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정용근 충북경찰청장

2021.10.19 21:20:31

[충북일보] "충북경찰의 존재 이유는 도민이다." 4년 만에 고향에 온 정용근(56) 충북경찰청장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정 청장의 신념은 말로 그치지 않았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했다. 대민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경찰 대응의 효율성을 높였다. 책임수사를 구현하고자 경제팀 수사역량을 강화했다. 이 모든 활동의 중심에는 도민이 있었다. 100일 동안 '도민 만족'을 위해 달려온 정 청장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나눴다.

◇고향인 충북에서 경찰청장을 맡은 지 100일이 지났다. 소회는.

"4년 전 고향인 충북에서 2부장으로 잠시 근무하고 아쉬움을 뒤로한 채 떠났다. 다시 충북에서 청장으로 근무할 기회가 생겨 정말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다만 164만 도민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과 사명에 나름의 부담감도 느낀다. 이제 3개월여 지났다. 수사권 개혁과 자치경찰제 시행이란 대변혁의 시기에도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음을 느낀다. 유관기관과 동료 경찰, 도민들의 협조 덕분이다. 도민들께서 충북경찰에 보내주시는 많은 신뢰와 지지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충북경찰을 대표해 늘 감사하다."

지난 8월 18일 우수지역관서로 선정된 음성 설성지구대 직원을 축하하는 정용근 충북경찰청장.

◇취임 후 100일, 그간 주요 성과는.

"충북청장으로 부임하면서 임기 내 해야 할 일을 미리 구상해 취임과 동시에 속도감 있게 추진했다. 책임수사 구현, 사회적 약자 보호, 전문 경찰 양성, 정신 질환자·주취자 대응 문제 해결, 보이스피싱 원천적 해결 등이다. 100일의 짧은 기간에도 충북경찰은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먼저 책임수사 구현을 위해 '경제팀 수사역량 강화 방안'을 수립, 경제팀(통합지능팀) 인원을 늘렸고 현업 지정을 통해 일한 만큼 보상했다. 서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생활주변 폭력배'와 '악성 사기범 수배자' 검거에 집중했고 북한이탈주민, 다문화가정의 정착을 돕는 사회안전망도 마련했다. 전문성을 갖추려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신임 수사관 교육을 특별 실시했고, 경찰의 신속·정확한 현장조치가 가능하도록 업무 매뉴얼을 제작했다. OJT와 충북경찰청 교육센터를 통해 양질의 전문 교육 또한 지속 시행했다."
◇지난 7월 13일 취임 당시 직원들에게 '실력 있는 경찰이 되자'고 강조했다. 실력 있는 경찰이란.

"충북경찰이 도민으로부터 '믿음직한 경찰', '신뢰할 수 있는 경찰'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전문성, 즉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취임 당시부터 전문성을 강조한 이유다. 내가 맡은 분야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국민의 부름에 응답할 수 있는 '준비된 치안 전문가'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자신이 맡은 업무에 관한 법령, 규칙, 매뉴얼, 지침 등 필요한 내용을 이해하고 명료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부단히 교육·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충북경찰은 업무가 같은 직원들끼리 함께 학습·연구하고 토론하며 업무 전문성을 키워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위장수사, 스토킹처벌법 등 새로운 제도 시행에 맞춰 실질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정신 질환자와 주취자 대응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으로 근무할 당시, 정신 질환자와 주취자 문제로 인해 112신고 대응력이 약화됨을 알게 됐다. 이 문제를 경찰이 모든 역량을 동원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삼고, '보호조치팀'과 '주취자 응급의료센터'라는 충북경찰만의 독자적인 정책을 추진했다. 먼저, 정신질환자 대응을 위해 지난 6월 충북소방본부·음성 소망병원, 지난 9월 충북대병원·제천병원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전문병원과 협약을 맺고 입원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병원·경찰 간 협업체계를 강화한 것이다. 또한 충북경찰청 내 정신 질환자 보호조치팀을 신설했다. 보호조치팀은 정신 질환자 응급입원 등 처리 전반 과정을 직접 지원해 현장 경찰관들이 112신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보호조치팀 운영 이후 월 평균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6.3%(1.9명·4.1명→6명) 증가했다. 효율적인 주취자 대응에도 힘쓰고 있다. 충북경찰청은 20일 충북도, 충북자치경찰위원회, 청주의료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21일부터 청주의료원에서 주취자 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의식불명 주취자를 전문 의료인이 보호·치료할 수 있도록 해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주취자 대응으로 인해 현장 출동에 차질을 빚던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본다."

