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 딛고 하나된 전국장애인동계체전 충북컬링팀

"컬링이 맺어준 소중한 인연…우리는 한 팀, 한 가족"
한때는 세상 원망…자살 수차례 시도
펜싱·볼링·조정 대표 등 출신 제각각
살아온 환경 달라도 한마음으로 뭉쳐

2013.02.26 18:52:56

충북컬링일반팀이 지난 25일 오후 3시 강원도 강릉종합운동장 빙상장에서 '10회 전국장애인동계체전' 컬링경기에 앞서 마지막 빙질 테스트훈련을 마친 뒤 함께 모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강릉=최대만기자
정신을 차리니 병원이었다. 분명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허리 아래로 느낌이 없다. 8개월이 지난 뒤 알게 됐다. 평생 휠체어 신세를 져야 한다는 사실을…. "내가 장애인이 되다니"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은 일이었다. 10년 전 교통사고가 안재철(42)씨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성기용(47)씨는 지난 1987년 군 시절 외박을 나와 친구들과 어울린 뒤 귀갓길에 뺑소니사고를 당했다.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서 다섯달이 지났다. 자포자기할 무렵 기적이 일어났다. 그러나 하반신 불구의 삶은 어쩌지 못했다. "이게 무슨 조화지, 무슨 잘못을 했기에 내게 이런 일이…"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여러 차례 나쁜 생각을 실행에 옮겼지만 무슨 운명인지 번번이 실패했다.

정훈(46)씨는 1993년 빗길교통사고로 척수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2년 병원생활 뒤 퇴원했지만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자신을 쳐다보는 모든 이의 시선이 싫었다.

윤월재(47)씨와 이옥순(45·여)씨는 3살 때 감기몸살이 소아마비로 발전돼 지금까지 휠체어 없이 거동할 수 없다. 고통과 슬픔의 기억이 없는 어린 나이에 찾아온 불행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안재철·성기용·정훈·윤월재·이옥순씨. 살아온 시기와 환경은 서로 다르지만 이들은 한 팀이다. 오랜 역경을 딛고 만난 이들은 컬링을 통해 저마다 소중한 제2, 제3의 삶을 살고 있다.

비록 7년 연속 전국동계체전 예선탈락의 수모를 겪었지만 컬링으로 맺어진 한 가족이자 동료다.

이들은 최숙자 충북장애인컬링협회(회장 정태헌) 사무국장이 청주, 충주를 오가며 직접 선발했다. 그녀 역시 지체장애인(3급)이다.

이들의 선발과정도 특별했다. 윤월재 선수는 펜싱국가대표로 활동하는 충북의 대표적인 장애인선수다. 성기용·안재철씨는 볼링, 정훈씨는 조정 충북대표다. 최숙자 사무국장도 충북을 대표하는 여자역도선수다. 2011년까지 전국장애인체전 3년 연속 3관왕의 주인공이다. 옥순씨만 평범한 주부인데, 학창시절 배구를 즐겨했다.

저마다 자기 분야에서 명성을 떨치며 부족함을 모르는 이들을 누구의 도움 없이 최숙자 사무국장이 직접 쫓아다니며 설득하고, 때론 그들의 지인을 시켜 협박(?)까지 하며 만들어 낸 컬링팀이다.

이제 시간이 됐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강원도 출신 전 국가대표 출신 이재문 감독도 영입했다. 충북장애인체육회도 이들의 고집스러운 도전에 한 점 의심 없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재문 감독은 "충북팀은 성실합니다. 등 떠밀려 하는 것이 아닌 선수 개개인이 해보려는 의지가 강하다"며 "전국체전을 앞두고 훈련장이 없어 7~8시간씩 차를 몰고 서울 태릉빙상장을 찾아 2시간 연습하고 되돌아가는 일을 수개월씩 했는데도 불평하는 이가 없었다"고 귀띔했다.

한편 충북컬링일반부는 26일 오후 5시부터 대구와 예선경기를 치른다.

/강릉=최대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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