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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올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 <그 꽃>



관점의 다양한 층위는 삶의 깊은 곳을 보여줍니다. 어느 한쪽의 일면으로는 삶을 바로 보기 어렵습니다.

칼은 날카로워야 제 역할을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날카로운 칼이 유리한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일본 에도시대의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는 말년에 무딘 칼날의 명검으로 유명했지요. 젊은 시절 미야모토는 스승에게 삶의 모순(矛盾)에 대해 질문합니다. 그러자 스승은 제자에게 답을 주죠.

"모순은 모순인 채로 이곳에 있네. 사람들은 흔히 무엇이든 흑백을 가리고자 하네. 선이냐, 악이냐, 적이다, 아군이다 등의 흑백을 가리면 후련하니 기분은 좋겠지. 그러나 살아간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네. 흑과 백 사이의 회색 거기에 머무는 것이 중요한 것이네. 진실로 강하다는 것은 그런 것이네. 사람들에게 묻는다고 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네. 답은 내 자신에게 있네."

스승은 중용을 말하고 있었던 겁니다. 미야모토는 이후 검법에서 그 말을 기본으로, 한 칼이 아닌 두 개의 검으로 균형을 맞춰 상대하는 이도류(二刀流)를 탄생시켜 최고의 검술가에 올라섰죠. 또한 그는 무딘 목검으로 날카로운 진검을 지닌 상대와 승리해 '무딘 칼날의 명검'으로 더욱 이름을 높였습니다.

한국 바둑의 신화격인 이창호 9단은 2011년 발간한 자서전의 제목을 '부득탐승(不得貪勝)'으로 정했습니다. 항상 평정심을 가지고 최선의 한 수를 추구하라는 의미죠. 이기려는 마음이 지나치면 욕심이 생기고 그것으로 마음이 흔들리면 통찰의 순간은 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보통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는 말이 있지만, 이창호 9단은 돌다리를 두드려 보고도 안 건넌다.'

승리가 눈앞에 보여도 더 안전한 길을 찾아내는 이창호 9단의 기풍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죠. 단번에 승부를 낼 수 있는 빠른 길이 보여도 멀고 느리지만 더 안정적인 길을 찾는 겁니다. 그래서 이창호 9단은 별명도 참 많습니다. 돌부처, 신산(神算), 느림의 미학, 등…. 그는 온갖 현란한 수로 무장한 상대를 향해 참고 기다리면서 뚜벅뚜벅 두어 갈 뿐입니다. 일견 무뎌 보이는 이창호 9단의 수에 상대방은 제 풀에 무너져버립니다. 눈에 보이는 통쾌한 대승조차도 미련 없이 버리고, 확실한 반집 승에 만족하는 비움의 미학에 모든 날카로움과 승부의 욕망을 송두리째 담아버리는 겁니다. 대승과 패배 사이의 완급을 조율함으로써 결국 승리로 가는 균형을 잡는 것이죠.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以生其心)'

불교의 금강경에 나오는 말입니다. 즉 '머무름이 없어야 마음이 생긴다.'는 의미죠. 누군가에게 무엇인가에게 집착을 하게 되면 벗어나기 힘든 법입니다. 머무름이 없어야 또 다른 세상을 맞이할 수 있는 것입니다. 봄의 따뜻한 기운은 때가 되면 더욱 뜨거워져 성하의 계절 여름을 맞이하죠. 그리고 다시 투명한 대기에 조석으로 삽상한 바람이 흘러 들어오는 가을이 찾아옵니다. 올 여름 같은 폭염이 한창일 때면 지금의 서늘한 바람은 상상하기 어려웠죠. 하지만 절기는 변함이 없어 이제 시작된 가을도 곧 겨울에게 자리를 물려줄 것입니다. 낙엽은 토양으로 돌아가고 그 자리에 흰 눈이 소복하겠지요. 그리고 내년이면 또 흰 눈을 뚫고라도 봄의 전령 노란 복수초가 피어날 것입니다. 이렇듯 자연은 스스로 무념(無念)히 없어짐으로써 새로운 계절을 열 수 있는 것입니다. 비우고 또 채워가는 이 사계의 순환 속에 인류는 성장과 소멸의 섭리를 배우며 성숙되어 왔습니다. 신기하게도 지구상 사계가 뚜렷하지 않은 곳은 큰 발전이 없었습니다.

이틀 후면, 밤의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에 이슬이 맺히게 되는 백로(白露)가 다가옵니다. 등불 아래 책장을 열기 좋은 계절이 찾아오니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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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