◇올해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안 관련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충북경찰에 변화가 있다면.

"올해 1월 1일부터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이 부여됐다. 주어진 권한 만큼 경찰 수사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요구도 커졌음을 알기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경찰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국민중심 책임수사' 구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수사 심사 체계를 강화했다. 사건 종결 전 내부 심사를 강화해 수사 과정과 결과의 완결성을 높이고, 수사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사심사관'과 '책임수사지도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수사 전문성 강화도 꾀하고 있다. 책임수사가 정착하려면 현장 업무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직접수사부서 인력을 대폭 증원해 수사관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경찰 접수 사건 중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거나 수사 난이도 높은 사건은 도경찰청이 직접 수사하는 '중심 수사체제'도 구축했다. 수사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회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경찰수사 심의위원회'도 설치, 객관적 심사를 통해 수사의 투명성·공정성을 높이고 있다. 사건 관계인의 인권 보장과 절차적 정의 구현을 위한 제도를 내실 있게 추진 중이다. 충북경찰은 전문적이고 공정한 책임수사를 통해 단 한명의 억울한 도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지난 18일 단양경찰서 직원들을 격려하는 정용근 충북경찰청장.

◇전화금융사기 피해가 매년 급증하고 있다. 최근 범죄 발생유형과 원인, 대책은 무엇인가.

"취임과 함께 가장 강조했던 부분 중 하나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근절'이다. 전화금융사기 범죄는 전국적으로 피해 규모가 상당할 뿐 아니라, 피해 여파로 극단적 선택까지 불러오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올해 충북에서는 9월 말 기준 전화금융사기 범죄 954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5.7% 증가한 수치다. 범죄 유형은 계좌이체형에서 대면편취형으로 바뀌고 있다. 올해 발생한 전화금융사기의 79.2%가 대면편취형이다. 통장개설 절차 강화로 대포통장 확보가 어려워지자 현금수거책을 통해 피해자로부터 직접 현금을 수거하는 대면편취형 범죄가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범죄 조직 대부분이 외국에 기반을 둔 탓에 검거가 신속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경찰이 해외·관계 기관과 협력해 해결해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충북경찰은 도민 재산 보호를 위해 '전기통신금융사기 합동 T/F'를 꾸려 범죄 예방에 총력 대응하고 있다. 검거역량을 높이고자 대면편취형 범죄 전담 기능을 형사 기능으로 이관해 신속한 현장 출동과 추적 수사가 가능토록 했다. 예방에도 중점을 두고 '특별범죄 예방 주간'을 설정해 다액현금 인출 시 112신고 즉시 통보시스템을 활성화하는 등 금융기관과 적극 협업하고 있다. 금융기관 내 전화금융사기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각 지역 실정과 연령별 특성에 맞는 주민 맞춤형 홍보활동도 다각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도민들께서는 수사기관과 금융기관은 절대 돈을 요구하지 않으니 절대 속지 말고 범죄 의심이 되면 112로 적극 신고하시길 바란다."

◇도민들께 당부의 말씀은.

"늘 한결 같이 충북경찰에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시는 도민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올해 경찰은 창설 이래 가장 큰 변화의 시기를 겪었다. 수사권 개혁으로 무거워진 책임에 부응하는 더 높은 수준의 수사 역량으로 보답하겠다. 자치경찰제를 통해 세계 최고의 치안 수준은 유지하되, 분권의 가치가 잘 조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내일(10월 21일)은 76주년 경찰의 날이다. 경찰은 업무 특성상 늘 위험에 노출돼 있다. 그럼에도 충북경찰 한 명 한 명은 묵묵히 자신이 맡은 소임을 다하고 있다. 현장에서 고생하는 경찰관들을 향한 따듯한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 신민수기자 0724sms@naver.com

정용근 충북경찰청장 프로필

△1965년 충주 출생

△1983년 충주고등학교

△1987년 경찰대학교(3기) 법학과

△2007년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경찰행정학과 석사

주요경력

△1987년 경위 공채

△2011년 음성경찰서장

△2013년 경기남부청 시흥경찰서장

△2016년 대통령 기획비서관실 파견

△2018년 경기남부청 3부장

△2019년 국무총리 국무조정실 파견

△2021년 충북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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