 세월도 갔다. 이제는 자신의 정치적 계산을 앞세운 나머지 시민들의 여론에 역행하는 시장이라는 부정적 흐름에 직면해 있다. 남상우 청주시장은 오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