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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12.11 17:06:14
  • 최종수정2013.12.11 18:04:29

안종철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2007년 밀폐용기 제조업체 락앤락 김준일 회장은 중국 쑤저우시에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이 지역 사람들이 춘추전국시대 정치인 오자서(伍子胥)를 숭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쑤저우시는 춘추전국시대 오나라의 수도로 제24대 오왕 합려가 재상 오자서와 함께 부국강병의 초석을 다진 곳이다. 김준일 회장은 오자서의 후손들과 상의하여 공장 내에 오자서상을 세웠다.

그러자 14개 지역 언론들이 "외국 기업 최초로 중국 현인의 동상을 세웠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그리고 중국시장은 락앤락 전체 매출 중 최대 35%를 차지할 만큼 급성장을 했다. 이러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락앤락의 중국 사업이 대박을 터트린 이유는 중국 현지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인문학적 소양에 바탕을 둔 현지화 전략에 있었다.

최근 경영 현장에서 이루어낸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2007년 국제 금융위기의 파고가 올라가면서 SK에너지 신헌철 대표이사는 고민에 빠졌다. 평소 책 속에서 해결책을 찾던 신대표는 서가의 책을 뒤적거리다 '로마인 이야기'를 보고 번뜻이는 영감에 환호했다. '티베르 강가의 3천명 부족국가였던 로마가 어떻게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을까?' 신대표는 전 임직원과 함께 '로마인이야기' 전 15권을 매월 1권씩 독파해내는 '로마인 이야기 읽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5천여명의 직원 가운데 무려 2천400명이 참가했고 1년 반에 걸친 프로젝트를 통해 사내 인트라넷에 올려진 의견과 제언은 무려 6천500여건에 이르렀다. 직원들은 전집을 완독하면서 로마의 흥망성쇠에서 위기 탈출의 비법을 찾아내었고 그 결과 매출 목표를 초과달성하는 성과를 올렸다.

기업 경영에 인문학의 중요성을 들고 나왔던 사람이 스티브 잡스이다. 2011년 봄 iPAD2출시 설명회에서 "애플사의 DNA속에는 기술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 있으며, 기술은 교양 및 인문학과 결혼하여 우리 가슴으로 하여금 노래를 부르게 한다"며 기술과 인문학의 결합 필요성을 피력한 바 있다.

사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로 이어지는 애플의 히트작은 음악재생기, 휴대전화, 태블릿PC 분야에서 처음 나온 제품들이 아니다. 아이팟의 원천기술은 싱가포르에 있었다. 애플은 수백만달러를 주고 그 아이디어 샀다. 매킨토시 역시 잡스가 제록스에 갔을때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를 적용한 큰 스크린을 마우스로 작업하는 것을 보고 작고 싸게 만들었을 뿐이다. GUI원천기술도 따지고 보면 미국 국방성이 가지고 있었고 제록스가 이를 상업적으로 채택했고 애플이 이를 모방했다.

스마트폰 역시 스티브 잡스가 발명한 것은 아니다. 그의 혁신은 휴대폰에 터치스크린을 장착한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결코 새로운 무엇인가를 발명한 적은 없다. 스티브 잡스는 계속 찾고 최선의 것이 발견되면 취해서 조합했을 뿐이다. 그는 엔지니어가 아니고 창조적 전략가이다.

후발주자로 뛰어든 IT시장에서 애플이 이뤄낸 진정한 혁신은 사용자의 직관을 충족시켜주는 기술과 단순하고 편하고 재미있는 것을 원하는 인간의 욕구를 결합한 융합적 직관에 있었다. 그리고 융합적 직관은 문(文), 사(史), 철(哲), 즉 인문학적 사유에 기반하여 나오는 통찰력이다. 즉 문장과 역사와 철학에 비추어 볼 줄 모르면 진정한 통찰과 이해에 이를 수 없다.

300조원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낸 해리포터 시리즈의 성공과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인문학의 정수인 그리스 로마신화, 유럽의 고대종교, 작가 조엔 롤링의 상상력에 있었다. 그리고 1개의 세계적 히트작이 나오기까지 3만개가 넘는 스토리텔링 클럽을 육성한 영국의 문화적 배경도 한 몫을 한다.

지금까지 전세계인이 가장 많이 시청한 영상은 무엇일까? 월드컵일까? 아니다.

1969년 아폴로11호 달 착륙 중계방송이다. 무려 전세계인의 95%가 시청했다고 한다. 1800년대 쥘 베른의 소설 '달세계 여행' 에서는 남북 전쟁에 참가했던 병사들이 포신 300m의 대포를 쏘아 달로 날아간다. 달로 날아가고자 한 인간의 꿈과 상상력은 수많은 문학, 영화 등에서 변주되었고 종래에는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한 발을 내딛게 한 과학기술을 견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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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