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모충동에 위치한 족발 전문점 '진승족발'을 운영 중인 이채원 대표가 자신의 가게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지훈기자
[충북일보] “대학에 가고 싶지 않았어요. 장사를 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아버진 대학진학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고 하셔서 연고도 없는 청주에 수시 원서를 넣게 됐죠. 나쁘지는 않았어요. 입학과 동시에 그렇게도 꿈꾸던 독립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뜻밖의 장애물이 나타났어요. 집에서 늘 먹어왔던 음식들을 그 어떤 식당에서도 먹을 수 없었으니까요. 청주에 있다가 집에 가서 집밥을 먹을 때면 배가 터질 정도로 먹었던 거 같아요. 청주에 다시 가면 그 포만감으로 위로 받을 수 있을 만큼요.”
“일찌감치 장사를 시작한 친구들이 있었어요. 녀석들은 서울에서 곱창과 족발집을 운영하고 있죠. 두 곳 다 엄청 맛있어요. 저 혼자 어느 곳에 손을 내밀어 기술을 전수 받을까 고민하다 족발집으로 결정했어요. 물론, 무보수로요. 일을 배우기 시작한 지 4개월이 지나자 정말 힘들더라고요. 기본적으로 써야 되는 돈은 있는데 집에 손 벌리긴 싫고. 밑바닥부터 배우다보니 자존심도 많이 상했죠. 친구니까요. 그래도 밥은 항상 모자라지 않게 줘서 버텼던 거 같아요.”
“서원대는 타지에서 온 학생 비율이 높아요. 그 학생들 개개인이 학교 근처에 이런 식당이 있다는 소식을 한 명씩만 전해줘도 백과사전 못지않은 데이터베이스가 쌓이는 거고요. 게다가 학생들이 자신의 고향에 있는 유명한 식당이나 음식들이 저에게 알려주면 그게 또 새로운 정보가 돼요. 딱 하나 아쉬운 점은 대학은 방학이 너무 길다는 거겠죠. (한숨)”
청주 모충동에 위치한 족발 전문점 '진승족발'을 운영 중인 이채원 대표가 자신의 가게 주방에서 족발을 삶기위해 준비하고 있다.
ⓒ김지훈기자
“청주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서울은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이 자릴 잡고 있으니까요. 서울의 식상한 아이템도 청주에 맞게 변형하면 분명 새로워지는 것들도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그게 가게를 청주에서 차린 이유기도 하고요. 청주에서는 단 한 번도 따뜻한 족발을 맛보지 못했거든요.”
“종일 족발과 함께 하지만 막상 족발을 먹을 기회는 없어요. 간혹 손님이 지나치게 음식을 남기면 혼자 ‘맛이 이상한가’ 싶어 먹어보긴 하죠. 사실 그런 경우가 종종 있긴 해요. 공교롭게도 모두 커플 손님이었고요. 족발을 먹으며 화해하러 왔다가 화해는커녕 재차 싸우고 나가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더라고요. 그런 상황에서 족발이 남았는지는 사실 중요치 않게 되는 거죠. 죄 없는 족발만 뚱하니 테이블에 남는 거죠.”
“유통업자들이 처음엔 식재료를 대충 갖다주더라고요. 클레임을 걸어도 들은 척도 안하고, 다시 가져가라고 해도 오지도 않았죠. 내가 나이가 어려서 무시하나 싶더라고요. 도저히 안되겠더라고요. 납품받은 식재료를 그대로 들고 직접 찾아가 불 같이 화를 냈죠. 그래도 들은 척도 안 하길래 바로 거래를 끊고 다른 곳과 거래를 시작했어요.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제 화를 삭혔더라면, 계속해서 그런 식재료를 우리 가게 손님에게 줬을지도 모를 일이죠.”
“앞다리와 뒷다리는 엄연히 달라요. 사람에겐 엇비슷해 보여도 돼지들에겐 손과 발만큼이나 차이가 있는 거니까요. 껍데기 밑 부위 살에 묘한 마블링이 보이면 그건 앞다립니다. 먹는 입장에서 알아줘야 돼지들도 덜 억울하지 않을까요.(웃음)”
청주 모충동에 위치한 족발 전문점 '진승족발'을 운영 중인 이채원 대표가 자신의 가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지훈기자
“가게 초창기 아르바이트 했던 학생이 기억에 남아요. 일을 야무지게 잘한다기 보단 성실함이 묻어나는 친구였죠. 어디서 뭘 해도 잘 될 타입이라고 할까요? 당시 가게 일이 너무 힘들어 가게 휴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던 시기였는데 그 친구 때문에 답을 찾게 됐죠. 아르바이트 학생도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사장인 내가 쉴 생각만 하고 있다는 게 무척 창피했거든요.”
“족발 뼈를 버리는 것도 일이에요. 게다가 쓰레기봉투에 넣다보니 다 돈이고요. 가끔 큰 개를 키우신다면서 뼈를 얻으러 오시는 분들이 계세요. 아주 신바람이 나죠. 즐거운 마음으로 한보따리씩 싸드려요. 워낙 좋은 것들을 잔뜩 넣고 잘 삶아서 개들도 아주 만족할 거라고 생각해요.”
/김지훈·김희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