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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8.30 16:00:0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구름도 자고가는 바람도 쉬어가는/추풍령 구비마다 한 많은 사연/흘러간 그 세월을 뒤돌아 보는/주름진 그 얼굴에 이슬이 맺혀/그 모습 흐렸구나 추풍령 고개

기적도 숨이차서 목메어 울고 가는/추풍령 구비마다 싸늘한 철길/떠나간 아쉬움이 뼈에 사무쳐/거치른 두뺨 위에 눈물이 어려/그 모습 어렸구나 추풍령 고개"(남상규 노래 '추풍령')

필자의 모교인 추풍령초등학교 동문들이 모이는 여흥 자리에 단골로 등장하는 '애향가'다. 어른이 되면서 경치가 아름다거나 땅이 비옥한 지방을 여행한 뒤 "우리 조상은 하필이면 이렇게 좁은 산악지방에 삶의 터를 잡았을까"하고 원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향은 어머니와 같다. 경부선 열차나 고속버스를 타고 고향마을 앞을 지날 때에도 필자는 유리창 커튼을 일부러 젖힌 채 한참 동안 마을쪽을 응시한다. 그렇게 정겨운 곳이 바로 '추풍령'이다.

몇 년전 대전에 살 때 모임을 하나 만든 적이 있다. 첫 만남을 어디서 가질까 고민하던 필자는 둔산동 정부대전청사 앞에 있던 '**추풍령감자탕' 집으로 정했다. 당시 이런 제목을 단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유행했기 때문이었다. 감자탕에 섞여 나오는 푸짐한 묵은지를 먹으면서,간접적으로나마 고향의 맛을 느끼려고 애쓰기도 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 음식은 실제 지명 추풍령과는 아무 관련이 없었다. 씁쓸했다.

지식 재산권을 잘 아는 외지인이,널리 알려진 지명을 일찌감치 상표로 등록해 상업적으로 활용한 것에 불과했다. 그 후에 나온 '추풍령**'이란 음식 브랜드도 마찬가지였다. 본사가 경기도의 한 도시에 있었다. 한 때 1만명에 육박하던 인구가 2천600여명으로 줄었을 정도로 '먹고 살기 위해 고향을 버리는 사람이 많은 빈촌'이지만,지역의 브랜드 가치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 후 서울에서 기자 생활을 하던 시절,사이버공간에서나마 고향을 찾고 싶어 '추풍령'이란 단어를 검색했다. 그러자 생긴 지 오래 되지 않은 '추풍령가요제'란 축제가 나왔다. "아,대중가요로 유명한 내 고향에서 드디어 노래 축제가 열리는구나." 하지만 즐거움은 잠시였다. 설명을 보니 추풍령면이 소속된 영동군청이 주최하는 행사였고,장소는 쌩뚱맞게도 '영동읍내(올해는 영동군민운동장)'였다. 아니 이럴 수가. 시골 면소재지에서 뉴욕제과점을 만난 기분이었다. "이왕이면 추풍령 고개에서 행사를 치르면 좋을 텐데…"하는 아쉬움을 아직도 갖고 있다.

추풍령가요제는 이제 전국에서 대표적인 노래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추풍령이란 곳이 서울~부산의 가운데에 자리잡은 지리적 잇점 때문이기도 하지만,참가자가 전국에 고르게 분포돼 있다. 지난해 가요제 참가자 341명의 출신 지역 분포를 보면 충청권은 147명으로 전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수도권 102명,부산·경남 29명, 대구·경북 34명,호남 25명,강원 4명 등이라고 한다.

산 좋고 물 맑은 지역이긴 하지만,충청북도는 아직 전국에서 도세가 약한 지자체에 속한다. 특히 인접지역과 비교할 때,북쪽의 강원도를 제외하고는 경기,대전·충남,대구·경북 등이 모두 충북보다 '힘이 센' 지자체다. 그렇기 때문에 경계지역에서 주민들이 선호하는 시설물 유치 경쟁을 벌일 때 손해를 보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은 경부고속도로 추풍령휴게소다. 1970년 고속도로 개통 당시,우리나라 1호 휴게소로 문을 연 이 시설은 행정구역 상 '경북 김천시 봉산면 광천리'에 있다.

왜 그럴까. '불편한 진실'은 이렇다. 꾸준한 선형 개량이 이뤄진 결과 현재 경부고속도로 한남IC(서울 강남)에서 구서IC(부산 금정)까지 총거리는 423.6km다. 하지만 개통 당시 경부고속도로 총 길이는 이보다 4.4km 긴 428km였다. 그런데 당시 정부는 국내 1호 고속도로 휴게소를 경부고속도로의 한 가운데 지점(서울 기점 214km) 에 만들 예정이었다. 여기에 해당되는 곳은 현 추풍령휴게소에서 서울쪽으로 1km쯤 떨어진 충북 땅이다. 하지만 결국 휴게소는 경북 땅에 설치됐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 휘하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김천시 지역 국회의원 백모 씨의 입김 때문이었다는 설이 파다했다.

충북의 남쪽끝에 있는 추풍령은 이제 영동군민은 물론 충북도민의 대표적 랜드마크가 됐다. 따라서 추풍령가요제도 좀 더 '추풍령답게' 현지화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1차적 답은 나온다. 영동읍내가 아닌,추풍령 고개에서 가요제를 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추풍령은 경북 땅이 아닌 충북"이라는 홍보효과도 더욱 커지지 않을까. 축제를 개최하는 영동군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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