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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 셋이 추석 연휴에 외갓집에서 봉숭아를 한아름 꺾어 오더니 옹기종기 모여 손톱 발톱 물들이기를 하고 있다. 큰 아이는 “첫 눈이 올 때까지 손톱의 봉숭아 물이 그믐달처럼 예쁘게 남아 있으면 꿈이 이루어 진다”며 잠들기 전에 소망하는 것을 기도하자고 철없는 동생들을 꼬들긴다.

나는 큰 딸에게 네가 소망하는 것, 너의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가수가 되고 싶다고? 왜 가수가 되고 싶은데? 나는 거듭 되물었지만 아이는 “그냥, 가수가 좋아보여서”라며 얼버무린다. 세상에 ‘그냥’이라는 것은 없다. 직업도, 사랑도, 삶과 죽음도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대자연의 모든 생명체는 각기 그 나름대로 존재가치를 갖는다. 마찬가지로 내가 꿈꾸는 것을 “그냥”이라고 표현하다니. 이럴수는 없다.

그냥 가수가 좋아보여서 그 길을 걷는다면, 그 길이 싫증나고 고통스럽고 짜증날 경우에는 어찌할 것인가. 중간에 포기하거나 좌절하거나 주저앉겠다는 것인가. 그래서 저 많은 젊은이들이 고등교육을 받고 많은 지식을 축적하면서도 저잣거리를 방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자신의 존재와 가치에 대해 보다 진지한 고민을 하지 않고 양지만을 쫓아다니는 것은 아닌가.

미국의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이 45전년 “나는 꿈이 있습니다 I have a dream”라며 전 세계인을 향해 외친 메시지는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역사상 주요 정당 후보로는 처음으로 흑인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오바마와 마틴 루터 킹 목사를 비교하면서 그들의 삶과 문화, 그들의 철학과 소신을 조명하고 있다.

그들이 외치는 꿈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정치인으로서, 목회자로서, 외교가로서의 꿈이 아니다. 진정으로 그들이 꿈꾸는 것은 세상 사람들을 위해, 세상의 모든 생명을 위해 따뜻한 사람으로 기록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사랑하고 격려하며 신뢰하는 아름다운 사회를 위해 소신과 철학을 갖고 일하려는 노력일 것이다.

우리네도 마찬가지다. 좋은 직장, 좋은 직업만을 갈구한다면 일순간의 영화와 자기만족을 느낄 수 있겠지만 우리의 꿈과 소망은 속절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릴 것이다. 세상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그 고민을 실천하는 것이 인생이다. 내가 생각하고 판단하며 행동하는 움직임 하나하나에 나만의 아주 특별한 영혼이 있어야 한다.

우리의 이웃들은 서로 다른 소중한 영혼들을 만나고 교차하며 교류하면서 사랑하고 성숙하게 되며 하나가 되는 것이다. 마치 청춘남녀가 섬세 미묘한 서로의 마음을 아낌없이 주고받으며 사랑이 여울지듯이 삶의 공간 곳곳에서 서로 다른 마음과 열정을 지혜롭게 펼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사람의 진정한 존재가치가 아닐까.

다시, 나는 아이들에게 손톱에 봉숭아 물들이기 하듯이 열심히, 정성 가득담아,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야 한다고 누차 강조한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봉숭아 물들이는데 심란하게 하지 말라며 되레 애비를 나무란다.

아, 나는 이래서 아이들 때문에 상처받는다. 아이들에게 가슴 뜨거운 아빠가 되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세상 밖을 보면서 가슴 터질 것 같은 답답함에 울부짖기를 수없이 반복한다. 내가 살아있는 한, 누군가를 위해 열심히, 열정을 다해 일하고 싶은데 세상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남루한 욕망과 불온한 사랑에 젖어들고 그들과 가볍게 혹은 거칠게 부딪치기를 수없이 반복한다. 때로는 서로 다른 생각과 알량한 욕심 때문에 상대방을 삿대질하고 비아냥거린다. 그래서 또 상처받는다. 상처를 주고받으면서 성장하고 더욱 단단해 지는 게 인생이라는 생각도 갖는다.

그렇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자리에 있느냐,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다. 당당하고 깨끗하며 아름다운 삶을 사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과 세상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고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샘을 길어 올려야 하는 것이다.

때로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봉사와 헌신, 열정과 창의라는 이름으로 기록될 것이다. 아, 이토록 우울한 가을에 나는 세상 사람들을 위해 영원히 마르지 않는 맑고 고운 샘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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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