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소경 잊은 문화복원 안돼

2023.08.23 17:02:47

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30여 년 고향을 떠나 사는 필자가 최근 느끼는 감정은 청주가 통일신라 '서원소경'을 잊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40여 년 전 청주에서 역사연구 모임인 서원학회를 만들어 성지연구가 고(故) 이원근교수를 모시고 청주일대의 고적을 수년간 조사했다.

당시 회원들의 최대 관심사는 바로 신문왕 때(685AD)에 청주에 설치 된 서원소경 치지(治址)였다. 이교수와 회원들은 주말이면 배낭을 메고 청주 인근의 절터, 성터를 답사했다.

그런데 우리 답사반이 청주 상당산성 남문 아래를 조사할 때 고졸한 글씨가 새겨진 명문기와를 찾았다. 글씨는 '사탁부속 장지일(長池馹)'이었다. 통일신라의 나뭇가지 문양의 얇은 기와였는데 해서로 양각된 명문은 조선시대의 것이 아니었다.

사탁부라면 바로 신라 6부의 하나가 아닌가. '장지일'은 또 무슨 뜻인가. 당시 서원학보에 논문을 쓰면서 필자는 이 내용이 신라 '장지역(長池驛)'이라는 적시하지 못했다. 나중에 이 기와는 신라 사탁부에 속한 장지역으로 규명됐다. 여지승람 청주 역원조에 나오는 장지역이 본래는 상당산성 남문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통일직후 신라 사탁부민 일부는 경주에서 이주하여 장지역을 중심으로 살았던 것임을 알려주는 중요 자료다. 그렇다면 초기 서원소경 치지는 상당산성이란 해답이 나온다.

이때 청주여상에 근무하는 미술교사 정찬경 화백을 만나게 된다. 정화백은 홍익대를 졸업한 서양화 비구상 화가로 현재는 서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분이다. 정화백은 우암산에서 아름다운 보상화문 와당을 수습했다고 제보해 왔다. 우리는 급히 정화백과 함께 우암산으로 갔다. 바로 목암사 자리였는데 우암산성 안의 주거지에 해당하는 곳이었다.

여기에서 출토 된 와당은 고려 초 보상화문, 연화문 와당이었다. 일부는 통일신라 와당으로 봐도 무리가 없는 것도 있었다. 서원소경 치지를 찾고 있는 우리들은 우암산성이 중요한 연관이 있는 유적임을 확인했다. 정화백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귀중한 유적을 조사 할 수 있어 지금도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

서원소경 자리는 과연 어디일까. 과거 청주목이 있던 청주읍성자리일까. 필자는 이후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신라는 통일 후 처음 상당산성에 서원소경 치소를 둔 것으로 해석했다. 백제가 멸망한지 25년이 지났으나 민심을 걱정해야 할 시기였다.

8세기 초 서원소경 치지는 지금의 청주중심가로 내려왔을 가능성이 있다. 신라는 평지에 도읍을 세우고 일단 유사시 읍민을 보호할 방위성을 가까운 산에 쌓았다. 경주 남산성, 충주(중원경) 남산에 석성을 구축한 예가 그것이다. 서원소경은 바로 백제 때부터 지역방어성으로 이용하였던 우암산 토성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서원소경은 신라 서라벌 왕성의 축소판으로 이 지역의 정치, 경제, 문화, 학문의 중심이었다. 그 문화력이 고려 초 광종 때 세워진 용두사지 철당간의 '학원경' 이라는 명문으로 가늠 된다.

청주시가 구도심 활성화를 위해 성안동 일원에 대한 대규모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시가 성안동 일원에 구상하고 있는 개발 사업방식은 국보 41호 용두사지 철당간을 중심으로 동심원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문화회복 프로젝트, 상권회복 프로젝트, 재난재해 대응 프로젝트 등 3가지 분야 사업이 계획되고 있다. 그러나 신라 서원소경이란 이름이 빠진 것이 자못 서운하다.

앞으로 청주시의 고문화 복원 사업에 신라 5소경의 하나였던 '서원소경'이 빠져서는 안 된다. 이 시기의 역사탐구와 문화 복원이 이뤄져야 한다.

서원소경과 국보 용두사 철당간지주 - 최초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도 모두 연원은 '서원소경 문화'에서 나왔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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