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는 '노잼 도시'인가

2024.09.03 14:34:53

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요즈음 지방자치단체장들 사이에 유행어가 생겼다. 바로 '꿀잼도시'다. 대전시장은 얼마 전 '0시 축제'를 주관하고 세계적인 꿀잼 축제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무더위가 심각한 기간에 축제를 열어 행사장마다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축제시기를 잘못 잡아 외지인과 시민들에게 꿀잼을 얼마나 선사했는지 미지수다.

울산 시장은 청년 울산대장정 U-로드 발대식에서 '요즘 울산은 꿀잼도시입니다.'고 자화자찬했다. 광주시장도 '재미있는 도시, 사람들이 머무르고 찾고자 하는 도시로 만들어 가겠다'고 선언했다. 변변한 백화점 하나 없는 광주시에서 시민들이 얼마나 꿈잼을 만끽하며 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들 자치단체장들의 말이 구두선(口頭禪)은 아닐까. 구두선이란 불가에서 '말로만 선을 이야기하고 실제로는 수행하지 않음'을 지칭한 것이다.

180여만 명 구독자를 보유한 한 유튜버가 지난해 10월 '청주는 진짜 재미없는데…'라는 언급이 있었다. 이 유튜브에 자극을 받았는지 이범석 청주시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청주시의 불명예스러운 '노잼 도시'란 타이틀을 지우기 위해 다양한 플랜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청주시장의 올 신년사는 다름 아닌 '꿀잼 1번지 청주, 즐겁고 살 맛 나는 꿀잼 행복도시 조성'이었다. 또 한 언론 인터뷰에서 '청주시의 불명예스러운 '노잼 도시'란 타이틀을 지우기 위해 다양한 '꿀잼 축제'를 선보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처음 도시를 찾은 외지인들이 감동을 받지 못하면 재미없는 도시가 된다. 설령 축제가 있더라도 다른 지역과 천편일률 프로그램이라면 흥미를 얻지 못한다,

세계에서 가장 재미있는 꿀잼 도시는 어디일까. 한 인터넷 기사를 보니 미국 뉴욕이라고 쓴 글이 있다. 이 기사를 보면 뉴욕에서 가장 재미있는 곳을 소호거리로 꼽았다.

소호 거리는 뉴욕대학을 중심으로 대학가의 낭만과 예술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젊고 예술을 좋아하는 세계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많은 갤러리와 카페가 즐비하여 문화를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독일 명문 하이델베르그 대학과 인접한 고 도시와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해외여행을 하면서 가장 재미있는 도시는 오스트리아 비엔나, 또는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등이다. 음악의 도시 비엔나는 연중 하루도 빠짐없이 음악회가 열린다. 저녁이면 베토벤이 즐겨 다니던 맥주집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마실 수 있다. 세계에서 찾아 온 관광객 음악인들과 얘길 나눌 수도 있다. 청정 도시 코펜하겐을 가면 그냥 눌러 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서울도 세계인들에게는 재미있는 도시로 알려지고 있다. 종로3가 구 가옥을 정비하여 새로운 카페 문화가를 형성한 익선동에는 매일 같이 외국 관광객들이 넘쳐난다. 이곳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과 커피를 맛볼 수 있으며 한류를 체험할 수 있다.

지난 1980년대 중반 필자는 취재차 충남 강경읍을 다녀 온 적이 있었다. 그런데 당시 강경읍은 일제 강점기 1930~1940년대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3대 포구였던 개화기 포구, 색주가, 금융가, 객주들의 집이 고스란히 보존되어있었다.

필자는 도청 주요 간부에게 강경읍의 살아있는 개화기 역사를 보존하여 관광지로 만들 것을 제안했다. 그런데 당시 충남도는 필자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금은 모두 헐리고 새로운 도시가 되어 개화기 역사문화가 모두 사라졌다.

외지인들이 청주를 찾아 감동을 받을 수 있는 바탕은 역사 문화공간이다. 그리고 다른 도시에서는 찾을 수 없는 아름다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청주 미호강을 미처 개발하지 못해 아름다운 수변공간을 만들지 못했다. 청주시장 혼자 아무리 강조해도 시민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공염불이 된다. 지역 대학, 상가, 문화계 인들이 힘을 모아 노잼 이미지를 탈피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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