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르트 아줌마 이만재씨의 암 투병기

작년 10월 '6개월 시한부' 판정
남편·아들도 암투병 '청천벽력'

2011.03.06 21:36:35

항암치료를 거부했다. 암보다 더 무서웠다. "어느 정도 기력을 회복한 뒤 다시 받겠다"고 의사에게 부탁했다. 그러시라고 했다.

요구르트 아줌마 이만재(55·청주시 흥덕구 모충동)씨는 말기 위암 환자다. 지난해 10월 처음 그 사실을 알았다. 이미 상당부분 전이된 상태였다.

위암 말기 환자인 요구르트 아줌마 이만재(55)씨. "그래도 웃어야 병을 이긴다"며 포즈를 취한다. "예쁘게 나와야 할텐데"하며 걱정하는 그녀는 우리네 이웃이자, 엄마다.

ⓒ임장규 기자
그녀는 추석 전날 육거리 시장 앞에서 차에 치였다. 명절 장을 보러 가는 길이었다. 병원 입원 도중 소화가 영 안 돼 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위암 말기.

평소에도 가끔 소화가 안 됐는데, 그럴 때마다 소화제를 사 먹었다. 정확히 1년 전 종합검진 때는 아무 이상 없었다.

다음 달, 서울 큰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수술이 어려워 다시 배를 덮었다는 사실은 며칠 뒤 아들을 통해 알았다. "길어야 6개월"이란 말도 들었다.

만재 씨는 요구르트 아줌마였다. 17년이나 했다. 독거노인이 유독 많은 청주 산남주공2단지가 그녀의 배달장소였다. 때론 집 청소도 해주고, 장도 봐다줬다.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낡은 집 한 채라도 있는 자신이 고마웠다.

전화벨이 울린다. "왜 다른 아줌마가 오느냐"는 할머니의 투정(?)이 수화기를 넘어온다. 만재 씨가 "몸이 조금 아파서요. 금방 나을 거예요. 걱정하지 말고 밥 잘 챙겨드셔"라고 답한다.

암에 걸렸다는 말은 차마 안 떨어진다. "육십도 안 됐는데, 어디 어르신들 앞에서 큰 병 걸렸다는 소리를 해요. 못 찾아뵙는 게 죄송스럽지."

현관에서 인기척이 난다. 아들 최현국(30)씨다. 현국 씨는 올해 충북대 농대 3학년에 복학했다. 10년 만의 등교. 뇌종양 때문이었다.

5년 전이다. 군 복무를 마친 뒤 눈이 잘 안보였다. 병원에서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머리 안의 혹을 뗘냈다. 항암제는 평생 먹어야 한다고 했다. 만재 씨가 "저 녀석 장가도 보내야 하는데…"하며 눈물을 훔친다.

그녀의 걱정은 또 있다. 위암 2기인 남편(62). 지난해 11월, 설마 하는 마음에 아들을 시켜 남편을 검사대 위에 올렸다. 자신과 같은 위암이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나마 2기라 수술은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못했다. 다른 질병이 많아서였다. 10년 전부터 해온 고물장사 탓에 온갖 병이 생겼다. 뇌경색, 당뇨, 고혈압, 심근경색 등 11개나 됐다. 병원에선 다른 병 치료가 우선이라고 했다.

만재 씨가 갑자기 손가락으로 숫자를 센다. "11월, 12월, 1월, 2월, 3월…." 눈물이 뚝 떨어진다.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한…달 남았네요."

무심천 벚꽃이 언제 피냐고 그녀가 물었다. 4월에 핀다고 했다. "볼 수 있을까요? 봐야 하는데. 남편이랑 아들이랑 사진 찍어야 하는데."

그러더니 대뜸 빚 걱정이다. "제가 죽으면 누가 갚아요. 식구들이 다 아픈데. 난 절대 못 죽어요. 할 일이 너무 많아. 살고 싶어요."

눈물이 바닥에 떨어진다. 낡은 집 창문이 봄바람에 요란을 떤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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