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소년 이규행, 꿈은 이루어진다

본보 보도 후 '문대성' 훈련용품 후원 약속
도내 각계각층서 성금 잇따라… "금메달로 보답"

2011.05.23 19:04:41

이규행

봄날 석양은 어김없이 창문을 파고들었다. 14살 태권소년 이규행의 기합 소리가 충주중 체육관을 갈랐다. 차고, 또 찼다. 발이 더 이상 올라가지 않을 때까지 찼다.

닮고 싶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문대성(현 IOC선수위원·세계태권도연맹 집행위원). 그리스 선수를 한 방에 넉 다운시킨 문대성의 '뒤돌려차기'를 너무나 닮고 싶었다.

여느 날처럼 태권도복이 흠뻑 젖었다. 창밖의 석양은 달빛으로 변해 운동장을 비췄다. 집에 돌아가는 길은 저 달빛 같았다. 쓸쓸했다.

10여년 전 사업 실패로 2억원을 빚진 아버지(51). 몸이 편찮은 할머니(71). 생활고로 변변한 학원 하나 다니지 못하는 2명의 누나.

5살 때 집을 나간 엄마까지 떠오르면 운동할 맛이 싹 가신다. 참가비가 없어 출전을 포기한 지난 대회가 문뜩 떠오른다. 한숨이 푹 나온다.

축 처진 어깨로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저 멀리서 누가 부른다. "규행아!" 정용국(38) 코치다.

정 코치에게 무언가를 전해들은 규행이가 볼을 꼬집는다. 아프니깐 꿈은 아니다. 그래도 도저히 믿을 수 없다. 가끔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긴 했어도, 이번엔 후원 주체가 어마어마하다. '문대성'이다.

충북일보 나눔의 행복(5회·4월25일자 1면) 기사를 본 문대성이 정 코치에게 직접 전화를 했단다. "규행이가 아무 부담 없이 운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규행이를 비롯한 충주중 태권도부에 향후 2년 간 훈련 용품을 일체 지원하겠습니다."

이규행의 입은 더 벌어졌다. 재부산충주행우회(회장 최대열) 20만원, 충주중 교직원 32만원, 정만순 충북태권도협회장 30만원, 충주터미널주유소(대표 이언구) 10만원이 담긴 성금 봉투를 정 코치가 흔들었다.

정기 후원 소식도 날아들었다. 한국필터 경윤현(54) 대표가 앞으로 1년 간 매월 10만원씩 후원키로 했다. 중앙경찰학교 최재오 교수와 조영훈 교수 가족들도 후원의 뜻을 전해왔다. 충주시(시장 우건도)와 충주시의회(의장 김헌식), 충주중총동문회(회장 류구현)의 모금활동 소식까지 들려왔다.

14살 태권소년의 어안이 벙벙해졌다. 눈물이 핑 돌았다. 정 코치에게 물었다. "이거 정말 제가 다 받아도 돼요?". 정 코치가 답했다. "넌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어."

그랬다. 이규행은 자격이 있고도 남았다. 2008년 충북태권도연합회장배 라이트급 1위, 2009년 충북소년체육대회 2위, 충북초등연맹회장기 1위, 2010년 충북소년체육대회 1위, 전국소년체육대회 1위.

생계 어려움으로 접을 발차기 실력이 아니다. 충북을 넘어, 대한민국 태권도의 미래다. 후원 자격은 충분히 갖췄다.

대신 오늘의 고마움만 기억하면 된다. 보답은 올림픽 금메달이다. 그것이 문대성의 바람이자, 충주 태권소년 이규행의 몫이다. (후원 문의 : 정용국 코치 010-9423-0279)

충주 / 김주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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