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가 만난 시람들 - 김유근 군인공제회 이사장

청석고·육사 졸업, 합참차장·NSC 사무처장 등 역임
17만 회원 복지증진 책임진 군인공제회 이사장 취임
호야등 켜고 살던 시골 소년의 '60년 인생유전'
"충북 발전상 뿌듯… 앞으로는 고향 발전 일조할 것"

2021.03.18 20:22:13

[충북일보] 충북 청주 출신의 김유근 이사장. 그는 청석고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40여 년간 직업군인으로 활약했다. 이어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을 역임한 뒤 이어 지난 2월 15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에 취임했다. 충북을 빛낸 인물 중 한 명인 그의 취임 소감과 근황이 궁금했다. 김 이사장은 본보 인터뷰 내내 회원들을 위한 각별한 애정을 쏟아냈다.

◇군인공제회는 어떤 곳인가

"37년 전인 1984년 설립, 군인 및 군무원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도모하고 국군의 전력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특별법인이다. 1984년 설립 당시 자산 224억 원과 회원 6만2천433명으로 출발해 현재(2020년 12월 기준) 자산 12조6천여억 원과 회원 17만3천여 명, 6개 사업체(대한토지신탁·한국캐피탈·엠플러스자산운용·공우이엔씨·엠플러스에프엔씨·군인공제회C&C)를 거느린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취임 소감은

"국가안보를 위해 헌신하는 17만 회원의 복지증진을 위해 일하게 된 것을 더없는 영광으로 생각하며,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갖게 된다. 국가안보를 위해 고생하는 군 후배들을 위해 봉사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이사장을 지원하게 됐다. 이사장으로서 경영을 함에 있어 기본과 원칙을 엄격하게 준수한 가운데 투명경영을 통해 회원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양질의 수익을 창출하면서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기업을 만들어 나가겠다."
◇회원은 누구이고, 어떻게 운영되는가

"회원은 하사 이상 군인과 군무원 등 17만3천여 명의 회원들이 있다. 이러한 회원들의 직업 특성상 계급별 연령정년이 규정돼 있어 조기에 전역하는 비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가계비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시점에 전역을 함으로써 연금만으로 생활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가 국가안보를 담당하는 직업 군인들이 전역 시 안정적으로 정착할수록 자산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법에 '자본금은 회원의 부담금과 정부보조금으로 한다'고 돼 있으며, '정부보조금은 공제회의 보호·육성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지급할 수 있다'고 돼 있으나 공제회는 창립 이후 한 번도 국가보조금을 지원받은 적이 없다."

◇주요 수익사업과 복지사업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수익사업은 회원들의 기금을 활용한 국·내외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금융투자와 SOC사업, 신재생에너지, 부동산사업 등이 있다. 사업체(법인체 5·직영사업소 1개소)를 통해서도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복지사업으로는 일반 시중은행의 정기적금 형태인 회원퇴직급여(연복리 3.43%), 정기예금 형태의 목돈수탁저축(2.34%,), 회원대여(2.06~2.08%) 제도를 비롯해 무주택회원을 위한 회원주택사업, 출산보조금, 재해위로금 등 복지부조가 있다. 또한 복지적립금 지급을 통해 회원들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무주택회원을 위해 41개 지역에 3만6천411가구의 회원아파트를 공급했다."

◇향후 공제회를 어떻게 경영해 나갈 계획인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기민하고 적시적인 변화관리 경영으로 보다 경쟁력 있고 신뢰받는 군인공제회를 만들기 위해 △회원 복지제도 발전 △영업이익 창출 극대화 △안정적인 자산관리 △경영시스템 효율화 △개방적이고 일하기 좋은 직장문화 등 5가지 경영 중점을 설정하고, 새로운 백년대계를 향한 초석을 다진다는 생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 공제회는 최근 5년 연속 흑자달성을 통해 기금 운용이 안정적으로 되고 있으며, 회원들로부터도 많은 신뢰를 받고 있다. 그렇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급변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변화와 혁신을 통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창출을 통해 지속가능 경영의 동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유년시절의 모습이 궁금하다. 학창시절 에피소드가 있다면

