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강해야 먹히지 않는다

2023.01.04 16:07:31

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구랍 필자는 시간을 내어 화제가 되고 있는 윤제균 감독의 영화 '영웅'을 감상했다. 뮤지컬에 가까운 영화이지만 2시간 가까이 숨을 죽이고 본 것 같다. 안의사가 사형집행을 당하는 장면보다 영화 초반부 독립군 참모장이었던 안중근 의사의 화령전투 씬을 보고 가슴이 먹먹하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섬광과 함께 포탄이 작렬하는 전투장에서 독립군은 처절하게 싸우고 죽어갔다. 병사들 가운데는 어린 소년도 있었다. 감독은 전투 신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왜 필자는 이 장면에서 뜨거운 눈물이 나왔을까.

독립군은 나라를 잃고 떠돌며 일본군에 대항하는 유격전쟁을 했다. 일본군대를 이길 수 있는 조직력이나 무기체제도 갖추지 못했다.

나라를 잃은 민족의 아픔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일깨워진 장면이었다. 일본이 아니었으면 인자한 부모 밑에서 공부를 해야 될 나이의 소년들이었다. 젊은 청년 안중근도 어머니와 부인 그리고 사랑하는 딸을 두고 독립군에 가담한 것이다. 독립군이 안됐으면 유학을 공부한 안의사는 아마 평범한 교육자나 학자가 되었을 것이다.

영화 마지막 부분 법정에서 이등박문을 사살한 이유를 묻는 재판관의 질문에 안의사가 제일 먼저 꺼낸 답은 민비의 시해였다. 일국의 국모를 무참하게 살해 한 일본제국주의의 죄를 물은 것이다.

당시 민비시해는 조선 지식인들의 전국적 봉기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안의사도 분노를 참지 못하여 가정을 버리고 독립군에 참가한 것이다. 나약했던 대한제국 황제 고종은 중전인 민비를 지켜주지 못했다. 국권마저 지킬 힘이 없었으니 연약한 중전이 창덕궁에서 일본 낭인들에 의해 칼로 난자를 당해도 숨을 죽이고 자신이 살길만 찾아 헤맸다.

일본 제국주의를 압도할 군대가 있었다면 이런 굴욕을 당했을까. 나라를 잃은 수만 명의 힘없는 국민들이 만주로 연해주로 떠돌며 살았을까. 일본제국주의 군대들에게 무참히 살해 되고 가족들이 멸문지화를 당하는 아픔을 겪었을까.

안의사는 동양평화를 해치고 조선을 강제 합방하려는 이등박문을 죽이기로 결심한 이유를 분명이 천명하고 있다. 일본침략을 당한 당시 중국 의사들도 이런 거사를 생각지 못했다. 독립군 참모장이었던 자랑스러웠던 대한제국 청년 안중근의사 만이 할 수 있었던 거의였다.

안의사를 생각하면서 필자는 임진전쟁당시 충남 금산에서 일본군과 싸우다 700 의사와 같이 산화한 중봉 조헌선생, 영규대사, 고경명의병장을 떠 올리게 된다. 마침 세 분의 진귀한 유묵을 발견하여 이를 고증하는 중이었는데 영화 '영웅'을 본 것이다.

나라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있을 때 세 분의 의사와 700명의 의병들도 일본군과 싸우다 모두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군대가 아니었다. 전직 관료와 선비, 그리고 선방에서 불도를 수학하는 승려들이었다. 의사가운데는 주인을 따라 참전한 노비신분도 있었다.

일본군을 피했으면 이들은 살았을 게다. 그러나 조헌선생은 죽음을 각오하고 일본군과 맞섰다. 700여 의사들도 같은 마음으로 창검을 잡았다. 일본군은 청주성에서의 패전을 앙갚음 하려는 듯 의병들을 모두 도륙하고 말았다.

이 같은 피어린 역사는 나라가 힘이 없으면 백성들이 고난에 빠진 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북한이 신년 1월 1일에도 탄도미사일을 쐈다. 윤대통령도 언급했듯이 침공을 당하지 않으려면 국방력을 강화해야 한다. 영화 '영웅'은 안의사를 소환하여 국민들에게 이런 경각심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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