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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운

충북대병원장

사람은 태어나서(生), 살다가(老), 병이 걸려(病), 죽는다(死). 과학이 너무나 발전하여 무엇이 진리고, 무엇이 허상인지 알 수 없게 된 오늘날에도, 생노병사는 지위고하나 종교 여부, 빈부와 지식에 상관없이 아직은 모두에게 공평한 피할 수 없는 현실일거다. 인간복제가 현실화되어 영생불사 하지 않는 한 말이다. 아침부터 하나마나 하는 소리를 또 한다고 할지는 모르지만, 어떻게 사느냐 보다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사느냐가 그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고, 누구나 자신이 언제든지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으면 하고 바랄 것이다. 80년에 의사면허를 땄으니까, 벌써 죽어가는 사람을 보며 산 시간이 30년이나 된다. 좋은 인생이라 하기는 좀 무엇하다.

의료계에선 언제나 죽음에 관한 화두가 끊이지 않는다. 전에는 의대생 교육을 위한 사체를 마련하는 방법이 문제가 되었었다. 해부학이란 학생이 인체의 구조를 익히기 위한 학문으로 처음에는 뼈의 구조와 명칭, 이어서 몸의 구조와 명칭, 마지막으로는 뇌의 구조와 명칭을 익힌다. 실습용 사체를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에는 길에서 객사해 연고자를 찾을 수 없는 분들이 해부학실습에 이용되었다고 하기도 했다. 다행히 언젠가부터 사후기증이 많아져 문제가 해결되었다. 충북의대는 주로 교회 분들이 생전에 거의 단체로 서약을 하는 방법으로 해부학실습을 해결하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

죽은 원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은 아직도 한국의료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특히 부검 받는 것을 싫어한다.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라는 오래 된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두 번 죽는 일이라는 것이다. CSI 등 부검이 중요 장면으로 등장하는 영화의 시청률이 매우 높다고 하니 조금은 도움이 될듯하기도 하다. 실제로 병원에서 치료하던 중에 사망한 환자의 부검은 의학발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장이식을 필두로 간이식, 심장이식, 폐이식 등 장기이식이 최후의 치료법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뇌사 문제가 대두되었었다. 많은 진통을 겪은 뒤 현재는 뇌사인정이 우리나라에도 정착되었다. 물론 신장이나 간은 생체이식을 하기도 하지만 생존에 필수적인 장기는 뇌사 후에 장기이식을 실시하여야 한다. 덕분에 이제는 일반인들도 뇌사와 식물인간의 차이 정도는 구별하게 되었다.

의료계에서 암과의 전쟁을 선언하면서 호스피스란 용어가 등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요양병원, 노인병원 등에서도 자주 사용하던 용어로 '평안한 임종'이 주제어다. 죽는 것을 도와주는 개념의 의료가 시작된 것이다. 바람직한 일이다. 암센터에는 호스피스병동(완화의료병동)이 필수적이다. 앞으로는 재택의료, 즉 공공의료의 발달과 함께 본인에게 가장 익숙한 환경 즉 집에서 평안하게 임종을 맞이하는 쪽으로 호스피스가 발전할 것이다.

요즘은 존엄사란 새로운 용어가 신문지상에 오르내린다. 능동적 존엄사, 수동적 존엄사 등 새로운 용어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대부분의 병원에서 '심폐소생술 금지'라는 의사 지시를 사용하고 있다. 환자, 또는 보호자의 동의하에 심장의 박동이 멈출 경우 더 이상의 필요 없는 치료를 하지 않는다는 약속이다. 가장 소극적인 존엄사라 할 수 있다.

죽음의 문제가 의료계의 문제만은 아니다.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다. 아직도 청소년 자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누구라도 나름대로 한두 가지 해결책을 내어 놓을 정도로 오랫동안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나도 '역시 사람은 어릴 때 위인전을 많이 읽어야 인생의 목표를 갖게 되고, 그래야 청소년 자실문제가 해결 된다'고 풀이 한다. 하지만 내가 어릴 때 읽은 위인전은 고작 나폴레옹, 이순신, 싯달타 등 몇 권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는 위인전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장래의 목표도 선생님, 대통령 정도로 기억한다.

중년의 자살도 문제다. 주로 경제적인 문제이나 다른 부분도 없지는 않다. 집사람은 '종교를 믿지 않아서'라고 해석한다. 주말에 아무 활동도 하지 않고 집에서 빈둥거리는 나에 대한 불만일거다.

농촌을 지나다보면 모든 산이 묘지로 변해 있어 걱정된다. 전에는 민둥산이 홍수와 산사태를 불렀는데 이제는 묘지가 재앙을 부를지도 모르겠다. 죽은 지 수십 년이 지난 사람들조차 나를 걱정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래저래 사는 것은 고생이다.

청주는 직지의 도시이다. 직지(直指)란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똑바로 가리키다'란 뜻이다. 의역한다면 직관이란 말과 일맥상통한다 하겠다. 죽는 문제도 피하거나 왜곡 하지 말고 '직지' 해서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오늘은 어떤 날이 될까. '일일시호일' 매일 좋은 일이 일어나면 얼마나 좋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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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