"옛 청원군 오창에서 촌부의 3남 2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4학년까지 다니다가 부친이 청주시내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이사를 했고, 율랑동에 있는 덕성초등학교로 전학했다. 전깃불이 없이 호야등을 켜고 살던 시골 촌놈이 전깃불이 들어오는 시내로 와 밝은 세상에서 사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후 추첨에 의해 대성중학교에 입학해 다니는 동안 부친이 사업에 실패해 가계가 기울었고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는 실업계인 청주상고로 진학해 졸업과 동시에 취직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 즈음 대성학원(현 청석학원)에서 인문계 고등학교를 설립하고 고교전액 지원과 소위 서울에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에 입학하면 4년 동안 학비지원과 취업까지 보장해준다는 파격적인 모집안이 제시돼 청석고등학교 창설멤버로 입학해 1회 졸업생이 됐다. 당시 학교 이름도 없이 청주상고 부설 인문고교의 이름으로 시작을 했던 것 같다. 물론 반듯한 교실도 없었다. 청주상고 한쪽 끝자락에 교실 몇 칸을 빌려 어렵게 시작했다. 아마도 오늘의 청석고 명패는 2학년 때 정문에 붙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박완순 교장선생님, 길명호 교감선생님을 비롯한 선생님들의 열정만큼은 어느 명문학교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뜨거웠다. 그러한 선생님들 덕분에 몇몇 동기들과 서로 격려하면서 1회 학생으로 학교전통을 잘 만들어 보자고 다짐을 하곤 했다."

◇왜 직업군인의 길을 걸었나

"솔직히 당시 거창하게 '국가를 위해 이 한 목숨 바치겠다'는 숭고한 신념은 없었던 것 같다. 물론 나중에 꼭 장군이 돼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사나이로 태어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멋있게 인생을 살아보자. 그것이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하던 중 '사관생도'가 젊은이로서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고 멋있게 보였다. 사관생도 입교 이후 교육과 훈련을 받으면서 멋진 군인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사관생도 신조 중에 '우리는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택한다'는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소리치며 머릿속에 새겨 넣었다. 그게 전부다. 초심을 잃지 않고 군 생활을 하다 보니 장군이 되고 육군 중장까지 진급하는 가문의 영광을 얻게 됐다."

◇군복무 시절 충북과 인연은

"약 40여년 군 생활하는 동안 주로 경기도와 강원도 전방지역에서 근무를 했다. 고향인 충북지역을 제외하고 전국 각도에 모두 짧은 기간 동안 근무를 했는데 이상하게도 고향에는 한 번도 근무해보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예전에 청주고 출신 육사 후배가 지역 사단장을 할 때 사단사령부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이 지역에서 연례적인 훈련을 하느라 제가 지휘하는 오뚜기사단이 참가하게 돼 딱 한번 방문한 적이 있다. 참 아쉬운 부분이다. 지역 사단장을 했더라면 지역발전에 위해 좀 더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있다."
◇청와대 근무시절 소회는

"짐작하겠지만 청와대 생활이 녹록하지 않다. 국정을 책임져야하는 청와대는 24시간 긴장하고 날마다 국정전반에 대한 고민을 한다.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더 안전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사생활이 거의 없다. 그것이 청와대 생활의 전부다. 모두가 그러한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 같다. 얼마 전 비서실장을 역임한 노영민 실장도 이(齒)를 몇 개 교체해야 할 정도로 격무에 시달렸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동향의 노 실장을 만나 함께 근무하며 개인적으로 큰 도움을 받았다.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 겸 안보 1차장을 했다. 외교, 통일을 제외한 국방과 안보, 위기관리분야에 대한 참모로서 대통령님을 가까이에서 보좌했다. 개인적으로 큰 영광인 동시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청와대 근무경험이 CEO로서 업무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국정운영 전반을 평가하고 대응책을 수립하고 시행했던 소중한 경험들은 공제회를 경영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주한미군기지이전 사업단장으로서 예산 약 9조 원 규모 사업을 추진하면서 관련 업체를 비롯해 미국 측과도 협상을 통해 효율적으로 사업을 관리했던 경험들은 업무를 추진하는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고향 충북의 변화 어떻게 보고 있나

"충북은 엄청나게 변화했고 지금도 변화하고 있다. 단적으로 미래는 첨단과학이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오창과학단지를 비롯해 청주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준공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자리매김 해 나아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이 과감한 투자와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통해 충북만의 독창성과 존재감을 키워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 대담=김동민 서울본부장·정리=신민수기자

김유근 군인공제회 이사장 프로필

△1957년 충북 청주 출생

△경남대학교 MBA

△8기계화보병사단장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 작전기획부장

△8군단장

△육군참모차장

△합참차장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 사업단장

△국가안보실 NSC사무처장 겸 안보1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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