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틀# - 청주 개신동 '증평은성집'

2015.11.11 11:12:51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청주 가게 CEO들의 소소한 이야기.
과장되고 식상한 스토리가 넘쳐나는 정보 과잉시대에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를 치유하는 '삶 속의 삶'으로 지역경제의 꽃 소상공인을 정성껏 응원해 본다.
1인칭 진솔·공감·힐링 프로젝트 '마이 리틀 샵' 이번 편은 청주시 개신동에 위치한 순대곱창 전문점 '증평은성집'을 운영 중인 최대균·최정재 대표의 얘기를 들어본다.

마이리틀샵 - 65. 청주 개신동 '증평은성집' 최대균·최정재 대표

청주 개신동에 위치한 순대·곱창 전문점 '증평은성집'을 운영 중인 최대균(사진 위·아버지)·최정재(아래·아들) 대표가 가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지훈기자
[충북일보] 아버지 "서울에서의 회사생활을 정리하고 처가 근처로 내려갔어요. 처가 인근으로 간다는 게 남자로선 자존심 상했지만, 체면 차릴 입장은 아니었죠. 미래 없는 삶을 사는 것 보단 백번 낫겠다 싶었으니까요. 처형 순대집에서 식당일을 열심히 배웠습니다. 7년 후엔 은성집이라는 이름의 첫 가게를 갖게 됐고요. 아직도 생생합니다. 처음 칼을 받고 나와 내 가게를 열었을 때 그 감격스러움이요."

어머니 "친언니가 남편에게 항상 같이 장사해 볼 마음 없냐며 묻곤 했어요. 그때마다 화가 나더라고요. 멀쩡하게 직장생활 잘 하고 있는 사람에게 자꾸 바람을 넣으니까요. 더이상 남편에게 바람 넣지 말라고 매섭게 경고했죠. 그런데 사람 일이란 게 참 알 수 없더라고요. 정신을 차려보니 저희 내외가 증평 언니네서 열심히 일을 배우고 있었으니까요."

아들 "예전부터 부모님의 가게를 키우고 싶었어요. 세상 무엇보다 맛있는 막창순대였으니까요. 하지만 간절한 욕심만으로 이뤄지는 건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게다가 전 요리나 영업에는 문외한이었고요. 그래서 회사 영업 관리직일을 했어요. 운영전반에 관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죠. 그러다 매일 듣던 부모님 목소리가 달라진 걸 알아채고 바로 직장을 그만뒀어요. '괜찮다' 하셨지만 가족만이 느낄 수 있는 많은 근심을 목소리를 통해 알아챌 수 있었으니까요."

청주 개신동에 위치한 순대·곱창 전문점 '증평은성집'을 운영 중인 최대균 대표 가족이 주방에서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김지훈기자
아버지 "살이 에이도록 추운 겨울. 아버지 손을 잡고 4㎞가 넘는 산길을 넘어 시장에 가곤했죠. 힘들지 않았어요. 춥지도 않았고요. 순대국밥을 먹을 수 있으니까요. 국밥 할머니의 손톱 때가 잔뜩 낀 엄지를 국물에 푹 담가 대충 부어주는 그 국밥이 뭐가 그리도 맛있었는지. 그런데 사람 맘이 참 간사해요. 그렇게 한그릇을 뚝딱 먹고 집에 오는 길은 왜 그리 멀기만 하고 춥던지. 다신 오지 말잔 후회를 되뇌며 돌아갔죠."

아들 "신메뉴로 부모님 가겔 돕고 싶었어요. 아이템은 치즈곱창볶음으로 미리 정해놓은 상태였고요. 문제는 맛이었어요. 치즈 종류가 너무 많은데다 양념 배합도 계속 실패해 반년이란 시간을 꼬빡 썼어요. 얼마나 어머니한테 등짝을 맞았는지 몰라요."

어머니 "나중엔 부아가 치밀더라고요. 손은 커서 실험을 한 솥씩 해서 몽땅 버리는 걸 끊임없이 반복했으니까요. 너무 아까웠죠. 나중엔 절 피해 집에 숨어서 그짓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결국은 해내더라고요."

아버지 "아유 그땐 말도 마세요. 정말 6개월 동안은 음식같지 않은 음식을 무지하게 먹어댔어요."

아들 "중국으로 출장간 손님에게 국제전화가 왔어요. 국제운송으로 막창순대를 보내달라면서요. 상하니까 안된다고 했는데도 버리는 건 자기 자신이라면서 계속 떼를 쓰더라고요. 그래서 걱정반 기대반으로 보내긴 했는데 잘먹었다는 전활 받았어요. 다행이었죠. 그때 순대 가격은 3만원이었는데 항공운임은 4만원이었어요. (웃음)"

어머니 "한번은 초등학생 다섯 명이 쪼르르 왔더라고요. 요 옆 초등학교에서 왔냐고 물으니 문의면에서 시내버스 타고 왔다는 거예요. 남자아이들끼리 SNS에서 저희 가겔 보고 찾아온 거였죠. 너무 신기했어요. 생각할수록 기특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음료수 두 병을 서비스로 내어줬어요. (웃음)"

청주 개신동에 위치한 순대·곱창 전문점 '증평은성집'을 운영 중인 최대균 대표 가족이 가게 앞에서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김지훈기자
아버지 "국밥이란 게 대표적인 서민음식이잖아요. 그래서 가게에 사람냄새가 많이 나요. 15년 단골이신 손님이 풍을 맞고도 국밥 한그릇을 먹으려고 휠체어를 타고 오는 모습. 회사가 부도가 나서 펑펑 우는 이와 소주 한잔으로 그를 달래주는 친구의 모습. 임산부 손님으로 시작해 뱃속 아기를 초등학생 딸로 키워내 국밥 한그릇을 함께 비우는 모습. 오직 국밥집에서만 볼 수 있는 진짜 서민들의 풍경들이죠."

아버지 “서울에서 지인 결혼식에 참석했다 아내를 만났어요. 피로연 옆자리에 이 여자가 앉았거든요. 그런데 이 여자는 다른 사람들하고 얘기는 잘 하면서 난 쳐다도 안보더라고요. 괘씸하더라고요. 내가 빠지는 인물은 아니잖아요? (웃음) 계획적으로 술을 이 여자 옷에 쏟아 버렸어요. 관심 좀 가져달라고. 다음날 눈 떠 보니 내 수첩에 이 여자 전화번호가 있더라고요. 기억은 잘 안나지만 은근히 나한테 마음이 있었나보지.”

어머니 “쑥스러웠죠. 남사스럽기도 하고. 난 사실 그때 아무 기억도 안나요. (웃음)”

아버지 “가게 휴일 아내와 산을 오르는 게 유일한 낙이에요. 그런데 요즘은 아내 다리가 불편해 혼자서 오르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산타는 재미가 예전 같지 않더라고요. 팔을 하나 놓고 가는 기분이랄까.”

/김지훈·김희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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