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충북 화훼단지 활기

2021.05.05 15:33:56

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동백과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 엊그제 같은 데 도심공원에는 초여름 철쭉이 만발해 있다. 날씨가 더워진 탓에 꽃 소식도 이르게 온다.

그러나 고구려 산성을 조사하러 충북의 북부와 강원도를 갔더니 기온차가 심해 아직도 벚꽃이 만발한 곳이 더러 보인다. 복사꽃이 한창인 제천 청풍은 문자 그대로 무릉도원을 이루고 있다는 소식이다.

아무래도 우리의 옛 설화 속에 등장하는 꽃은 진달래와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일 게다. 해변에서 아낙네들이 몰려다니며 따는 동백은 총각들의 마음도 함께 따 주길 바라던 꽃 아닌가. 민요 동백타령은 언제 들어도 신명 난다.

저 멀리 바다에는 아낙네들이 조개를 줍고 / 우리고장 뭍에서는 큰 애기들이 동백을 따네 /.. (중략)..가세 가세 어서 가세 동백을 따러가 / 동백 따는 큰 애기야 동백만 따지 말고 이 총각 마음도 살짝 꿍 따거라

신라향가 헌화가에 나오는 꽃은 무슨 꽃이었을까. 동해 까마득한 벼랑에 매달려 요염하게 핀 꽃은 아무래도 진달래가 아니었나 싶다.

미인이었던 수로부인은 그 꽃을 갖고 싶었다. 그러나 누구하나 이를 따다 줄 사람이 없었다. 부군인 강릉태수 순정공(純貞公) 역시 마찬가지.

그때 기사도를 자처하고 등장한 것이 이곳을 지나던 한 노인이었다. 이름도 모르는 노인은 수로부인이 꽃을 갖고 싶다고 하자 위험을 무릅쓰고 벼랑에 올라가 꽃을 꺾어다 바친다.

붉은 바위 가에 / 잡은 암소 놓게 하시고 /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용왕에 납치되어 한동안 소식을 모르게 잠적했던 수로부인. 열정적인 노인을 따라가 비밀스런 사랑의 행로를 다녀 온 것은 아니었을까.

꽃 설화가운데 선덕여왕의 지혜를 상징하는 모란꽃 얘기도 재미있다. 신라 제27대 왕에 오르자 당나라 황제 태종이 세 가지 색으로 그린 모란꽃 그림과 꽃씨를 보내왔다.

그때 선덕 여왕은 모란꽃 그림을 보고 '이 꽃은 틀림없이 향기가 없을 것이다' 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씨앗을 궁전 뜰에 심었다. 얼마 후 꽃이 피었는데 선덕 여왕의 말대로 향기가 전혀 나지 않았다. 신하들은 여왕에게 어떻게 향기가 없는 꽃인 줄 알았느냐고 물었다.

"꽃 그림에 나비가 없다. 그건 향기가 없다는 뜻 아니겠느냐· 이는 당나라의 황제가 나에게 남편이 없는 것을 놀린 것이다."

5월을 장미의 계절이라고 부른다. 꽃말은 '행복한 사랑' '애정' '열정' 이다. 그리스 신화에는 여신 아프로디테가 사람들을 위해 아름다운 꽃을 주고 싶어 섬에 씨앗을 뿌렸는데 장미꽃이 되었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의 표현으로 바치는 꽃이 장미다. 그래서 결혼식 때 부케나 여성에게 최고의 꽃 선물로 자리 잡았다. 서양풍속이 우리의 습속이 된 것이다.

코로나19로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충북화훼업계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 해 5월 대비, 매출이 30% 증가했다고 한다.

필자가 서울의 화원에 확인 한 바에 따르면 충북 청주, 진천 등지의 화훼단지에서 출시 된 장미꽃이 인기가 높다. 어려운 시기를 겪는 충북 화훼농가들이 기지개를 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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