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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품에 다시 안긴다

함우석 주필 에베레스트 트레킹 여행기
1. 카트만두-루클라-팍딩-남체

  • 웹출고시간2019.03.31 16:31:24
  • 최종수정2019.03.31 16:31:24

편집자

올해는 3.1운동 100주년, 건국 100주년의 해다. 3.1만세운동이 있던 1919년 이후 100년이 흘렀다. 충북일보는 올해 새로운 희망의 길 찾기에 나섰다. 그리고 새해 벽두 일찍 결정했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코스 트레킹을 하기로 했다. 거기서 역사의 기억에 관해, 잊고 잊힘의 의미에 몰두해 보기로 했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쉬지 않고 굴러간다. 한 걸음 한 걸음 느린 걸음으로 느낀 소회를 여행기로 적어 본다.

루클라 비행장은 쿰부 히말 트레킹의 시작점이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비행장으로도 유명하다. 네팔에서 공식 명칭은 '텐징-힐러리 공항'이다. 비행기가 착륙하는 절벽 쪽으로 경사도가 심하다. 착륙한 비행기는 중력에 의해 속도가 떨어진다. 착륙 땐 활주로에 박히는 것 같아 공포감이 심하다. 이륙 땐 절벽으로 떨어져 글라이딩 하듯 고도를 높인다.

1. 다시 히말라야 품에 안긴다

출국하기도 전에 마음은 벌써 히말라야에 있다. 3월8일 오전 8시 청주를 떠난다. 10시30분 인천공항 2청사에 닿는다. 티케팅에 이어 수하물 중량검사를 한다. 낮 12시55분 카트만두 행 비행기를 탄다.

9일 새벽 4시 눈을 뜬다. 오전 6시 카투만두 국제공항 국내선 공항으로 이동한다. 곧바로 수하물 중량 검사를 한다. 루크라행 대기 인파로 대기실이 북적인다. 한국인보다 유럽인과 미국인들이 눈에 띈다. 등정시즌 때와 다른 풍경이다.

전날 경비행기 두 대가 이륙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날씨마저 흐리니 더 불안해 진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첫 경비행기는 우리를 태우고 오전 6시21분 이륙했다. 지상에서 천상으로 향한다. 여자 승무원이 사탕 두 알을 건넨다.

차창 밖으로 백설의 히말라야 산군이 펼쳐진다. 구름 뒤에선 창공 일출이 한창이다. 붉은 빛과 히말 산군이 어우러져 장관이다. 히말 산군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아침 햇살이 찬란하게 빛난다. 구름 뒤편의 황금빛이 황홀하다.

비행기에 싣기 전 개인 수하물들

불안감을 물리고 창공에서 20여분을 즐긴다. 꿈같은 시간이다. 잠시 뒤 아주 짧은 활주로와 여러 채의 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활주로가 아래에서 위쪽으로 경사져 있다. 활주로 첫 부분의 아래는 낭떠러지다. 히말라야 계곡이 보인다.

이내 굉음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덜컹거린다. 마침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에 착륙한다. 그토록 기다리던 곳에 발을 딛는다. 기다림이 현실이 되니 그저 덤덤하다. 비행기는 순식간에 경사진 활주로를 올라가다 멈춘다.

가슴이 철렁하다. 아름다운 만큼 위험하다. 루클라 공항은 해발 2850m에 위치해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공항이다. 주위 산세가 험하고 활주로가 짧다. 대형 항공기는 절대 착륙할 수 없다. 경비행기 이착륙만 가능하다.

파상라무게이트

드디어 에베레스트 트레킹을 시작한다. 심장이 뛴다. 오전 9시 루클라의 롯지를 출발한다. 고요하지만 웅장하다. 여행은 곧 설렘임을 알게 된다. 시작부터 앙가슴 뛴다. 매캐한 경비행기 매연에도 아랑곳없다. 무질서마저 더 아름다워 보인다.

