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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 튜더. 미국 뿐 아니라 세계의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던 동화작가이자 삽화가였던 그녀는 미국 버몬트주 시골의 지상낙원같은 아름다운 정원과 동화보다 더 동화같은 삶의 흔적을 남긴 채 93세를 일기로 지난 6월 18일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70년간 100권이 넘는 그림책을 세상에 내놓은 그녀의 삽화는 백악관의 크리스마스 카드나 엽서에 사용될 정도로 미국인들의 마음을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타샤는 미국 뉴잉글란드지방 버몬트주 시골에 19C식 농가를 짓고 베틀에 앉아 천을 짜 옷을 지어 입고 직접 짜낸 염소젖으로 치즈와 요구르트를 만들며 오래된 옛날 가구와 그릇, 의상을 쓰고 무쇠 스토브에 장작을 때 음식을 만들었다.

9세때 부모가 이혼하고 46세때는 네 자녀를 둔 채 자신도 이혼했지만 인생은 우울하게 보내기에는 너무 짧다며 마리오에트 인형을 만들어 아이들을 위한 인형극을 공연하고 30만평의 드넓은 황무지에 각종 꽃들을 가꾸면서 밤이면 자신이 만든 밀랍초에 불을 밝히고 아이들을 위한 그림을 그리면서 낙천적이고 소박한 삶을 살아왔다.

내가 타샤할머니를 처음 만난 것은 2005년 일본의 국립역사민속박물관 외국인연구원으로 초빙 받아 일본에 머물고 있을 때였다. 꽃과 정원에 관심이 많은 아내의 부탁으로 도쿄의 한 서점에서 정원에 관한 책을 고르다 '타샤의 정원'이라는 책을 발견한 것이다. 일본어 제목아래 '타샤의 예술적 정원'이라는 영어제목이 붙어있는 표지 전면에는 다리가 짧은 황색 코기견 곁에서 돌담 사이에 난 야생화를 돌보고 있는 백발의 단아한 할머니 사진이 실려 있었다.

표지를 넘기니 온갖 꽃들이 피어 있는 아름다운 정원과 수련이 가득 핀 연못 그리고 19C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집안 정경이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평온하게 펼쳐져 있었다. 그 책이 인연이 되어 '타샤의 집' '탸사의 이야기'등 타샤할머니에 관한 책들을 구하게 되었고 2006년에는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라는 책까지 보게 되었다.

56세의 이르지 않는 나이에 4월에 눈이 녹고 10월에 서리가 내리는 버몬트주의 버려진 감자농장을 인세로 구입해 일구면서 타샤는 한해 가을에 2000여개의 화초구근을 심는 억척스러움을 보여 주었다. 다른 사람 앞에서 뽐내는 것은 고상한 취미가 아니라고 하면서도 자신의 정원이야기만 나오면 겸손할 수 없어 거의 정신 나간 사람처럼 뽐내기 일쑤였던 타샤는 계획해서 심지 않고 되는 대로 쑥쑥 심은 자신의 정원을 괜찮은 뒤죽박죽정원이며 지상낙원이라고 자랑스레 말하곤 했다.

그녀는 먹고살기 위해 동화책을 그리기는 했지만 형편만 좋았다면 하루종일 정원에서 풀을 뽑고 물을 주고 비료를 주며 예쁘게 피어준 꽃을 즐겼을 것이라고 한다. 나무나 꽃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좋다고 여기는 것이나 그들이 기뻐하리라 생각하는 것을 해주면서 스스로 즐거움을 만끽하였다. 잘 돌보지 않아도 꽃과 나무는 살아남겠지만 그런 정원은 생기가 없는 정원임을 타샤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타샤는 우리 손이 닿는 곳에 행복이 있다고 믿었다. 가정주부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쨈을 만들면서 섹스피어를 읽을 수 있는 멋진 직업이라 생각했다. 밤하늘의 아름다운 별이 한해에 한번 뜨지 않고 매일 뜨는 것에 대해서도 마냥 행복해하였다. 인생은 달과 같아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은 어두운 면이 있기 마련이지만 타샤는 자신의 인생에서 불쾌한 생각들을 지워주고 위안을 주는 청순한 수련이나 매혹적인 거위 새끼의 존재에 대해 무척이나 고마워하였다.

그녀는 자신의 생애에서 불쾌하고 고통스러웠던 기억은 가급적 떠올리지 않고 잊으려고 노력했다. 누군가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불행했던 기억을 묻자 그녀는 누구에게나 불행했던 일은 있겠지만 지금 자신에게는 유쾌한 기억만 남아있노라고 대답하였다.

어린나이에 부모가 이혼하고 남의 집에 맡겨졌다 15세부터 보육원 경영, 젖소 사육, 동화책 그리기 등으로 어렵게 생활을 유지했던 타샤가 세상의 수많은 영혼들에게 아름답고 평안한 울림을 줄 수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동식물들과 땅과 별과 바람과 함께한 대자연속에서 타샤는 큰 위안을 얻었고 그녀가 그토록 아끼고 사랑했던 정원의 꽃들은 그 사랑만큼 그녀의 기쁨과 행복의 원천이 되어 주었다. 변변한 조경수나 조경석 하나 없고 되는 대로 심고 가꾼듯한 타샤의 정원이지만 그녀의 세심한 배려를 듬뿍 받고 자란 생기 넘치는 꽃들은 타샤가 떠난 지금도 온 세계 사람들의 마음속에 잔잔한 위안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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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