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틀# - 청주 내덕동 '후다닭치킨'

2016.01.21 10:38:05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청주 가게 CEO들의 소소한 이야기.
과장되고 식상한 스토리가 넘쳐나는 정보 과잉시대에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를 치유하는 '삶 속의 삶'으로 지역경제의 꽃 소상공인을 정성껏 응원해 본다.
1인칭 진솔·공감·힐링 프로젝트 '마이 리틀 샵' 이번 편에서는 청주시 내덕동에 위치한 치킨전문점 '후다닭치킨'을 운영 중인 장기완 대표의 얘기를 들어본다.

마이리틀샵 - 96. 청주 내덕동 '후다닭치킨' 장기완 대표

청주 내덕동에 위치한 치킨전문점 '후다닭치킨'을 운영 중인 장기완 대표가 자신의 가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지훈기자
[충북일보] “고등학교 학생회장 선거 시절, 제 앞 후보들의 연설들은 제가 듣기에도 참 지루하더라고요. 연거푸 이어진 다른 후보들의 연설을 보면서 결정했죠. 짧고 굵은 말로 장문의 연설문을 대신하기로요. ‘너희들의 말을 잘 듣고 잘 전달하겠다’는 한마디였어요. 그게 당선될 수 있었던 신의 한수가 됐고요. 대중의 맘을 읽는 건 결국 나 자신을 객관화시키는 거란 걸 알게 됐죠. 저희 가게에서 큰 닭을 이용하는 이유도 그런 거예요. 전 ‘1인 1닭’이라는 게 참 아쉬웠거든요.”

“대학 첫 수업을 잊지 못해요. ‘정말 이렇게까지 나랑 안 맞을까’ 싶었으니까요. 며칠 만에 대학을 박차고 나왔어요. 그때부터 어머니 식당 옆에서 야외 막창을 팔기 시작했죠. 신기했어요. 수년 간 파셨던 어머니의 곱창만큼 팔려나갔으니까요. 신이 났어요. 장사가 내 길이다 싶었고요. 그러곤 바로 경영학 공부를 시작 했죠.”

“군복무 시절 받은 월급은 모두 치킨 값으로 사라졌어요. 요즘은 군대가 좋아져서 얼마든지 치킨을 먹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뭔가 아쉬웠어요. 왜 그 많은 치킨집들의 메뉴가 천편일률적일까 궁금해졌죠. 열정을 품고 기존에 없는 야심찬 신메뉴를 구상했어요. 그런데 그 메뉴들이 저의 제대보다 일찍 판매되기 시작했죠. 나름 번뜩이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분한 맘도 들었지만, 그때 깨달았어요. 사람 생각이 다 거기서 거기라는 걸. (웃음)”

청주 내덕동에 위치한 치킨 전문점 '후다닭치킨'을 운영 중인 장기완 대표가 자신의 가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지훈기자
“이 가게는 어머니의 희생이 녹아있는 곳이에요. 제 사업을 위해 어머니 식당을 포기해야 했으니까요. 사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예요.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시던 어머니의 삶의 터전을 정리한 거거든요. 어머니도 자신의 식당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셨어요. 가게 정리 이틀 전까지도 반대하셨을 만큼. 어머닐 움직이게 한 결정적인 말은 ‘난 절대 어머니처럼 장사하진 않겠다’였어요. 아직도 그 말이 제 맘에 걸려요. 어머니께 상처가 됐을까 싶어서요. 사실 그 말은 ‘365일 내내 가게에서 손님만 기다리다 집에 와서 힘들어하는 어머니를 보는 게 너무 힘들다’는 말이었는데.”

“학업을 병행하다보니 시험기간이 육체적으로 제일 힘들어요. 시험준비도 해야하고 일도 해야하니까 잠을 거의 못자거든요. 그래도 많은 학생들과 교수님들의 ‘학생사장님, 힘내’라는 말 한마디가 참 힘이나요. 폼도 나잖아요.(웃음) 학생사장이라는 타이틀이요.”

“사람 만나는 걸 워낙 좋아해요. 배달도, 전단지 붙이는 작업도 모두 제가 직접 하죠. 아파트 전단지 작업을 하다 문이 열리는 순간이 있어요. 당혹스럽기 보단 잠재 고객을 만났다는 생각으로 웃으며 인사를 건네죠. 그렇게 인연을 쌓은 분들은 나중에라도 꼭 한 번 주문을 주시더라고요. 긍정의 힘이란 그런 거 같아요. 민망한 상황도 기회가 될 수 있게 하는 그런.”

청주 내덕동에 위치한 치킨 전문점 '후다닭치킨'을 운영 중인 장기완 대표가 자신의 가게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지훈기자
“장사를 해서 가장 좋은 건 내게 소중한 사람들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이에요. 지금까지 전 받기만 했거든요. 늘 받다보니 주위에서 날 챙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죠. 장사를 하고 번 돈으로 처음으로 누나 생일선물을 했던 게 기억나요.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돈이란 게 그런 거 같아요. 어머니 옷 한 벌, 아버지 신발 한 켤레라도 내가 번 돈으로 해드릴 수 있다는 기쁨의 수단인거죠.”

“어머니는 가게 일을 도와주세요. 그러다보니 부딪힐 때가 많죠. 가장 힘든 건 어머니의 ‘정’이예요. 이전 어머니 식당 단골이 오시면 주문 전부터 엄청 퍼 주시거든요. (한숨) 가끔 술 취한 아저씨들이 어머니 단골을 팔며 외상을 달라 우기시는데… 정말 돌아버리겠어요. (한숨) 외상을 달아놓은 분들은 두 번 다시 이곳을 찾지 않거든요. 외상을 주기 싫은 건 그 때문이에요. 돈보다 손님을 잃을까봐.”

/김지훈·김희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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