루클라 공항 길옆의 빵집, 트레킹용품점, 여행사, 항공사 사무들이 분주하다. 트레킹을 마친 사람들과 시작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사람만 그런 게 아니다. 잔뜩 짐을 실은 좁교와 몸을 가볍게 푼 당나귀들이 뒤섞인다. 길가에 널부러진 개들만 한가하다.

루클라 마을을 지나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네팔 여성으로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오른 파상라무 게이트를 통과한다. 타르초, 마니석, 초르텐이 함께 있는 마을 어귀를 지난다. 편안한 산길을 떠올리게 하는 소박한 오솔길이다.

짐을 싣고 나르는 좁교들

다소 설레는 마음으로 걷는다. 많은 여행자들을 만난다. 의외로 나이 많은 분들도 많다. 모두가 자신감에 차 있다. 주변의 작고 사소한 것들을 살핀다. 내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둘러본다. 일행들의 동태도 살핀다.

길은 끝없이 이어진다. 어떤 생명들이 다양하게 삶을 사는 지도 지켜본다. 길옆 바위틈 사이로 핀 보라색 야생화가 눈에 띈다. 네팔 국화 랄리구라스는 아직 피지 않았다. 작은 꽃들과 나무들, 새들과 계곡물 소리가 어우러진다.

크고 작은 변화가 몸으로 전해진다. 온 몸의 감각이 새롭게 살아난다. 자연에 대한 관찰과 감각이 활짝 열린다, 검은 색 까마귀가 쿰빌라 마을의 주택 지붕 위에 살포시 앉는다. 오전 11'시 홀리데이 인'이란 이름의 롯지에 잠시 머문다.

마니차

점심을 먹고 오후 1시 다시 떠난다. 날씨가 변덕을 부린다. 맑았다 흐렸다를 반복한다. 하늘이 진하게 푸르다가 뿌옇게 변한다. 햇살은 어느 때보다 따사롭다가도 얼굴을 감춘다. 천진한 산골 아이들의 미소가 행복을 선물한다.

살랑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길을 잇는다. 걷기에 딱 좋은 날씨다. 지나는 마을 입구마다 불교 경전을 새겨 넣은 마니석이 눈에 띈다. 마을의 신장(神將)처럼 당당히 서 있다. 길가 곳곳에는 마니차가 서 있다. 여행객들이 경전을 읽듯 마니차를 돌린다.

깃발처럼 펄럭이는 룽다와 타르초는 '바람의 말'이다. 진리가 바람을 타고 온 누리에 퍼지도록 한다. 룽다와 마니스톤이 있는 곳엔 늘 타르초가 만국기처럼 흩날린다. 여행객들에게 평화와 안정을 주는 말씀을 전하고 있다.

길은 가파르지도 험하지도 않다. 잔잔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질 뿐이다. 예스러운 마을길을 바쁠 것 없이 느리게 걷는다. 에움길을 돌고 돌아간다. 구름 따라 풍경시도 하나 지어본다. 그 때마다 발걸음에 생기가 돈다.

팍딩에서 만난 아이들

루클라를 출발한 지 5시간 만에 팍딩에 도착한다. 너무나도 여유로운 걸음이다. 팍딩은 계곡에 자리 잡은 작은 마을이다. 하지만 작다고 결코 작은 곳이 아니다. 쿰부히말 지역 수많은 마을과 비교하면 제법 큰 마을이다.

팍딩엔 언뜻 보기에도 6~7개의 롯지가 있다. 우리가 머문 곳은 그 중 하나다. 당구장도 있고 인터넷 시설도 갖춰져 있다. 에베레스트 트레킹의 중간 전진기지인 남체와도 그리 멀지 않다. 팍딩에서 휴식이 몸과 마음을 청량하게 씻어준다.

