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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환

에세이스트

 지금까지의 내 삶은 '절반의 생'이었다. 뜬소문처럼 허황되고 비슷하게 흉내만 낸 '페이크 다큐'였다.

 나탈리 골드버그 교수가 '뼛속까지 내려가서 쓰라'고 한 말의 의미를 이제야 깨닫는다. 뼛속까지 느끼고 경험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비로소 뼛속을 통해 알게 됐다.

 자영(自營)이라는 걸 9월 초입에 시작한 후 오늘 처음으로 꿀 같은 휴식을 가진다. 휴식이 달콤하다고 느낄 수 있는 자는 휴식을 가져보지 못한 사람만이 만끽할 수 있는 특권이다.

 나는 자영업자의 길을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물론 난 지금 봉급쟁이이다. 아내가 시작했다. 아내 역시 전업주부로만 일생을 살아왔다. 특히 이제 서른 살에 접어든 둘째 아들놈이 투잡을 하겠다고 의기투합했고 가족 모두가 도왔다.

 가족 전체가 참여한 자영업의 시작은 내게 철학적이고 경험적이고 정치경제적인 모든 사고방식과 관점을 뒤바꿔 놓았다.

 칼린 지브란의 '절반의 생'이라는 시구를 수시로 찾게 했고, 평소 경도해왔던 니체의 '주인의 도덕, 노예의 도덕'을 뼛속으로 저절로 알게 됐다.

 일본식 라멘과 돈부리를 만들어 파는 자그마한 식당을 두고 거창하게 입을 연 것이 쑥스럽지만 60살 가까이 살아온 내 삶이 페이크 다큐멘터리로 여겨질 만큼 내겐 많은 자각과 변화를 가져오게 했다.

 먼저 사업 구상을 하고 착수를 하게 된 계기는 노후대책으로 마련한 상가 때문이었다. 1년 넘게 공실로 남아있는 상가를 볼 때마다 한숨만 나왔다. 수천억의 돈을 들여 완공한 상가가 100% 분양 후에도 전혀 임대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 문제는 지방에 건설된 모든 혁신도시가 그렇지만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가 조속히 해결해야할 실정(失政)이다. 뒤늦게 행복청과 LH공사에서 실태조사를 하고 대책을 세운다고 법석을 떨고 있지만 이미 시기를 놓친 상태이다.

 수요예측을 전혀 못한 행복청의 책임이고 이윤만 추구하는 LH공사의 과다한 물량공급에 그 원인이 있다. 전국에서 부나방처럼 모여든 탐욕스런 투자자들의 탓이기도 하지만 분양자 대부분이 소박한 소시민들이다.

 우리는 이 상황을 돌파하기로 하고 개업을 결행한 것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인테리어공사 비용, 영업신고, 세무서 사업자등록 등의 행정사항, 직원 채용, 4대 보험 가입, 이 모든 일을 직접 해야 할 때마다 봉급쟁이로 30년 넘게 익힌 것 보다 더 많이 공부하고 발로 뛰어야 했다.

 개업 한 달 만에 난 종업원 마인드에서 CEO마인드로 완전히 바뀌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고 있다.

 난 아내에게 수시로 말한다. "많은 이윤을 챙기려 하지 말자, 직원을 5명이나 채용하니 고용창출에 기여하고, 내수 진작과 GDP증가에도 도움을 주니 우리가 나라를 위해서도 좋은 일 하는 거다."라고.

 한번은 일본인들이 정부청사 공무원들과 면담 후 돈코츠라멘과 돈부리를 먹으면서 연신 '오이시'를 연발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갈 때 내게 일부러 찾아와서 '라멘 잇또'라고 엄지를 치켜 올려서 인사를 할 때 난 그때 알았다. 자영업자는 이 말 한마디를 듣는 게 가장 행복한 것이라고.

 자영(自營)하는 자는 절반만 살 수 없다. 자발적으로, 주도적으로 온몸을 던져야만 살아남는다. 순응과 피동적인 삶은 자영(自營)과 정반대의 길이다. 내게 풍토병처럼 남아있던 형이상학의 관념들이 우수수 떨어져 나가는 경험을 지난 한 달간 난 실증적으로 뼛속으로 거쳤다.

 장모가 극구 말렸었다. "뼈가 부서질 만큼 힘든 식당을 왜 하려고?" 내가 손님과 종업원으로 살 때는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

 휴일만 자영(自營)하는 내 뼛속도 이러하니 모든 자영업자들이여 부디 무탈하게 온전히 성공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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