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침몰' 우리가 먼저 경계해야

2024.07.31 14:30:36

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한때 일본침몰이란 말이 유행하더니 이제는 일본인들이 곧잘 '한국침몰'이란 말을 서슴지 않는다. 일본의 한 극우 인사가 한국이 파리 올림픽에 대표단을 대폭 줄였다고 하면서 망언을 했다.

파리올림픽에 참가하는 한국 선수단의 규모는 144명이다. 이는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 당시 232명의 60% 수준에 불과하다고 일본 인사는 이유를 들었다. 한국에게 파리올림픽은 '침한(浸韓.침몰하는 한국)의 상징'이라고 비웃었다.

그는 '올림픽 개막으로 세계 언론은 자국 선수들의 활약상을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며 '한 나라 선수단의 올림픽에서의 활약은 경제지표나 군사력 지표와는 다른 차원의 국력을 상징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 일본인의 견해는 사실 기분 나쁜 소리이긴 하다. 한국이 일본을 앞질러 잘나가는 모양이 배가 아파하는 말 같기도 하다. 국민 개인 소득도 일본을 앞지르고 반도체 등 첨단기술도 일본을 제친지 오래다.

그러나 '침한 충고'는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없지 않다. 지금 한국의 현실을 냉철하게 목도하며 현실을 곱씹어 봐야 한다. 사실 침한의 전조증상은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늘어나는 국가부채, 인구 절벽, 시골의 공동화, 청년실업, 관광산업의 극심한 불황 등은 국가침몰의 전주곡이 될지 모른다. 농촌의 빈집현상은 수도권 인근 지역도 마찬가지다. 농사를 짓는 부모들이 세상을 떠나면 집을 지킬 자식들이 없다.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농촌마저 이러니 지방의 현실은 불문가지이다.

필자는 조선 분원자기 가마터 답사를 위해 경기도 광주시 모 지역을 돌아본 적이 있었다. 광주시에서 30분도 안 되는 곳이다. 가마터 가까운 곳에 무너져 가는 민가가 있었는데 살림살이를 그대로 두고 주인이 떠났다.

외벽에는 달마도 액자가 그대로 걸려 있으며 장독 뒤에는 근대 작가 도자기 굴러다니고 있었다. 집 주인이 서화, 도자기를 애호한 것 같은데 지금은 쓰레기가 되어 뒹굴고 있는 것이다. 주인이 세상을 떠나자 자식들이 살던 집을 방치한 것이다.

농촌에 세컨하우스를 만들고 전원생활을 즐기는 시대는 지난 것인가. 시골에 전원주택을 장만한 도시인들이 여러 이유로 집을 매각하려해도 사는 사람이 없어졌다.

탄광촌으로 유명했던 강원도 모 시는 광업소가 문을 닫자 주민들의 삶이 앞길이 막연하다고 한다. 광업소 직원들을 상대로 음식을 팔아 온 한 식당은 점심시간마저 손님이 하나 오지 않는다고 절망적인 말을 했다.

국민을 대변한다는 국회는 개원이후 서민들의 어둔 그림자를 외면하고 있다. 국회 개원초기부터 거대 야당은 현 정권을 침몰시키기 위한 탄핵에만 매몰되어 있다. 헌법의 기본 원리를 무시하면서 까지 탄핵추진을 위한 토론을 하고 있다. 서민들의 삶은 무시하고 오로지 현 정권 타도가 지상과제처럼 여기고 있다.

왜적의 조총과 칼날이 코 앞에 까지 왔는데도 동서로 나뉘어 권력투쟁에 매몰되었던 선조 때당쟁 역사를 방불 한다. 여론조사에서 야당의 지지도가 여당에 비해 현저하게 뒤떨어져도 그들은 총선은 아직 멀었다고 자위하는 것 같다.

나라가 망하는 데는 등식이 있다. 우선 정치인의 윤리 도덕성이 타락한다. 정권탈취를 위한 수단방법을 가리 않는 음해 모략 중상이 판을 친다. 법을 여겨도 부끄럽지 않게 생각한다. 나라의 근간이 흔들이는 것을 미처 알지 못하는 문맹상태가 지속된다. '침한'의 전조증상을 권력투쟁에 매몰된 정치권만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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