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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1.17 17:31:41
  • 최종수정2019.01.17 17:31:41

김순구

한국감정평가사 협회장

최근 개봉되어 화제를 낳았던 '국가부도의 날' 이란 영화가 있다. 1997년 모두의 운명을 바꾼 그날을 기억하며 이런 치욕의 날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었구나 생각했다. 영화를 먼저 보고 온 동료들이 꼭 보기를 권했다. 내가 재산의 가치를 다루는 감정평가사 협회장이여서 그런 듯하다. 이른 아침 협회 임직원과 함께 영화를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김혜수라는 여배우는 보는 재미를 더했다.

국가 부도의 위기 과정에는 많은 사람들이 엉켜있었다. 위기를 막기 위해 뛰는 자.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 보이는 관료. 돈을 벌기 위해 배팅에 열중하는 자. 속이는 정부를 믿고 열심히 살아가는 소시민. 각자 위치에서의 행동을 보면서 지난 IMF가 금융의 최고 전문가인 영화 속 배우 김혜수가 주장하는 대로 되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있고 선발을 위한 각종 시험제도도 있다. 작게 보면 감정평가사,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법무사 등등이 그런 부류다. 문제는 이런 전문가들에게 국가는 어떤 역할을 주었고 그것을 다 하게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 감정평가사들은 어떤가· 평가사 시험은 매년 1회 국토교통부장관이 시행한다. 1차와 2차로 나누어진 시험은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는 평이다. 시험에 합격하고서도 1년여의 실무수습 과정을 거쳐야 평가사로서 업무를 할 수 있다. 꽤 고단한 과정이다. 현장 업무를 하면서도 매년 일정한 연수를 이수하고, 자기개발과 세미나, 포럼 등을 통해 부동산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평가사들에게 주어진 전문가로서의 소임은 무엇일까. 공정한 가치평가로 국민재산권을 보호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 하라는 것이다. 의뢰인의 요구대로가 아닌 공정한 가격을 평가해 내라는 것이다. 첨예하게 맞서 있는 당사자 간 갈등을 조절해 내야하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평가사들은 평가결과를 놓고 양 당사자로부터 비난과 뭇매를 맞기도 한다. 문제는 공정한 가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만들어져 있는가에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위력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돈을 둘러싼 이해관계의 대립 역시 더욱 첨예해지고 있고, 돈을 지불하는 소비자의 욕구는 커져만 가고 있다. 감정평가사가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짊어져야 할 비난과 외압의 무게는 평가사 개인이 견뎌내기엔 힘에 겹다. 공정한 평가의 소임을 다하게 하려면 몇 가지 장치가 더 마련되면 좋겠다.

우선 감정평가사를 감정평가업자로 정의하는 법상 용어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업자란 이익을 추구하는 장사꾼으로 뭔가 흥정과 결탁의 대상으로 보는 부정적 이미지가 있다. 공정한 평가를 하라면서 업자로 만들어 놓은 것은 잘못된 것 같다.

두 번째는 감정평가 개입방지 제도가 필요하다. 공정을 목적으로 평가해야 하는데 압력을 행사하려는 외부의 힘에 대해 막아낼 장치를 두고 있지 않다.

세 번째는 평가사를 의뢰인이 직접 선정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판사의 독립성은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국민에게 재판 받을 권리는 주고 있으나 재판받을 판사를 정하는 권한은 주고 있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감정평가도 그런 장치가 필요하다. 미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이런 장치들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다. 오늘날 사회는 훨씬 다양해졌고 갈수록 더욱 복잡해 질 것이다. 더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게 될 것이고 국가와 사회적으로 역할 또한 훨씬 많아질 것이다.

전문가들이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 주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기도 하다. 국가 부도위기가 목전에 와 있는데도 납품 대가로 부도날 어음 뭉치를 받아들고 좋아하는 영화 속 제조업체 사장의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한다. 전문가들의 올바른 역할이 소시민들의 작은 행복을 지켜 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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