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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8.02.13 20:46:5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두 달여 가까이 흘러내린 태안 해안 어민들의 피눈물과 서해바다의 검은 눈물은 흐르다 지쳐 딱딱하게 굳은 채 여기저기 엉켜있고 언론의 관심도 점차 시들어 가건만 서해바다의 아픔을 자신의 고통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자원봉사자들의 발걸음은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서도 지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바닷가 바위에 엉켜 붙은 검은 기름을 닦아내는데 손힘이 약해 차라리 발로 닦는 게 더 잘 닦일 것 같아 바위 위에 수건을 올려놓고 발뒤꿈치로 박박 문질렀다.” 는 한 여중생은 태안 봉사활동이 너무 가고 싶어 두 달 동안 방도를 찾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과 함께 봉사를 다녀와서는 “전 나름대로 제가 일한만큼 댓가를 받았다고 생각해요, 함께 일하면서 이렇게 좋은 분들도 만나고 무엇보다 학원 다니느라 바쁘기만 했던 겨울방학을 보람되게 만들어 주었으니까요, 제 스스로도 이 경험이 앞으로 살면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도 되고요. 오늘 저의 땀 한 방울방울이 조금이나마 서해안의 검은 눈물을 닦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 라고 담담하게 환경연합홈페이지에 활동후기를 남겼다.

한 여고생은 “환경연합의 태안봉사활동을 5차까지 참여하면서 늘 주는 행복보다 얻어가는 행복이 너무나 컸습니다.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직도 주위엔 많이 있기에 늘 행복했습니다.”라고 감격해했다.

바닷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 추운 날씨에 손가락이 아릴 정도로 기름때 절은 바위를 문지르고 타르냄새에 어지러워하면서도 타르 쌓인 모래를 파내는 어른들, 얼굴이 발개지도록 오염물질로 가득 찬 포대를 나르는 대학생들, 어린 나이에 부모를 따라와 아무 불평없이 기름모래를 나르는 아이들. 그런 모습을 보며 그 자리에 함께한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것에 감사했고 서로를 너무 자랑스러워 하였다.

땀 흘린 만큼 댓가를 바라고 댓가를 받는 자본주의사회에서 제 돈을 내면서 땀을 흘리는 경험은 그 만큼 특별하고 값진 것이었고, 그런 경험을 함께한 이들은 서로의 인연을 아름답고 특별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봉사자들은 자신들이 그 동안 소중한 가치들을 버려둔 채 너무 물질적인 것만 좇고 살았음을 새삼스레 깨달았고 봉사를 한답시고 다녀왔지만 막상 다녀오고 보니 봉사보다 자신의 마음이 기쁘고 편안해져 있었다고 하였다.

사람은 진정 무엇으로 사는 것인가. 비윤리적이든 불법적이든 재물을 끌어 모으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재벌이 있는가 하면 제 호주머니에서 재물과 시간을 꺼내 나누고 돕는 데서 기쁨을 누리는 사람들이 있다. 재벌의 돈은 쓰기에 너무 많고 서민들의 돈은 모으기에 너무 적은 것이어서일까. 부자와 가난한 자의 차이도 어쩌면 모으는 즐거움에 익숙한 자와 나누고 도와주는 즐거움에 익숙한 자의 차이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과연 어떤 존재일까. 동양의 옛 성현인 맹자는 인간의 본성이 원래 선하다고 하였고 순자는 그 반대로 악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순자의 주장을 잘 살펴보면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에서 나온 것이라기 보다 타락한 사회현실 속에서 인간질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예(禮)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방편으로 성악설을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성경은 하나님(의 본성)은 사랑이시고 우리 인간은 그런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으졌다고 한다. 외면적인 형상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내면적인 본성의 반영이라고 할 때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의 형상 속에 깃들인 우리 인간의 본성 역시 하나님의 본성을 닮아 있을 것이고 인간의 본성 또한 사랑 밖에 다른 것일 수 없다. 그 사랑의 본질이 뭇 생명에 대한 동정심과 자비라고 한다면 사랑은 필경 받는 것이 아니라 베푸는 것일테니 사랑은 베풀수록 확장되고 깊어지며 그 본질이 온전히 실현되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이 사랑이라면 인간은 사랑을 받기보다 사랑을 베풀 때 자신의 본성이 온전히 실현되어 참된 행복에 이를 것이고, 인간은 사랑받기보다 사랑하기 위해 도움을 받기보다 주기 위해 태어난 존재인 것이다.

자신이 땀 흘린 만큼 댓가를 요구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이 돈을 내고 땀을 흘린 자원봉사자들이 한겨울 태안해변에서 찾은 행복은 다름아닌 자신의 본질적 가치인 사랑과 베품에 대한 소중한 깨달음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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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