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2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장정환

에세이스트

연일 도발하는 말, '화염과 분노'라는 극단의 말, 뉴스마다 범람하는 폭력의 언어는 이제 경멸스럽기까지 하다. 화염과 분노는 정작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되었다.

우스꽝스런 깍두기 머리와 인민복 차림의 젊은 지도자 뿐 아니라 정성들여 빗질한 금발에 고급 슈트 차림의 먼 나라 지도자조차 경박스럽긴 마찬가지다. 그들이 발설하는 파괴의 말은 우리가 여지없이 정글 세계에 살고 있음을 일깨운다.

2001년 9·11 테러직후 전 세계 사람들은 텔레비전 앞에 앉아 전쟁이라는 것을 생중계로 바라보았다.

성조기 앞에 선 조지 부시가 고음으로 속사포같이 빠른 말을 쏟아내었다. 군복 차림의 빈 라덴은 낡은 소총을 옆에 세운 채 고대 아랍어로 뭐라고 느긋하게 웅얼거렸다.

무슨 말인지는 자막을 통해 이해했지만 모든 말마다 원한과 분노, 절망과 복수의 기운이 넘쳐났다. 말이 어떤 무기보다도 더 끔찍할 수 있다는 것을 난 그때 알았다.

그 상황이 지금 우리 앞에서 재연되고 있다. 단지 빈 라덴이 김정은으로, 부시가 트럼프로 바뀌었을 뿐이다.

자기만이 옳다는 신념, 자신만의 명분이 정당하다는 확신은 모든 윤리적 고려를 배척한다. 이런 태도는 어떠한 관용과 배려도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절대적으로 자신의 말이 옳다고 믿는 사람들을 반대한다."는 알베르 까뮈의 말을 난 그래서 지지한다. 같은 맥락에서 자신의 말이 틀릴 수도 있다고 믿는 사람을 난 옹호한다.

어느 누구도 진리나 정의를 독점하지 못한다. 개인이든, 국가든 상대적으로만 옳고 정당할 뿐이다.

깍두기 머리나 느끼한 금발의 두 지도자가 건전한 의식을 가진 지도자라고 난 믿지 않는다. 그 둘의 거친 말과 허장성세가 정련되지 않은 인격을 드러낸다.

균형 잡히지 않은 사람은 항상 거칠고 불안하고 마초적이다. 정신의 허약성을 병적인 공격성으로 표출한다. 그들의 말은 조악하다.

아무리 들어봐도 그들의 말엔 생명의 존중,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 행복한 미래가 담겨있지 않다. 즉, 인류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핵심 단어인 생명, 인간, 행복. 미래를 찾을 수가 없다.

광기어린 두 지도자만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숱한 사람들이 공허한 거짓말과 막말을 거침없이 토해낸다.

아름다운 말은 한 사람의 조화로운 인생에서 우러나온다. 균형 잡히고 품격 있는 말은 인격을 갖춘 사람만이 내놓을 수 있다.

자신과 조화를 이룬 사람이 정제된 말을 할 수 있는 법이다. 세속의 것을 외면하지 않지만 그것에 매몰되지 않는 사람만 절제와 품위 있는 말을 구사한다.

단호하지만 따뜻한 말을 건네는 사람은 공동체와의 조화로운 삶의 비법을 터득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기까지 스스로 얼마나 많은 고통과 갈등을 농축하고 녹여냈을 것인가.

지금도 TV에선 허풍선이 두 지도자의 거친 말이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를 더 질리게 하는 건 무책임하게 내뱉는 몇몇 국내 정치인과 언론들의 저급한 말이다.

그들은 그 한심한 말로 국민을 선동할 수 있다고 여긴다. 미세먼지보다 더 위해하고 쓰레기보다 더 추악한 말을 쉼 없이 들어야 하는 국민이 난 불쌍할 따름이다.

정치가나 언론을 포함하여 이제 모든 선동가들이 알았으면 한다. 진정으로 국민의 행복을 원한다면 그들의 백해무익한 공해배출기 입을 닫으면 된다.

우리는 오염된 말, 공해 없는 땅에서 살고 싶다. 우리는 품위 있게 살고 싶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