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행복 - 지적장애 1급 한은정씨

21년째 누워서 생활 희망으로 하루를 숨쉰다

2011.07.10 18:52:53

선천성 지적장애 1급과 온 몸 관절이 굽는 병을 앓고 있는 한은정(21)씨를 엄마가 애틋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은정씨 동생 2명도 비슷한 질환을 앓고 있다.

ⓒ임장규기자
아빠는 딸의 병명을 정확히 모른다. 왜 팔·다리가 오그라드는지, 왜 시간이 갈수록 더 심해지는지 모른다.

읍내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아봤지만, 차도는 없었다. 서울 큰 병원 정밀검사는 엄두도 못 냈다. 그럴 돈이 아빠에겐 없었다.

충북 증평군 도안면 노암리 아빠(53)의 큰딸 한은정(여·21)씨는 말을 할 수 없는 선천성 지적장애 1급이다. 태어날 때부터 누워 지냈다.

슈퍼마켓에서 파는 봉지용 '소고기 스프'만 먹어서 그런지 깡말랐다. 120㎝, 30㎏도 채 되지 않는다. 색은 하얗다. 살아있는 사람의 색이 아니다. 햇볕을 못 쬐는데다 제대로 먹지 못해서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절은 자꾸 휘었다. 팔, 다리, 손가락. 마디가 있는 곳은 전부 굽었다. 아빠는 정확한 병명을 "모른다"고 했다.

요즘엔 '욕창'으로 고생이다. 피부가 새까맣게 곪았다. 욕창방지용 에어매트는 2개월 전에 터졌다. 아빠는 12만원짜리 새 욕창 매트를 지금껏 못 사주고 있다.

공사판 일을 하는 아빠는 장마철 내내 쉬고 있다. 소작하는 논농사는 추수철에나 약간의 돈이 된다. 아빠는 얼마 전 고등학교에 다니는 넷째 딸의 급식비를 꾸어다 줬다. 아빠 주머니엔 단돈 5만원이 없었다.

이웃들은 아빠의 이런 사정을 잘 모른다.

쌍둥이 둘째가 비슷한 병으로 옥천의 한 복지시설에 가 있고,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셋째 딸 역시 지적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

아내는 "번듯한(?) 집이 있고, 삼시세끼 다 챙겨 먹으니 괜찮게 사는 줄 안다"고 했다. 이웃들은 이 사실도 몰랐다. '얻은' 집이란 것을.

봄눈이 심하게 온 지난 2003년, 아빠의 조립식 집은 무너져 불에 탔다. 지금의 집은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증평군이 새로 지어 준 조립식 단층 건물이다.

이 집과 근근이 모아온 몇 백만원이 재산으로 잡혔다. 3년 전 기초수급세대 탈락 원인이 됐다. 모은 돈은 딸의 치료비로 다 썼다.

지난 주말, 아빠가 취재진에게 "도와 달라"는 말을 했다. 장모는 "자존심 센 한 서방이 웬일이냐"고 했다. 그만큼 아빠는 절실했다. 혼자의 힘으론 어찌할 수 없었다.

장대비가 조립식 건물을 때린다. 비 소리 때문일까. 누워있는 큰딸은 아빠의 한숨을 못 들은 눈치다. 아빠와 엄마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이내 천장을 바라본다. 21년 째 같은 표정, 멍하니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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