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준(5)이가 울었다. "엄마, 아파 죽을 거 같아…."
엄마(33)도 울었다. 은준이의 양 볼과 배가 또 남산 만하게 부풀어 올랐다. '신증후군'. 콩팥 이상으로 몸에 갑자기 물이 차는 병이다. 그럴 때마다 병원에서 항생제 주사를 맞고 물을 빼야 한다. 벌써 4년째다.
그동안 치료를 받으면서 '아프다'는 말 한 번 하지 않았던 은준이가 이번엔 아파 죽을 것 같단다. 엄마는 몰랐다. 그 어린 아이가 받았을 고통을.
한 달 만에 병원에서 퇴원했다. 300만원을 넘게 냈다. 툭 하면 병원 신센데, 보통 버거운 게 아니다.
지난 입원 땐 조기 퇴원을 했다. 병원비가 모자랐다. 당시 병원은 은준이의 상태 악화를 우려, 퇴원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도 할 수 없었다. 돈이 없었다.
퇴원하고 돌아오니 큰 누나(19)와 작은 누나(17)가 보이지 않는다. 둘 다 아르바이트를 나갔다. 둘째 누나는 학업까지 중단하고 생계에 뛰어들었다. 그래서 둘이 버는 돈은 월 130여만원.
은준이네 수입은 이게 전부다.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집 월세비 33만원을 내고 나면 100만원 남짓 남는다. 그마저도 병원비로 다 빠져나간다. 아니, 병원비도 턱 없이 모자란다.
2년 전엔 기초수급 대상에서도 탈락했다. 은준이의 잦은 병원 행을 돕기 위해 이모가 준 승용차 탓이다.
그래도 지난해까진 아빠(42) 벌이가 있었다. 하지만 버스를 운전하던 아빠도 직장을 그만뒀다. 은준이처럼 콩팥이 좋지 않던 엄마가 교통사고까지 당했기 때문이다. 아빠는 하루 종일 병간호에 매달려야 했다.
은준이의 엄마는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밤샘 일을 했다. 오후 8시에 출근,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핸드폰을 조립했다. 월 80만원을 벌었다.
하늘은 무심했다. 지난해 8월30일, 은준이와 은준이 엄마를 오토바이가 덮쳤다. 엄마는 은준이를 필사적으로 끌어안았다. 은준이는 다치지 않았다. 대신 엄마의 뼈마디 곳곳이 부서졌다.
엄마가 온 몸으로 살린 은준이. 그 어린 소년은 콩팥 이식 전까진 별다른 방법이 없다. 콩팥 기증이 와도 문제다. 너무 어려 수술이 안 된다. 고등학생은 돼야 가능하다. 그 때까진 지금처럼 살아야 한다.
엄마 머릿속에 무언가 스친다. '5월5일'. 어린이날이 하루 앞이다. 선물 사줄 돈도 없는데…. 누워 있는 은준이를 봤다. 배가 또 부풀어 올랐다.
/ 임장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