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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누구나 아침조회에 관한 추억을 갖고 있다. 교복을 차려입은 학생들을 운동장에 집합시켜놓고 장시간 아침조회를 매일 열다시피 하였다. 조회는 학교에서 하루 일과의 시작이었다. 조회에서는 주훈(週訓)발표라든지, 무슨 대회에서 입상한 학생에 대한 시상 등이 있었는데 내가 가장 싫은 것은 '교장선생님 말씀'이었다. 날씨라도 서늘하면 그럭저럭 들을 만 하지만 땡볕에서 장황한 교장 훈시는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아침부터 땀이 흐르는데 교장 선생님 훈시는 눈치도 없이 길었다. '끝으로...' 하면 5분이요, '마지막으로...'하면 또 5분이었다. 몸이 허약한 학생들은 일사병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교장 훈시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훈시내용은 거의 도덕 교과서 같은 내용이었다. 학생들이 지켜야 할 사항이 주를 이뤘지만 더러는 수업료 납부 독촉 같은 시시콜콜한 얘기도 있었다.

이 같은 현상은 학교뿐만 아니라 기성사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웬만한 행사에 참석해보면 개막식에서 대회사, 축사, 격려사 퍼레이드가 쭉 이어진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내빈소개도 지루하게 이어진다. 물론 행사에는 그 특성상 형식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형식이 내용보다 더 큰 비중으로 작용해서는 곤란하다. 형식탈피는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긴 하나 여전히 사회는 그 고정된 틀을 깨지 못하고 있다.

무슨 행사라도 열라치면 참석 기관장들은 비서나 보좌관을 보내 앉을 자리부터 알아본다. 그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호통을 치기 일쑤고 어떤 때는 참석조차 거부한다. 은근한 이 자리싸움에 비서들은 여간 피곤한 게 아니다. 이제 주머니 꽃을 꽂고 단상에서 단하를 내려다보는 전근대적 현상은 거의 없어졌으나 자리 배치라든지 축사, 격려사 등 한 말씀에 대한 애착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아니, 아무개도 축사를 하는데 내 축사가 왜 빠졌어·" "내 자리가 왜 여기야" "내빈소개에서 내가 빠졌잖아" 등등의 참석기관장 불만에 주최 측과 비서진이 난감해지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VIP가 늦게 도착하면 사회자에게 메모 쪽지가 전해지기 일쑤이고 그 쪽지를 받아든 사회자는 이미 행사가 상당히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 "OOO 기관장님께서 참석하셨습니다"라는 멘트를 집어넣기 다반사다. 행사는 행사자체로 끝나야지 '정치의 장'이나 낯내는 장소로 변질 되서는 안 될 일이다.

더구나 축제 개막식에서 VIP의 소개와 함께 축사, 격려사가 장황하게 이어지는 것은 지양해야 할 과제다. 그 재미없는 축사를 귀 기울여 듣는 사람도 별로 없다. 축제란 일종의 파격이다. 정해진 일상생활의 틀에서 약간은 일탈하는 것이 축제의 속성이다. 그런 축제에서 듣지도 않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필자는 10여 년 전에 뮌헨에서 열리는 '톨 우드 페스티벌'에 참가한 적이 있다. 뮌헨 시장은 운동복 차림이었다. 테니스를 치다 온 모양이다. 시장은 아주 얕은 단상에 올라가 딱 한마디를 했다. "자, 축제를 시작합시다" 그 말과 동시에 축제는 개막되었고 이내 달아올랐다. 내일 모레면 '2010 청주직지축제'가 막이 오른다. 직지축제추진위와 청주시는 '3無'축제를 치르기도 방침을 정했다. '3無'란 '초청장이 없고, 축사 격려사 내빈소개가 없으며, 사회자도 없는 것'을 말한다.

참으로 축제 개막에 있어 가히 혁명적인 조치다. 이제 축제에서 만이라도 그 영양가 없는 축사, 격려사를 퇴출하고 강제동원 시비를 없애보자는 취지에서다. 이를테면 축제에서 형식을 과감하게 파괴하고 실질적으로 내용을 즐기자는 의도에서다. 오랫동안 축사, 격려사에 중독되어온 VIP들로서는 적지 않게 당황하겠지만 언젠가는 파괴해야할 형식이기 때문에 이를 과감히 도입한 것이다. 우선 축제부터 형식주의를 파괴하고 그것이 정착이 되면 일반 행사에도 적용하거나 스피치의 내용을 줄여나갔으면 한다. 쌀독은 독보다 쌀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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