오후 6시 저녁을 먹는다. 소주 한 잔을 곁들인다. 몇 사람의 술판은 밤 9시까지 이어진다. 살짝 나와 롯지 주변을 둘러본다. 어둠이 내린 팍딩 거리에 외로운 바람이 분다. 낯선 거리, 낯선 어둠 속을 걷는다. 깊은 고독감이 밀려온다.

밤 9시가 되니 골목마다 집집마다 깜깜하다. 문 틈 사이로 빠져나오는 평화로운 풍경도 볼 수 없다. 그저 간혹 들려오는 기침 소리가 전부다. 때때로 한두 명씩 지나가던 사람들도 없다. 어둠을 비집고 선 가로등만 홀로 흐릿하다.

히말라야 산중의 밤엔 별로 할 게 없다. 그냥 자는 것 아니면 좀 더 있다 자는 것뿐이다. 다른 선택은 없다. 롯지의 난로가 꺼지면 작고 추운 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침낭 속에서 잠이 깰 때까지 애벌레처럼 웅크리고 잔다.

물론 이렇게 할 일 없는 게 반드시 나쁘지는 않다. 모처럼 일 없는 산중의 소요를 즐길 수 있다. 할 일 없음의 무위(無爲)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애쓸 필요 없는 텅 빈 우주공간에 선 느낌이다. 그윽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고요히 보낸다.

밤 새 잠을 설친다. 팍딩 마을이 계곡과 인접해 추웠던 모양이다. 물론 전날 복용한 이뇨제 탓도 있어 보인다. 하루가 또 지난다. 새벽 5시 눈을 뜬다. 롯지 앞산이 천천히 물들기 시작한다. 설사면에 비친 태양빛이 아름다운 황금빛 풍경을 선물한다.

남체와 팍딩을 잇는 현수교

3월10일, 트레킹 이틀째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오전 9시 남체로 향한다. 팍딩에서 남체까지는 4시간이면 충분하다. 두드코시 강을 따라 풍경이 장엄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6천m급 봉우리들이 조망된다. 50분 뒤 벤카르 게스트하우스에 닿는다.

짐을 가득 싫은 당나귀 행렬이 이어진다. 오전 11시 몬조 사가르마타 국립공원 입구에 다다른다. 간단한 입산 절차를 마친다. 몬조를 버리고 조르살레에서 점심을 먹는다. 주변에 소나무가 무성하다. 마을 이름이 조르(둘)살레(소나무)인 까닭을 알 것 같다.

두드코시 두물머리

침엽수림을 거치는 동안 계곡물 소리가 웅장하다. 오후 2시 남체를 넘는 올드 브릿지에 닿는다. 아래 위에 놓은 두 개의 현수교가 신구 조화를 이룬다. 고쿄 발원천과 에베레스트 발원천이 합류 하는 곳이다. 비로소 두드코시 강이 된다.

실제로 강은 여기부터 두드코시로 불린다. 두 물길이 합쳐지는 두물머리다. 당연이 수량이 많다. 만들어내는 소리도 웅장하다. '두드=우유' '코시=강'이란 뜻이다. 한 발 한 발 숨과 함께 내딛다 보니 남체에 닿는다. 헬기나 눈높이로 떠다닌다.

남체입구의 초르텐

20분을 더 걸으니 남체 입구다. 마을 입구 초르텐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다. 20분을 더 걸어 롯지에 닿는다. 오후부터 바람 불고 구름 꼈지만 한낮의 짧은 햇살이 반갑다. 남체의 수채화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아름다움을 넘어 감동적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사색의 길이고 미지의 길이다. 낡은 것을 버리고 새 것으로 채운다. 시름과 번민 대신 정갈해진 마음을 얻는다. <계속>

함우석주필

연재 순서

1. 카투만두-루클라-팍딩-남체
2. 남체-샹보체-에베레스트뷰 호텔-텡보체
3. 텡보체-팡보체-딩보체
4. 딩보체-투클라-로부체-고락샵
5. 고락샵-칼라파타르-로부체
6. 로부체-페리체-남체-루클라-카투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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