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위기 단합만이 답

2024.07.17 14:58:33

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역사상 우리민족에게 국가적 위기는 수없이 많았다. 그러나 미증유의 환난 속에서도 사는 터전을 수호해 왔다. 고유한 언어와 전통, 민족문화를 지켜온 것은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어렵게 민족을 통일 한 한반도가 최대 위기를 맞았던 것은 7세기 후반 당나라 침공이었다. 당은 백제를 공략했을 때는 13만대군을 파병했지만 신라 침공에는 20만 연합군을 동원했다. 신라와 오래 적대했던 말갈장수를 총사령관으로 삼고 반정부 세력인 친당 유학파 한 사람을 길잡이로 삼았다.

675AD 신라는 매초성에서 20만 당군과 사활을 건 일대 격전을 치른다. 매초성 위치는 여러 설이 있지만 지금의 경기도 연천 소성리 협곡이 유력하게 비정되고 있다.

당나라 연합군은 보병보다는 기병으로 중무장한 군대였다. 신라의 9군 주력부대는 연천 협곡에 진을 치고 사활을 건 결사항전을 준비한다. 신라는 말갈과 전쟁을 오랫동안 치러 이들의 남하 루트가 어디인지 잘 알고 있었다.

고구려 장수왕 때 백제 왕도 한성을 침공해 위례성을 불태웠던 길이며 신라가 역으로 평양성을 공격했던 전략도로였다. 신라는 당연합군이 이 길목을 통과, 한산을 장악하고 한강을 통해 충주로 진출 소백산을 넘어 경주로 직진한다고 생각했다.

신라군은 매초성 길목을 차단하는 것이 대군을 저지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기병들을 제압 할 수 있는 신무기를 동원했다. 그것이 바로 당나라 황제가 비법을 알려고 해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포노(砲弩)'였다. 오늘날 다연장 로켓과 같은 신무기 였다.

1만 명의 포노군이 한번에 10발씩을 쏜다면 한꺼번에 10만 개의 화살이 적진에 투하 된다. 두 번 시위를 당기면 20만 발이 비 오듯 쏟아지는 것이다. 20만대군이 아무리 용감한 기병일지라도 하늘에서 쏟아지는 포노화살을 피할 수는 없다. 말갈 대군이 파죽지세로 연천 협곡을 달려올 때 신라 포노군은 일제히 시위를 당겼을 게다.

당연합군의 선두가 무너지고 계속 진격하는 기병들도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수만 대군이 일시에 궤멸되어 전열이 흩어졌다.

신라군은 최고의 전투부대인 낭당(郎幢. 화랑도로 구성 된 부대)을 투입, 학진(鶴陣)으로 포위하고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을 것이다. 신라군의 육진 전법에 당연합군은 독 안에 든 쥐처럼 저항도 못하고 죽어갔다.

신라군의 승리 요건은 또 다른데 있었다. 낭당의 결사항전도 있었지만 이미 나라를 잃은 백제, 고구려군도 자신들의 군복을 입고 이 전쟁에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우리민족이 단합하여 외세를 무찌른 첫 역사적 승전으로 기록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전쟁을 중국 당서(唐書)는 치욕이라고 생각하여 언급하지 않았으며 삼국사기에도 중국 눈치를 보느라 짧게만 기록했다.

지금 한반도 안보상황은 위기다. 북한과 소련이 결속을 과시하고 있으며 대만해협에서는 미군 함정과 중국 초계기가 일촉즉발 충돌위기 까지 발생했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도 거대야당은 안보불감증으로 한반도 주변의 정세를 안이 하게 전망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에만 몰두하고 있는 분위기다. 자신들을 수사하는 검사들을 탄핵시키려는 반 헌법적 발상도 서슴지 않고 있다.

여당도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의 치졸함이 점입가경이다. 후보 간 서로 헐뜯는 지경을 떠나 지지자간 감정적인 패거리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총선에서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으면서도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축제가 되어야할 당대표 선거를 내부균열로 이끈 후보나 후원 조직이 있다면 사퇴해야 한다.

국가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한치 앞을 생각지 않는 소모적 정쟁을 중지하라, 매초성 전투 역사를 거울삼아 단결해야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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