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개 유적 홀대하지 말아야

2021.06.16 17:12:17

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한국 제일의 여름 휴양지로 회자되는 단양. 청정한 옥수, 팔경의 그윽한 경치를 따를 곳은 전국을 다녀 봐도 없는 것 같다. 언제고 가보고 싶은 곳이 단양팔경이다.

그런데 단양을 소개한 한 인터넷 블로그를 보니 조금은 황당하다. 단양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다섯 군데를 꼽고 있는데 고수동굴, 도담삼봉, 다누리 아쿠아리움, 단양호 유람선, 구경시장 등이다.

유튜버의 개인적인 취향이겠으나, 볼거리만 치중하고 단양의 역사적 향기가 어린 문화 유적들이 빠져 아쉽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세계적인 명소 수양개 유적이다.

단양군청 홈피에 접속해 보니 수양개 유적을 홀대하고 있어 더욱 실망했다. '수양개 역사문화길'이라고 하여 간단히 소개 하고 있다. 그러니 타지에서 단양을 찾는 이들이 알 턱이 없다. 전곡리 구석기 유적이 있는 연천군 홈페이지와는 대조적이다. 연천군은 홈페이지에서 톱으로 연천구석기 축제와 연천유네스코 지질공원 동영상을 올리고 있다.

수양개 유적은 40년 전 충북대 박물관 이융조 교수팀에 의해 찾아졌다. 그는 유적 발견의 비화를 교수신문(2016년 6월 28일)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1980년 7월 20일부터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남한강은 삽시간에 불어났다. 그는 내심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자고 말해주길 기다렸지만, 허기에 지친 학생들이 오히려 더 열성적으로 강을 건너 수몰 예정 지역인 수양개로 앞장섰다. 급류 속에서 배를 움직이던 노인 분이 '이런 날씨에 강을 건너는 건 미친 짓'이라고 역성을 냈지만, 학생들은 요지부동이었다. 지금은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원장으로 있는 우종윤 원장이 당시 학생대표였는데, 그를 불러 나루터에서 밥을 지어 먹을 수 있게 했다. 다음날 주변을 돌아보니 고추밭, 마늘밭, 감자밭 곳곳에서 '까만돌'이 보였다. 모두 석기였다. 수양개 선사 유적은 그렇게 해서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사선을 넘는 용기와 의지로 찾은 유적이다. 이 곳에서 수습 된 주먹도끼는 프랑스·알제리에서 출토된 유물과 형태와 수법이 비슷해 세계적 이목을 끌었다. 한국에는 청동기문화 마저 없다고 비하했던 과거 식민지 교육의 장막을 거둔 쾌거였다.

수양개 유적은 1983~1996년 7차에 걸쳐 발굴 조사가 이뤄졌다. 10만 점의 유물이 출토됐으며 중기 구석기층에서는 자갈돌을 주된 재질로 해 모루, 망치떼기 등 직접떼기로 만든 찍개, 긁개, 찌르개 등이 발굴됐다. 그리고 1997년도에 사적 제398호로 지정됐다.

지난 2016년 7월 26일부터 엿새 동안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21회 학술대회 포스터에는 큼지막하게 한글로 '수양개와 그 이웃들 : 수양개와 헬갭'이라고 표기하기도 했다. 수양개 유적을 바라보는 국제적 관심을 표명한 것이다.

수양개 주먹도끼는 현재 런던박물관에 전시 돼 국위를 선양하고 있다. 박물관 측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단양의 구석기 문화를 세계인들에게 알리고 있다.

오는 7월이면 수양개 유적 발견 41주년이 된다. 올 25회 국제학술대회는 수양개 유적이 있는 단양과 전곡리 유적 연천에서 열린다. 세계적인 학자들이 대거 단양을 방문하게 된다.

국제적 이목을 끌고 있는 차제에 수양개 유물전시관의 열악한 환경이 우선 개선돼야 함을 지적하고 싶다. 국립박물관 규모로 격상해야 한다. 단양군수와 의회, 충북도가 주도적으로 나서 중앙에 예산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그것이 아름다운 단양, 세계적인 구석기 유적을 보유한 단양의 자존심을 높이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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