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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식

전 음성교육지원청 행정지원과장

지난주 어머님의 제사가 있었다. 2001년에 돌아가셨으니까 17년이나 되었다. 젊은 시절 고생을 많이 하셔서 오랫동안 아프셨고 힘든 시간을 많이 보내셨다. 돌아가시고 처음에는 형제나 친지들도 모여서 제사를 모셨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도 직장생활에 바빠서 오지 못하고 통영 사는 동생도 먼 거리에 오기 어려워 올해도 충주 사는 막둥이와 둘이 모셨다. 아이들은 모두 오지 않았다. 우리 어릴 때 할아버지 제사를 지내는 날이면 밤 11시가 넘어 아버님이 우리를 깨워서 찬물에 세수를 시키고 큰 집으로 데리고 갔다. 모두 모여 정성껏 제사상을 차리고 축문 읽는 소리가 이웃집 까지 들렀다.

제례문화는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있어왔다. 인간이 집단을 이루고 살면서 지배계급이 생겨나고 그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데올로기를 활용하여 우매한 피지배계층을 지배하게 되었다. 특히 하늘에 제사를 지내거나 조상신을 모시게 되고, 유교사상이 체계화되면서 더욱 발전하였다. 조선 중반 주가가례가 조선의 양반사회에 들어오면서 조상숭배와 제사문화가 우리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게 되었다. 특히 제례는 까다로운 의례로 인하여 생활에 많은 제약이 있었다. 조상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4대 봉송은 기본이고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묘막을 짓고 3년을 모시었으니 일상생활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로 인하여 효심이 생겨나고 형제간 연대감과 우애와 화목을 다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맞벌이 부부의 증가와 생활양식의 변화로 인하여 우리의 전통 제례문화도 변화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한 달에도 여러 번씩 제사를 지내던 문중이나 집안들이 새로운 변화에 맞추어 제례를 많이 간소화하고 있다. 4대까지 모시던 제사를 단축하고 내외분 제사를 합쳐 지내거나 년 중 하루를 택하여 제사를 모두 모시는 집안이 생겨났다. 제사 시간도 새벽 자(子)씨에 지내던 풍습에서 벗어나 편리한 시간에 지내는 가정이 늘어났다. 제례음식도 '홍동백서' '조율이시' 문화가 변화하여 새로운 과일이나 음식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종전 장자중심으로 지내오던 제사도 호적의 폐지와 한자녀 출산으로 그 의미가 퇴색되었다.

멀리 직장생활을 하는 자녀들을 제사로 인하여 주중에 집에 오게 하는 것은 많은 물의가 있다. 또 직장에 다니는 며느리를 제사음식에 동원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더구나 요즘 젊은 사람들은 먼 거리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많고 야간 근무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제사 참석이 곤란한 경우도 있다. 제사가 다가오면 여성들은 스트레스가 쌓이고 갈등을 야기하기도 한다. 특히 자연스럽게 노부모를 봉양하는 문제나 재산을 나누는 문제까지 겹치면 문제는 심각 해 진다. 그래서 미혼여성의 결혼기피 영순위로 종가 집 맏며느리가 꼽힌다고 한다.

엄밀히 말하면 제사문화란 기복신앙에서 오는 이데올로기 문화유산이며, 중국의 주자 가문의 문화를 숭상하는 사대주의 문화이기도 한다. 조상숭배의 고유한 뜻보다는 형식에 많이 치우쳐 모시는 사람들을 힘들고 어렵게 했다. 지배계급의 문화로 이어온 형식이 타파되고 평등 사회로 접어들면서 현실에 맞지 않는 형식에 도전하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요즘 젊은이들은 제사는 산소를 관리하는 문제와 함께 어른들의 문제로 치부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제사를 지내는 것도 생일이나 기념일을 챙기는 것처럼 기억하고 넘어가야 할 날이다. 참석하기 어려운 날이면 날짜를 정하면 되는 것이고, 의례에 따라 행하는 음식도 평소에 먹는 음식에 초한자루 켜 놓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제례문화 의식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각자의 사정에 따라 적절히 행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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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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