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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갑근

변호사(전 대구고검장)

우리 헌법 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규정으로 시작한다. 따라서 모든 행정기관의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으로 오로지 국민의 뜻에 따라 국민을 위해 행사되어야 한다. 국민이 주인이고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라고 하는 이유다. 그러나 현실에서 공무원들의 공무수행에 대해서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얼마 전 불필요한 금융규제조항의 개정을 추진했던 분으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과거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여 규제개혁을 추진하면서 각 행정부처에 "안된다. 할 수 없다"는 등 금지형태로 된 법률조항을 정리하여 보고하라는 지시를 하자 담당실무자가 상급자에게 "그런 내용을 모두 개정하면 우리는 뭐하느냐"고 말했다는 것이다. 국민을 위해 봉사를 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을 위한 규제개혁이라도 자신의 권한이나 입지가 축소되는 것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수단과 목적,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손톱 밑에 가시를 뺀다는 등의 구호와 함께 규제개혁을 추진하여 하였으나 지진 부진한 이유일 것이다.

'한비자(韓非子)의 외저설우(外儲說右)' 에 구맹주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송(宋)나라 사람 중에 술을 파는 자가 있었는데, 그는 술을 만드는 재주가 뛰어나고 손님들에게 친절하며 항상 양을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팔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집보다 술이 잘 팔리지가 않아 이상하게 생각한 그는 마을 어른 양천에게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양천이 물었다. "네 집 개가 사나운가?"

"그렇습니다만, 개가 사납다고 술이 안 팔리다니 무슨 이유에서입니까?"

"사람들이 두려워하기 때문이지. 어떤 사람이 어린 자식을 시켜 호리병에 술을 받아 오라고 했는데 술집 개가 덤벼들어 그 아이를 물었소. 아이들이 자네 가게에 들어가려 하다가 그 사나운 개를 보고는 겁에 질려 들어가지 못하고 결국 딴 집에 가서 술을 사는 것이오. 자네 개가 사나워서 결국 술이 팔리지 않고 그로 인해 술은 시어가는 것이네. 바로 자네의 그 사나운 개가 문제인 것이네."

사나운 간신배가 있으면 어진 신하가 기용되지 못함을 비유하여 설명하는 내용이다. 주막과 주인을 지키라고 있는 개가 주막과 주인을 망치고 있는 것이다.

술집에서 개의 역할은 도둑이나 짐승 등의 위험으로부터 주인을 잘 지켜서 주인이 주막을 잘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역할을 모르고 사나움을 자랑하다가 주인은 장사를 하지 못하고 술은 시어가는 것이다. 자신의 본분이나 역할이 무엇이지도 모르고 주어진 권한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여 자신의 입지나 위신을 높이려고 하거나 입신과 공명심을 위해 사적으로 권한을 남용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각 행정기관에서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을 위해 성심을 다하여 일하지 않고, 규정만을 앞세우거나 사소한 절차 문제를 들어 기한을 늦추거나 거부하는 일들이 많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주변에서 흔치 않게 듣는다. 공무원에 대해 철밥통, 무사안일, 복지부동, 무소신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어른거리는 이유일 것이다.

지금 검찰이나 경찰에서 한창 진행 중인 각종 수사 및 수사권조정과 관련해서도 많은 논란이 있다. 현 정부 출범 후 추진 중인 수사기관 개혁이나 수사권조정에서 검·경이 서로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서 수사경쟁을 하거나 각 기관의 구성원들이 공명심에서 무리하게 수사를 하는 것은 아닌지 경계해서 봐야 될 일이다. 공권력 중에서 가장 심각하게 인권침해를 내포하고 있는 수사권은 어떠한 경우에도 본래의 목적에 맞게 행사되고 절대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 동일한 선상에서 수사권조정은 어떻게 하면 인권 침해를 방지하고, 범죄를 제압하여 사회질서를 확립함으로써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 것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인권침해방지와 수사의 효율성이 확보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하는 것이지 기관의 권한다툼이나 영역확장, 각 기관의 업무편의성 등의 관점에서 논의될 일은 아니다. 헌법 1조 정신에 충실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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